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th prescription_몇년째 그의 어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K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24살의 여자 K입니다. 같은과 오빠를 좋아한지 3년 쯤 되었고, 고백은 못했지만 친하게 지냈어요. 2년 전 오빠는 다른 친구와 사겼고 저는 힘들었죠. 저는 그동안 어학연수를 갔다왔고, 가끔 오빠에게서 연락이 있으면 힘들었어요. 얼마 전 우연히 우리는 같은 동네에 살게 되었고, 저는 마침내 고백을 했는데,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였죠. 그런데, 저의 고백은 오빠가 저에게 예전에 저와 사귈 뻔도 했었다는 둥 그런 말들을 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는 키스하고 깊은 스킨쉽도 했죠. 오빠는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 그냥 오빠동생으로 지내자 사이를 왔다갔다 했지요. 저는 미칠 것 같았지만, 연락은 하지 않았는데, 그가 나를 단지 갖고 놀았다는 것을 알겠고, 가끔 어장관리차 연락온다는 것도 알아요. 

저는 너무 힘들고 죽을 만큼 괴롭고, 이렇게까지 놀림 당해도 여전히 그가 보고 싶어지는 제 자신이 싫어요. 

도와주세요.










K님, 일단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를 '(연애에 있어서의) 쓰레기'라고 명명하는 일입니다. 두번째로 할 일은, 그의 여자친구를 비웃는 일입니다. "넌 그런 개념불량과 사귀고 있으니 참 불쌍하구나. 얼른 정신차리렴."

K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K님의 고통스런 지금 상황을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원래가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못하며, 원래의 마음은 K님을 뜨겁게 사랑하고 있으니, 말할 수 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K님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단지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며 작별의 키스를 남긴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는 알량한 인기를 빌미로, 자신에게 호감있는 이성들을, 오빠동생, 선후배 라는 이름으로 관리하고 있는 허접한 어장의 관리인일 뿐이에요. 게다가 그는 여자친구도 관리하고 있지요. 저는 그가 여자친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단지 자신이 여자친구도 있는데, 친한 여자 후배들도 많고, 걔중에는 가끔 스킨쉽까지 허락할 정도로 자신에게 미쳐있는 팬도 있다는 것에 취해있을 뿐이에요. 그는 좋은 남자가 아니에요. 백번 말해도 상관없어요. 그는 나쁜 남자입니다.

K님이 그를 보고 싶어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랍니다. 그와는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았고, 끝나지도 않았거든요.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되었단 말이야, 하고 궁금해지는 심리일 뿐이에요. 누구라도 흐지부지한 연애 사건에는 미련이 남고, 궁금증이 남고, 도대체 그 순간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정의내리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게 되어요. 저 역시 그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어쩌다가 좋은 분위기로 흘러가게 되었고, 그가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절절한 고백을 하고, 휩쓸리듯이 스킨쉽도 하고, 그 다음엔... 다음날 정신을 차리면,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애인이고, 나는 잠시 이용당한 것 뿐이죠. 그래도, 찰나의 따뜻한 기억 때문에 쉽게 그를 미워하지도 못해요. 시간이 아주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욕을 할 기분이 되죠. 시간이 흐르고 나도 여전히 나는 혼자니까 말입니다. 크게 외쳐봅시다. "쓰레기 같은 자식. 시베리아 가서 귤이나 까먹어라.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새끼. 그런 너도 좋다고 붙어있는 여자친구는 완전 불쌍하다."

그는 여자라면 누구라도 따뜻함에 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K님의 호의를 이용해서 좋아하단 말을 유도해내고, 그를 핑계삼아 자신도 그 감정에 빠진 듯 스킨쉽을 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도망갔지요. 그런데도 K님은, 그에게 화를 내거나 지랄하지도 않고, 귀찮게 연락하지도 않고, 여자친구 앞에 나타나서 '경멸과 연민의 눈빛'으로 쏘아보지도 않고, 그를 편안하게 내버려둘 뿐이지요.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단지 자신이 잘났고, K님이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을 거에요. 심지어, 가끔 연락해도 K님은 연락을 받아주니 더더욱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겠죠.

K님, 친절하고 만만한 팬이 되지 마세요. K님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 오빠 하나 없다고 내 인생에 무슨 큰일 생기겠나요. 기회만 된다면,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나쁜 욕을 하나 해주세요. 그는 그럴 만 하니까요. 그리고, 연락이 오면, 그냥 먹어요, 우적우적. 그래도 연락오면 연락하지마, 라고 해요. 욕을 하고 난 뒤(굳이 직접 하고 싶지 않다면, 마음 속으로라도 크게 외쳐요)에 마주치면, 그냥 예의를 갖추어 인사만 하세요. 그 사람 인생을 상관하지 마세요. 무시하세요. 시간이 흐르면 더 이상 욕할 가치도 없어져요. 그저 없어지는 거지요. 기억 속에서도 스르르.

정말로 죽을 만큼 괴롭나요? 그럼 죽지는 말고, 죽을 각오로 다른 사람을 만나보세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좋아지지 않아도 데이트만 해보세요. 단지 연습해보세요. 내가 더 좋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대접받을 수 있나 확인해보세요. 나는 그에게는 물고기 한마리에 불과했지만, 어떤 사람에겐 공주님이 될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나의 사랑을 기다리며 엉뚱한 어장에서 울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K님은 그를 찾아나서야지요. 마냥 기다리면서, 마음 속의 상처가 아물기만 기다리면, 절대로 그 상처는 빨리 아물지 않아요. 차라리, 다른 곳에 다른 상처를 내는 것이 낫죠. 그래서 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는 겁니다. 저 역시 정말로 나빴던 상처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극복해냈거든요. 그건 나쁜 게 아니에요. 상처를 하나 극복해내면, 다음에 생기는 상처는 그보다 더 빨리 치유할 수 있어요. 인간의 마음은 생각보다 강하거든요. 그래야 진짜 사랑을 마주쳤을 때 흔들리지 않고 그걸 다 감내해낼 수 있거든요.

