2008년 11월 21일
75th prescription
Y님 :
엘님 블로그에서 늘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메일드립니다.
그닥 글재주가 없는지라...맞춤법도 엉망이고 횡설수설 할 것 같지만..
엘님 연애 상담의 힘을 빌리고 싶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저도 엘님과 B님처럼 예쁜 사랑하고싶어요^^
아주아주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바쁘지 않으실 때 한번 읽어봐 주세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으로 건너와 벌써 7년째가 됩니다.
...(중략)...
1. 18살. 예쁜 청춘!
정말 남부러울 것 없이..즐겁게 지냈어요.
매주 매주 다른 남자를 만났고, 짧은 연애를 여러번 했고,
원나잇이란걸 해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만난 남자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었던 그 사람.
3개월 이상의 연애라는걸 해보지 않았던 제가..
그 사람을 만나서 2년을 같이 보냈어요.
서로가 외지에 나와있던 터라..거의 매일을 함께 보냈고,
거의 모든것을 공유했어요.
그 사람은 자기 속내를 잘 내비치지않고..
애인보다는 친구를..친구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그런것들이 절 힘들게 했지만..전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답니다.
2. 그리고....2년 후 저는 그 남자에게 뻥! 차이고 말았어요.
이유는..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제가 그 사람을 알게모르게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전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외국 생활의 외로움...사랑했던 사람을 보내야만 하는 아픔..
카운셀링을 받고...휴학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진단을 받고도..
전 그 사람과 멀리 떨어지는게 싫어..그냥 참았어요....
그러곤 그 아픔을 보상하듯..
매일매일을 또 다른 남자와 만났고...술을 마셨죠.
그 땐 그렇게 아픔을 지워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에대한 아픔도 조금씩 사라지더라구요.
3. ....헤어지고도 잊을만 하면 걸려오던 그 사람의 전화와...
잊을만 하면 저희 집에 찾아와 같은 침대에 자고가는 그 남자를..
조금씩 멀리 할 용기도 생기더라구요.
절대..절대...못 할 것 같았던,
'더 이상 찾아오지도. 전화하지도 말아달라'는 말을..
그 사람과 헤어지고 꼭 2년이 되던 해에....했어요.
4. 많이 힘들었고 많이 울었지만, 그게 절 위한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곤 딱 일주일이 지나서..새로운 한 남자를 만났어요.
절 처음 봤을땐 눈조차 마주쳐주지 않았고,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못 하던..
그리고..한 달 넘게 데이트를 하면서도 손 한번 잡아주지 않았지만..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어설픈 한국말로 고백을 했고,
저희는 사귀게 되었답니다.
제가 지금껏 단 한번도 만나본적도 없고 주변 친구들중에도 없던..
5. 정말 성실하게 사랑한다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남자에요.
매일 성실하게 전화를 해주고..
제가 술 마시고 정신없이 놀다 밤늦게 집에가면 저를 마구 혼내고..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우고...취미는 음악듣는거랑 여행.
주말이면 제 손을 잡고 운동을 하러 간답니다...
정말. 이 사람은 누군가가 보내준 선물이 아닐까..그런 생각을 해요.
하지만 이 사람과 사귄지 3개월째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전 아직도 이 사람을 믿지 못하겠어요.
6. 전 아직도...완벽하게 이 사람을 사랑하겠단 각오가 되질 않아요.
늘상 '그래봤자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고..
마음주고 다시 또 상처받느니..그냥 그럭저럭 사겨야지...
그런 생각을 매일매일 하게되네요.
7. 얼마전엔 이 사람도 그걸 눈치챈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정말...고맙게도..
'니가 날 못 믿는건 정말 슬프지만..조금씩 고쳐나가자.'는..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까지 해줬지만..
어째서인지 저에겐 그 말들이 다 무섭게 다가오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8. 머리로는 다 이해하지만 마음은 무섭기만해요.
잘 모르겠어요.
사람 마음이란건 사람이 조종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확신을 바라는 것 자체가 바보스럽지만....
9. 어떻게 사람을 믿고...어떻게 끝을 생각하지 않는 연애를 해야할지..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사랑'하는건지..
전 다 잊어버린 거 같아요.
상처받았던 그 날부터..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자꾸 그 '끝'을 떠올리게 되고...
10. 이 사람을 힘들게 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확인하려고만 해요..
그리고 늘 불안해하구...
그 마음을 어떻게든 지워보려고..또 다른 남자를..
제 마음이 한 곳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해줄 그럼 남자를 찾게되요.
11. 전..어떻게 다시 '사랑'이란걸 하는 법을..알 수 있을까요...
마음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제가 참..; 나쁜 여자인거라는 결론이 날 것 같지만;
12. 엘님에게 힘껏 혼이라도 나면 정신을 차릴까해서..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1. 젊은 시절엔 이런 방황도 있어야죠. 이런 것도 못해보면 진짜 사랑은 뭘까, 의심도 안하게 되고,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지요. ^^
2. 첫사랑은 원래가 그런 것이지요.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면 가장 좋겠지만, 그런 축복을 가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봐요. ^^
3. 아이고, 나쁜 사람이네요. 왜 잊을만 하면 찾아오나요. 그걸 2년이나 감내하다니. 너무 관대하셨던 것 아닙니까.
