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th prescription_여자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C님 :

(아래는 전문입니다.)

1.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저는 여자친구를 사귀는 유일한 방법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보통 여성들은 친하지 않은 남자가 접근하면 오히려 경계하고 싫어하게 되니까요.

2. 또 연애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저는 여성들의 상냥함, 세심함, 부드러움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여성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요.

3. 문제는 제가 여자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데에 있다고나 할까요. 어렸을 땐 거리낌없이 여학생들과 쉽게 친해지곤 했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그럴 기회도 거의 없고, 또 여자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남자와 친해지기보다는 여자들끼리만 친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4. 저처럼 남자의 몸을 가진 사람이 여자들의 우정 공동체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에게 '낯선 이성'이 아닌 '친한 친구'로 여겨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나이가 드니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고민도 하게 되네요. 역시 어른이 된다는 건 참 괴로운 일인가 봅니다.





C님, 엘입니다.

이성과 분리되어 자라는 문화다보니, 우리는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게 됩니다. 남자라고 모든 남자를 다 알 수는 없고, 여자라고 모든 여자를 다 알 수는 없잖아요. 인간은 다 다르니까. 성별에 따라 특정한 경향성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C님이 누군가와 친구도 하고 연인도 하고 싶다면,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나만의 인간관계 기준을 하나씩 정립하는 연습부터 해야 하죠. 

어딜 가도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고, 집단의 성격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아이덴티티와 태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잘 관찰하시고, 많이 경험하시고, 부대끼고 고민하며, 인간을 알아가세요. 

위 질문의 순서대로 답 드릴게요.   

1.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루트만이 정답일 리 없죠. 많은 여성들이 낯선 남자에게 이성적인 관심과 호감을 느낍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커플들도 있지만, 전혀 낯선 남자와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하죠. 첨에 안 친했는데 어떤 계기로 애매한 지인이 절친이 되기도 하잖아요. 연인 탄생의 찰나도 한정할 순 없습니다. 

물론, 친하지 않은 사람이 갑작스레 접근하면, 그게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경계를 하지요. 하지만, 정중하고 예의를 갖춘 태도와 여유있는 미소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낯선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경계를 늦추게 되고, 상대에 대해 막연한 호의를 가지고 관찰하게 되지요. 

타인들끼리 만나면, 적인가 아닌가, 연락을 유지할 가치가 있나, 흥미가 생기나 고민도 하고, 인상이나 느낌에 대한 호불호도 생기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기울면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주려고 할테고, 그러다보면 친구도 되고 연인도 되고 지인도 되겠죠.  

2. 저도 여성들의 상냥함과 섬세함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갖춘 여성들이라면, 저도 친구가 되고 싶어요. 상냥함과 섬세함은 장착하기 어려운 덕목이라서, 누구라도 그런 덕목을 갖추었다면, 여자든 남자든 본받고 싶네요. 하지만, 모든 여성들이 상냥함과 섬세함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세요. 

3. 저도 나이가 들고 나니, 여자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일단 주변에 여자가 없고요. 동호회나 직장이나 학원이나 커뮤니티가 아니면, 이성은 커녕 동성도 만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여자들끼리만 친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 나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가 별로 없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친구들은 모두 남자들이거든요. 여자친구들은 취직하고, 애인 생기고, 유학가고, 결혼하고, 애 낳고 하면서 점점 멀어지더라구요. 

남자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동네 친구였는데 대학 가며 갈라지고, 대학 친구였는데 일하는 분야가 달라지니 갈라지고, 직장 동료였는데 퇴사하니 갈라지고, 같은 업계 동료였는데 창업하며 갈라지고, 총각들끼리 잘 놀다가 유부클럽 가니 갈라지고, 애 낳으니 또 애들 네트워크로 새로운 인맥이 생기고, 어릴 때는 이사 가며 갈라지고, 유학 가니 연락처 끊어지고, 이민 가니 갈라지고. 애들 어릴 땐 가까웠는데 다 크고 나니 학부모들하곤 또 만날 일이 없고. 뭐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중요한 게. 자신의 삶 안에 어떤 가치들을 조화롭게 배치할 것인가. 당신이 만약 음악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에 끌릴 테고, 소셜 댄스를 즐긴다면 매일밤 어떤 파티에 갈까 고민할 테고, 산행이나 마라톤을 즐긴다면 운동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질 테죠. 