K님은 이제 겨우 스물넷이잖아요. 서른넷도 아니잖아요. 더 많이 뛰어들고, 더 많이 상처입고, 그 상처를 극복해내고, 더 강한 사랑을 하는 겁니다. 그 사랑은 스물다섯에 올 수도 있고, 서른에 올 수도 있고, 서른 둘에 올 수도 있어요. 시간은 온전히 K님 편이랍니다. 언제가 되었든, K님만 다른 사람의 관심을 관리하는 어장녀가 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단지 진실하게 모든 인간관계를 쌓아가세요. 나쁘고 거짓된 관계가 눈에 보이면 조용히 물러나면 되는 거랍니다. 지금은 잘 되지 않아도, 노력해보세요. 제가 빠져나왔던 것처럼, K님도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지금 일어서세요. 응원할게요!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소개팅 서바이벌>

<HOW2LUV: 파티 서바이벌>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SilverRuin 2009/01/17 17:24 #

    세상엔 정말 나쁜 X가 많군요 (...)
    K님, 남자가 봐도 저 남자는 쓰레기니 잊으세요!
  • 라엘 2009/01/17 17:27 #

    제가 겪은 놈들은 더한 놈들도 많은데요, 뭘. 언젠가는 나쁜 남자 시리즈를 써보고 싶어요. 다들 피해가시라고 말이죠.
  • 2009/01/17 17: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엘 2009/01/17 18:24 #

    나쁜 남자는 그냥 무시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대신 이마에 나쁜 남자라는 빨간 딱지를 붙여놓으면 좋겠어요. 못난 여자는 남이라도 좀 정신 차리라며 찰싹찰싹 엉덩이 때려줄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다면 좋겠어요. 여자가 너무 착해서 당하고 있으면 저는 울화통이 터져서 말이죠.
  • 케이스 2009/01/17 23:23 #

    '...시베리아 가서 귤이나 까먹어라...'<--- ㅋㅋ완전웃겨여 ㅋㅋ 저작권(?) 등록된거 아니면 저도 써먹고 싶네요^^ㅋ
  • 라엘 2009/01/18 00:24 #

    아 이거 제가 만든 게 아니고 어떤 광고에서 그러더라구요. ^ㅅ^
  • 맑음뒤흐림 2009/01/17 23:40 #

    K님, 10년 후에도 똑같은 상황에서 고민하고 있을 자신을 상상해 보시고, 이제 10년을 되돌려 운명을 바꾸어 보세요!
  • 라엘 2009/01/18 00:28 #

    오오 뭔가 강력한데요.
  • 2009/01/18 22:5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엘 2009/01/19 18:36 #

    여자친구분도 피해자지요. 그 여자친구분을 욕하거나 비난하기 위한 의도로 이런 처방전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기실 저는 그 여자친구분을 알지도 못하지 않습니까. 그 여자친구분은 아마 이 사실을 알면 더 화가 나거나 분개하거나 할 지도 모르지요. 정말로 그 여자친구분을 찾아서 화를 내거나 비난하거나 하면 안되지만, K님의 답답한 마음을 위해서는 혼잣말로 소리칠 수 있는 어떤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K님에게 지금은 제가 편이 되어드려야 하는 것이 맞고, K님은 다시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똑같은 실수를 하기도 하니까요. 모든 연애가 상식선에서만 이루어지면, 상담소도 필요없겠지요.
  • 시크토깽이 2009/01/19 09:11 #

    K님. 덧글을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다른걸 떠나서 임자있는 사람에게 고백을 했다는 것이 가장... 아닌 것 같네요. 임자있는 사람들의 태도는 저 위의 쓰레기처럼 니가 나 좋아해? 나 오는여자 안막아, 스타일과 확실하게 거절하는 부류로 나뉘는데 후자가 더 많겠지만 앞서처럼 나왔을 경우를 생각해 보셨어야죠. 님이 뭐가됩니까? k님이 뭐가 모자라서 저런 인간말종에게 매달려야 하나요? 스스로를 좀더 소중하게 여기세요. 턱을 치켜들고 너같은 쓰레기따위 ㅋㅋ 하면서 걷어 차버리세요! 지금의 상황, 너무나 답답하고 정말 그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정신차리세요!!!!!!!!!!!!!!!!!!!!!!!
  • 라엘 2009/01/19 18:38 #

    제 생각엔, 당시에 남자가 그렇게 유도했고 분위기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님도 지금은 마음을 다 잡으셨을 거에요. 우리는 다만 응원하도록 합시다. ^-^
  • 雅人知吾 2009/01/19 18:19 #

    나쁜 남자 시리즈, 기대하고 있겠읍니다. 조만간 보여주세요.
  • 라엘 2009/01/19 18:39 #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것 같은 기상천외한 나쁜 남자들이 많답니다. 뭐... 언제 정리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 꿈꾸라 2012/08/25 08:44 #

    ㅎㅎㅎ 정말 최고입니다. 시원하게 들으니 속이 후련하군요..ㅎㅎ
    저도 속으로 아주 크게 외쳐봅니다. 시베리아 가서 귤이나 까먹어라..근데 귤조차 아깝다..ㅋㅋㅋ
    정말 엘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2012/08/27 22:59 #

    귤 비싸요. 귤 아깝죠. 저는 귤 정말 좋아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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