4. 이젠 그 남자 안 보죠? 그럼 됐어요. 어떤 이별도 절대 시간이 필요하지요. 2년이면 좀 길었네요. 다시 되돌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5. 오옷, 성실하고 좋은 남자네요. 이런 남자 흔치 않지요. 가끔 내 남자에 대해서 객관적인 잣대를 대고 평가해보아요. 내 마음 속의 평가니까 상관없지요. 절제할 줄 알고, 취미도 고상하고, 약간 보수적이고, 나를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네요. 나무랄 데가 없네요.
6. 남자는 다 거기서 거기죠. 이 남자랑 헤어져도 또 거기서 거기인 남자를 만날 것이지요. 그러니까 어차피 이 남자를 사랑해도,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모든 사랑은 절대적인 신뢰에서 싹튼답니다. 이 남자, 전에 바람핀 경력 있습니까? 아님 성격이 싸이코입니까? 아님 침대 매너가 나쁜가요? 돈 빌려달라고 합니까? 직업이 없나요? 데이트 비용을 아까워하나요? 아니라면, 그냥 근거없이 조건없이 믿으세요. 내가 이 남자 사랑한다는 것을 믿으세요. 이 남자가 말하는 사랑을 믿으세요. 개념이 무엇인지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그 말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을 믿으세요. 정의하려 하지 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남자가 내 것이니까, 스스로를 사랑하듯 믿고 사랑하세요.
믿든 안믿든, 이별하게 되면 모든 사랑은 상처랍니다.
헤어지고 나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왜 더 사랑하지 못했을까, 왜 더 믿지 못했을까,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랍니다.
어차피 끝이 있다면,
그 전까지는 온전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랍니다.
온전하게 나를 내어주고, 내 마음을 내어주고, 내 심장을 내어주고 사랑한다면,
혹시나 인연이 아니어 헤어지게 되더라도,
당신은 그 사람보다 더 강하고 행복하고 즐거운 영혼을 가지게 되는 거랍니다.
저도 B군과 처음 1년 간은 그랬어요. 객관적으로 그 아이의 좋은 점 때문에 만나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단점도 보이고, 내가 이 아이가 아닐 경우,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때 얻게 될 손익을 따지다보니, 사랑사랑, 뭐가 사랑인데, 싶었지요.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 그게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고요. 오늘 헤어지든, 내일 헤어지든 나에게는 아무 상처도 없도록, 늘 마음을 멀리하려고 하고, 도망치려고 하고, 매일매일 이별의 말을 연습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지요.
하지만, 어느 날.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속는 셈치고, 이 아이의 사랑을 믿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하기까지 저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사랑은 두 사람만의 종교잖아요.
믿으면 평화, 안믿으면 지옥입니다.
일단 믿기 시작하니, 이 아이의 자그마한 단점도 이해하게 되고, 서로 의견충돌이 생길 때도 내가 양보하고 싶어지고, 지면서도 이기는 법을 알게 되고, 행복이 조금씩조금씩 찾아오더라구요.
긴긴 인생에서, 잠시나마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시간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은 인생이 마련해준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사랑하는 우리가 1년 뒤, 2년 뒤, 아니면 10년 뒤에는 지긋지긋해하며 서로 헤어질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은 어디에도 가지 않겠죠. 저는 나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 아이를 사랑하는 거랍니다. 지독하게 이기적이지요.
7. B군도 그랬어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사랑이 있다는 것만 믿게 되면, 좋겠다고. 그 때가 되면, 자기가 나를 떠나도 좋다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된다고. 그 때는 얼토당토 않은 인간이 다 있구나 생각했지만. 지금은 B군을 믿은 게 잘 했구나 싶지요. 지금 저는 행복한 고양이가 되었으니까요. 생각하면 따뜻하고 함께 있으면 스르르 잠들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요. 젊은 시절에 만났던 수많은 멋진 남자, 근사한 남자, 다 필요없지 않나요. 지금은 이름조차도 기억 안나는 걸요. 하지만, B군은 내일 당장 헤어진다고 해도, 내가 죽을 때까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남자니까. 저는 손해볼 것이 없는 것이죠.
8. 용기를 내야할 때에요. 이렇게 Y님이 망설이는 이유는, 아마도 이것일 지도 몰라요. Y님이 먼저 그 분에게 반한 것이 아니어서. 하지만, 사랑은 한 사람에게 먼저 일어나기도 하고. 상대는 늦게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스파크가 튀듯 1초만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서서히 물들듯이 계절이 지나는 동안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그런 것이랍니다. 꼭 심장이 두근대고, 주변이 몽롱하게 돌아가는 듯 해야 사랑에 빠진 증거이지는 않아요. 손을 잡고 있으면 편하고, 힘들 때 기대고 싶고, 가끔 밉고 지겹기도 하지만, 어느새 또 자기도 모르게 만나러 가고... 그런 것도 사랑이랍니다. 현실의 사랑이지요.
