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4th prescription

M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전에 사겼던 남자와의 나쁜 기억이 저를 자꾸 괴롭힙니다. 그나마 요샌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남자친구와 깊은 스킨쉽을 하기가 두렵다는 겁니다. 예전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저는 첫경험이었는데, 대화나 데이트보다 스킨쉽이 위주가 되었을 정도로 너무 심해서 전 그런 기억들이 굉장히 불쾌하게 남아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성에 대해 알았다면 그런 요구들은 거절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게다가 스킨쉽이 깊어질수록 이 사람 마음이 멀어져간다고 느꼈었어요. 그래서 지금 남자친구와도 스킨쉽이 깊어지면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워요. 지금 남자친구와는 사귄 지 1년이 아직 채 되지 않았는데, 딥키스와 포옹 정도 외에는 더 이상의 스킨쉽은 하지않고 있고, 저의 거절하면 남자친구는 저를 위해서 참아주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저는 지금 남자친구와 미래를 함께하고 마음 먹었는데, 속마음은 결혼해서 이 사람과 잠자리를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잘 모르고 휩쓸렸던 지난 연애보다, 천천히 쌓아가는 지금의 연애가 전 더 편하고 좋은데, 저 괜찮은 거겠지요?





사람들은 섹스를 너무 간단하고 쉽게 생각합니다. 단순한 결합 방식이자 과격한 피스톤 운동이 다라고 생각하는 남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섹스를 사고 파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지 서로 동의하면 할 수 있는 스포츠나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섹스는 그 가치관의 깊이나 모양, 의미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만약 M님이 섹스를 소중하고 특별한 단 한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똑같이 생각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M님이 지난 기억 때문에 섹스에 대해서 아직은 거부감이 들고 나쁜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아직 M님의 마음 속에서 성에 대한 꽃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생각과 좋은 경험을 쌓아나가면, 성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과 경험도 좋은 쪽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남자친구는 과연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까요?

섹스에 대한 가치관은 몇백번을 고쳐 대화를 나누어도 부족함이 없답니다. 특히나 성담론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들도 섹스에 대한 여러가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고추 따먹자, 고추 좀 보자" 하는 장난을 당하고 자라지요. 그리고, 커서는 크기를 비교당하고, 마스터베이션을 죄악시하는 시선 때문에 성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며, 각종 폭력적인 포르노와 동영상을 통해 왜곡된 성관념을 가지게 되기 쉬워요. 그리고, 다른 여성 어른들로부터 원치 않은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납니다. 온갖 잘못된 성에 대한 가쉽과 잘못된 가치관들이 주변에서는 넘쳐나지요. 성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하고 충분히 알고 올바른 성관념을 가지기가 정말로 어려운 환경이라는 겁니다. 제대로 된 성교육 프로그램도 갖추어져있지 않고 말이지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페니스를 가진 모든 남자들을 잠재된 성범죄자인 것처럼 교육하는 시선들도 있지요. 성은 건강해야 하고 성은 밝아야 하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섹스는 일상의 영역으로 내려와야 하고, 성담론은 조금 더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매체에서조차 젊은이들의 성은 물론, 결혼한 사람들의 섹스나 바람, 불륜, 나이든 사람들의 성은 희화화되기 쉽상이죠. 이런 시선들이 우리사회의 성을 병들게 하고 욕구불만으로 몸부림치게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성에너지가 흐르게 합니다. 만약, 남자들이 이런 시선과 폭력에서 먼저 해방된다면, 여자들 역시 남자들에 의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일이 없어질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내 손으로 이 사회의 성담론을 뜯어고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성은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만큼은, 외부의 성담론과 개인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몸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몸으로 치유되도록 되어있답니다. 같은 키스, 같은 포옹, 같은 섹스지만, 어떤 가치관과 어떤 사랑을 가진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 의미로 M님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 역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섹스에 대한 가치관이 수백번도 더 바뀌었답니다. 제가 받은 상처들 때문에,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상대를 먼저 상처주어야 한다고 다짐했었던 적도 있고, 이것은 의미없는 유희일 뿐이라고 저 자신을 세뇌하기도 했었어요. 세상에 사랑은 없고 남자들은 머리 속에 섹스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요. 모든 섹스란 다 똑같고 같은 몸이란 오래 되면 질리게 마련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은 그런 것이 아니었답니다. M님도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이해에 다다르고, 두 사람이 꿈꾸는 궁극적인 행복의 순간에 다다를 수 있을 거에요. 그 때가 되면, 과거의 상처 따위 아무것도 아니게 된답니다.

대화하고 연구하세요. 연습하고 노력하세요. 가치관은 개인에 따라 다 다르답니다. 만약 결혼 이후에 두 사람의 몸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어본 뒤, 결혼 이전에라도 서로의 몸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어느 쪽도 잘못된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기만 하면, 두 사람만의 정답이 바로 그곳에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통해 누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이지요. 섹스는 한번 그 사람과 몸을 마주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한 사람과 백번을 해도, 이백번을 해도, 늘 섹스는 다른 느낌이랍니다. 서로 다른 체위 백가지를 알고 할 수 있다면, 다음 날 또 다른 백 한번째 체위를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랍니다. 사람의 몸은 신비로운 것이고, 사랑은 그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거든요. 좋은 매체를 찾아서 섹스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고민도 하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면, 세상에서 흔하디 흔하게 소비되는 성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찾게 되실 겁니다.

더 많이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전혀 조급할 것이 없답니다. 마음 속에서 의문이 생기거나 욕구가 생기면, 조금씩조금씩 그것을 남자친구와 나누도록 해보세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충분히 물어보고 그 대답을 들어보세요. 부디 더 행복해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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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 | 2009/01/04 14:01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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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1/04 22: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엘 at 2009/01/04 22:35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상호 이해에 이른 다음에는, 본능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 해요. 사실 정말 위로가 된다고 하신 그건, 제가 겪어서 그런 거에요. 정말이랍니다. ^-^
Commented at 2009/01/04 2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엘 at 2009/01/05 00:53
그래도 사랑은, 다른 일보다는 보답이 돌아오는 편이란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at 2009/01/07 12: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엘 at 2009/01/08 18:30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가 지루해지거나 물린다고는 해도, 그 의미가 변하지는 않겠지요. 커뮤니케이션도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변화를 가져야할 지 언제나 공부하고 노력해야겠지요. 사랑의 여신이라니, 부끄러워 죽을 것 같네요.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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