언제라도 사라지고 달라지는, 학연, 지연, 직장연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반영하는 활동들로 내 삶을 채워야 진짜 내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리고 정말로 여자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여자들이 많은 곳으로 가세요. 직장, 동호회, 각종 소셜 모임, 학원, 학교 등을 살펴보시고, 호감이 가는 여성분을 만나면, 차를 마시자거나 밥을 먹자거나 데이트를 신청하세요. 물론, 데이트가 이루어질 때도 있고, 거절당할 때도 있지요. 거절 당하는 것에 너무 좌절하거나 신경 쓰지는 마세요. 그저, 묵묵히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서 전진하시면 됩니다.

4. 여자들의 우정 공동체에 남자가 친한 친구로 편입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 두어 가지가 있는데요. 첫번째는 예전부터 친했던 경우. 동창이라거나 동문이라거나 같은 과나 같은 학원, 동네 친구, 교회 친구라거나 해서, 무엇인가 서로에게 공통적인 바운더리가 있는 경우고요. 

두번째는 남자가 남여공통 취미나 혹은 여초 동호회에 참여하여 함께 어울리는 경우고요. 

세번째는 이미 있는 여성 그룹에서 그 중 한 명을 좋아해서, 자신의 남성적 욕망을 숨기고, 여자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화제를 가지고 위장 편입하는 경우. 보통 얼마 못가서 그 정체가 들키고 말지만요. 

가장 바람직한 친구 모임이라고 한다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적당해서, 서로서로 이성적 호감이 다양하게 엇갈리는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는 모임이겠죠. 이런 쪽이 이성 간의 성적 에너지가 팽팽하게 감지되어 재미가 있지요.

하지만, 친구일 때의 친밀함과 예비 연애상대와의 친밀함은 구별해야 해요. 이런 구별이 없으면 프로포즈 했을 때 상대의 이런 반응을 예상할 수 있죠. "어이, 친구끼리 왜 이래?" 결혼해서 섹스리스 부부들이 고민하는 "어이, 가족끼리 왜 이래?" 와 같은 맥락입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할 때, 내 마음을 얼만큼 표현하고 내어줄 지 잘 고민하고 균형을 맞추셔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나와의 관계에서 베너핏만을 똑 떼먹는 이성을 만나서, 친구도 아니고 오빠동생도 아니고 연애상대는 결코 아닌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주기만 하는 스폰서 혹은 서포터 활동을 하며 이성 전체를 혐오하는, 불쌍한 남자아이들, 여자아이들이 참 많거든요. 나중에 날 이용했어, 날 갖고 놀았어, 라고 한탄하지 않으려면, 상대와 균형잡힌 인간관계를 하고 있나 늘 경계해야 하지요. 

C님께서 여자친구를 원하신다면 여성회원들이 다수 가입하는 동호회 활동을 해보시면 어떨까 해요. 예를 들어, 스윙 동호회라든지, 라틴댄스 동호회라든지, 이런 커플 댄스를 주로 하는 동호회는,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수개월마다 한번씩 남녀 회원을 일괄 모집하기 때문에, 집단 내 여성들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죠. 동호회이기 때문에 일부러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춤을 함께 즐기면서, 말도 걸기 쉽고, 함께 밥이나 차를 마실 명분도 많고, 동호회 내의 선후배로서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이성 친구를 만나기에는 가장 훌륭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물론, 소셜 댄스 동호회 뿐이겠습니까. 남자와 여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 동호회는 정말로 많답니다. 

그리고, C님 같은 고민은 누구라도 하는 고민이죠. 저도 남자친구가 없을 땐,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나 고민하죠. 그럴 때면 별 수 있나요.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고, 동호회에 나가고,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소개팅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파티라면 용감하게 참석하고. 누군가를 만나려면 무조건 움직이는 수 밖에. 기다리기만 해서는 청춘, 훅 가니까요.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소개팅 서바이벌>

<HOW2LUV: 파티 서바이벌>












(2014년 12월 19일 리라이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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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02/23 04: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엘 2009/02/23 15:25 #

    monocell님의 리플입니다!!!