9.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이라면 가장 로맨틱하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내일의 일도 예견하지 못하는 걸요. 특히나 사람의 감정은 어떻게 변할 지 모르지요. 그 사람의 잘못 튀어나온 콧털에도 3년 간의 로맨스가 종말을 고하기도 하는 걸요. ^-^ 끝은 내일이라도 와요. 그러니까, 지금 이 남자를 사랑하세요. 같이 있어서 행복하다면,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면, 이 남자를 사랑하세요. 같이 있어도 미안하기만 하고, 같이 있으면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같이 있으면 내가 못난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면, 그냥 이 남자를 보내주세요. 중요한 것은 Y님의 행복이지요. 사랑에 꼭 답할 필요는 없답니다. 내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같이 있고는 싶은데, 사랑을 모르겠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그 분한테 물어보세요. "사랑하고 싶은데, 모르겠어요.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세요." 대화를 하세요. 마음을 전하세요. 불안하면, 그 불안을 숨기지 말아요. 도와달라고 해요. 가르쳐달라고 해요. 무엇이든 같이 하세요.
10. 사랑한다고 해도 모든 불안이 사라지지는 않죠. 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어요. 불안하니까, 혼자가 아니라 둘인 거에요. 혼자 불안한 것보다, 나처럼 똑같이 불안해하는 사람이 내 옆에 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내가 불안하면 상대도 불안해요. 서로 안아주세요. 그 사람에게 불안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요. 그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리고, 끝이 있다는 걸 인정해요. 물론, 이 남자와 결혼하거나, 평생 사랑하거나, 죽음이 올 때까지 헤어지지 않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금방 끝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지금 Y님의 사랑은 지금 뿐이랍니다. 내일이면 Y님은 다른 사랑을 할 테니까, 지금의 사랑은 지금 사랑하는 이 남자에게 주어요. 이 남자가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헤어지세요. 그리고, 차라리 혼자가 되세요. 이 남자의 사랑이 진짜인지 아닌지 너무나 의심스럽다면, 언제나 질문하세요.
나를 사랑하나요, 어떻게 사랑하나요, 얼마나 사랑하나요. 이렇게 묻는 것은 제 가슴의 상처 때문이랍니다. 당신의 사랑이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또 잃어버릴까봐 두려워요.
저는 B군에게 수십번, 수백번 물어보았답니다. B군이 지칠 때까지요. 진지하게 묻고, 장난스레 묻고, 불시에 묻고, 졸릴 때 묻고, 잠에서 깼을 때 묻고, 울면서 묻고... 어휴, 내가 남자라면, 도망갔을 것 같네요. ^^
그렇다고 저처럼 남자가 지겨워 도망갈만큼 묻지는 말고요.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가끔 물어보세요. 나를 어떻게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 필요하죠. 여자는 사랑의 확인이 필요한 동물이니까요.
만약 이 남자가 그 확인을 못해주면, 헤어지고 다른 남자를 만나보아요. (헤어지기 전에 딴 남자 만나면, 나쁜 여자 등극! 만약 그런 전례가 있다면 절대 들키지 말 것!)
그건 나쁜 게 아니에요. 이 남자의 정답이 나에게는 정답이 아닐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 확실하게 Y님을 사랑하고 있잖아요.
Y님이 이제는 용기를 낼 차례가 아닌가 싶어요.
11. 정답은 없지요. 노력해보아요. 그것 뿐이랍니다. 제가 B군과 잘 만나고 있지만, 어느날, 어, 이건 사랑이 아니었나봐, 하고 벌떡 일어설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 사랑은 이래서 다르고, 저 사랑은 저래서 다르고. 사랑은 모두 다르지요. 내가 같은 남자 만난다고, 내 사랑이 늘 똑같은 것도 아니지요. 어떤 날은 아, 나는 이 남자와의 섹스가 좋아서 만나는구나, 싶다가요. 또 어떤 날은, 아, 나는 이 남자의 배려가 감동스러워서 만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우와, 이 남자 정말 지겨워, 싶기도 하지요. 그게 사람이고, 그게 사랑이랍니다.
12. 멍하니 끌려가는 것보다 고민하는 철학자가 낫지 않습니까. 나는 나쁜 여자야, 라고 속단하지 마시고. 오늘부터라도 나의 사랑을 찾아보아요. 오늘부터라도 기준을 세워보아요.
저에게 사랑은...
서로 성장하게 해주는 에너지랍니다.
그리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졸리고 그러다가 섹스가 하고 싶고, 배가 고프고, 맛있는 게 함께 먹고 싶어지는 것이랍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지, 싶고...
Y님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요.
이제부터 만들어나가세요.
누가 될 지 모르겠지만, 한 남자와 함께 말이지요.
그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세요!!!
# by | 2008/11/21 19:27 | LOVE&MEMORY(~100th)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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