    라엘님 안녕하세요?
    이 블로그 좋네요. 제가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었네요. (특히 여자들의 심리에 관해)

    제가 라엘님은 아니지만, 이분 상담 내용에는 댓글을 달고 싶어졌습니다.
    (주제넘게 나서는 것 같아서 우선 비공개로 다는데, 라엘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면 공개로 전환하든지 하죠. 음...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차라리 라엘님께서 내용을 복사해서 옮겨주셔도 좋겠네요.)

    C님께서는
    여자들의 우정세계에 진입하고 싶으신 진짜 이유가 1번에서 말씀하신대로 거기에서 연인을 찾고 싶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는 가정하에서 글을 씁니다.

    제가 볼때는 그런 접근법은 잘해봐야 '남자로는 보이지 않는 좋은 오빠'로만 남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 있어서 압니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건 결국 남자가 남성성을 지니고 그 매력을 어필해야 가능하지, 그냥 여자들 곁에 오래 머물러 있다고 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하면 여성화되어 남성적 매력을 잃을 수도 있고요.

    이런말하면 sexist라는 말 들을지 모르지만,
    여성성은 공감능력, 부드러움, 섬세함 등의 매력적인 부분도 있는 반면 감정기복, 불안함, 수동성 등의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남성성은 거칠고 투박하며 배려를 못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적극성, 결단력, 안정감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저역시 물론 여성성의 매력을 좋아하지만, 그걸 가지기 위해 제가 여성화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차라리 저의 남성성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그걸 가지지 못한 여자들을 채워주고 싶지요. 상대방 여자분은 여성성의 장점으로 저를 채워주겠죠.

    다시 원래 내용으로 돌아와서,
    라엘님 말씀대로 남/녀 비율이 비슷한 단체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요, 우선 그 모임의 남자들와 먼저 친해지세요. 사실 싱글들 많은 모임이면, 다들 어느정도 '흑심'이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여자들한테만 먼저 찝적대는 사람은 남자들한테 찍혀서 따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 케이스 많이 봐왔습니다.

    남자는 일단 남자들 주위에 있어야 자신의 남성적 매력을 깨닫고 그걸 발산하게 되더라고요. 남자들간의 무의식적인 경쟁심리 때문에 그렇기도 한듯... 그리고, 그런 모임에서 여자들이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말은 안해도 다 머릿속으로 남자들 평점매기고 있겠죠.

    그냥 우선 남자들과 친해지고, 그 사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모임의 목적에 맞는 활동 열심히 하시고요. 같은 남자가 봐도 '저넘 괜찮다' 싶게. 그러면서 괜찮은 여자분이 있나 티내지 말고 찾아보세요. 그런 혼성모임에서 남자가 봐서도 괜찮다 싶은 사람이면, 여자분들도 님을 나쁘게 보진 않을겁니다. 님이 좋게 보는 여자분이 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이게 좀 어렵지만.. 여자들이 호감있는 사람한테는 알게모르게 신호를 보내더라구요. 잘 모르면 주변에 경험많은 남자분한테 해석을 부탁할 수도 있고요) 그때 개인적으로 접근해서 데이트신청 하세요.
    무작정 괜찮다 싶으면 데이트신청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런 모임에서 이사람 저사람 들이대다가는 여자들의 정보네트워크에서 찌질이로 찍힐 가능성이 크니까 최대한 성공률을 높여서 한명한테 승부를 거시길 추천합니다.

    저역시 아직 싱글이고, '좋은오빠'소리만 많이 들었을 뿐 제대로 된 연애는 거의 못해봤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그리고 주변에 여자가 달라붙는(?) 남자들을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그럼, 건승하시길~
  • monocell 2009/02/23 22:42 #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라엘 2009/02/23 23:08 #

    너무 맞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다른 분들도 많이 보셨으면 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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