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th prescription_전 사랑했을 뿐인데 제가 뭘 잘못했나요

Y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제가 연애과정에서 무얼 잘못했고, 지금 헤어지고 난 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친구의 소개로 전 여자친구를 만나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친해져서 금방 사귀게 되었죠. 그러다가 한달이 좀 넘는 기간 동안 여러번 싸우고 지금은 헤어진 지 일주일 정도 지났습니다. 저는 여자친구와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고 싶었고, 여자친구는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기를 원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소중한 시간도, 여자친구는 혼자서 맞고 싶어했고, 저는 함께 하고 싶었지만, 여자친구의 의견을 존중해주었지요. 그러나 여자친구와 새해 인사 통화를 하는 중에 문제가 생겨 그 일을 계기로 그녀는 화를 냈고, 저는 몇번이나 사과했는데, 결국 여자친구는 저와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이후에도 그녀는 전부터 했던 약속을 아프다고 어기는가 하면, 그 시간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기도 했구요. 헤어지던 날,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놓고 아픈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저는 그녀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제가 '자신'을 사랑한 게 아니고, '여자친구라는 이미지'를 사랑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한달 만에 사랑하게 되는 게 가능하냐고 하며. 그리고 우린 헤어졌죠.

저는 아직도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사랑한 건 단지 이미지였을까요. 저는 그녀가 좋았고, 잘 해주고 싶었는데, 거부당하고 나니, 전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어야 할 지 고민스럽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제 태도의 어디를 고쳐야 할까요. 어떻게 이 고통을 잊을까요.








Y님, 엘입니다. 

모든 연애가 해피엔딩으로만 끝날까요. 모든 연인들이 사랑하기만 할까요. 사랑은 어느날 갑자기 싹틀 수 있지만, 영영 싹트지 못할 수도 있죠. 

연애는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지 서로에게 기회를 주어보자는 사회적 약속이지요. 운이 좋아 두 사람의 감정이 비슷비슷한 수준으로 자라난다면,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질 테지만, 감정의 속도가 다르면 곧 관계의 균형은 깨어지죠. 그래서, 연애 초기에는 감정 표현도 상대의 반응을 보아가며, 적절하게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정서적 수용 능력은 다를 수 있고, 애착관계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애정표현은 낯설고 무거운 감정노동일 뿐이니까요. 

연애하며 동시에 뿅! 감정 진도가 맞아지긴 힘드니까, 먼저 사랑을 느낀 사람이 상대를 감화시키는 고생은 감수해야 합니다. 어쩌겠어요. 아직 모른다는데. 잘 가르쳐야죠. 너무 쏟아부으면 감이 안 오죠. 일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영문을 알 수 없죠. 

하지만, 감화가 안 되는 적수도 있는 법. 그럴 때는 지나치게 애쓰지는 말아요. 하늘을 감동시켜도, 남들 다 울고 나오는 영화에도 비웃음 달고 나오는 정서감각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연애 모드로 사귀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게 함정이죠.   

그러므로. 

연애한다고 반드시 사랑해야 할 의무가 생기진 않으니, 여자친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Y님 잘못은 아닙니다. 그녀가 연애하자는 프로포즈를 받아들였지만,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갑자기 싫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그녀가 당신에게 반하지는 않았다는 말이죠. SHE'S JUST NOT THAT INTO YOU. 

자신의 불타는 감정이나 열렬한 의지로 연애를 시작한 게 아니라면. 대부분이 그녀와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지켜보고 제대로 표현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사랑받고 관심받고 주목받는 것은 좋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와도 싫고,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안가죠. 그리고, 특별한 날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것도 유난스럽고, 당신과 밤을 보내는 것을 누가 알아도 못마땅하죠. 

하지만, 정중하게 "저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고 말할 여유도 연륜도 없죠. 그저 싫은 건 싫고, 자기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표현을 못할 뿐이고, 무엇인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지금의 연애로는 풀 수 없는 고민이죠. 아직 연애도 모르고 사랑도 몰라요. 알고자 몸을 던져 보지도 못했고, 밤을 새 고민도 못해 봤어요. 

그래서, 괜히 남자친구를 탓하죠. 사랑이 도대체 뭔데, 네가 날 뭘 알아서 사랑한다 만다야. 

Y님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랑은 진짜일까요. 그건 어떻게 알까요.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어떻게 설득할까요. 사랑의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에게 사랑은 그저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가는 삶의 방식이죠. 사랑하지 않고서는 사랑을 알 도리가 없죠. 사랑하고자 선택하지 않으면 경험할 수도 없죠. 막연하게 서 있으면 절대로 만져지지 않죠. 

사랑을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고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답니다. 너는 내가 아니라, 니 머리 속에 있는 이미지를 좋아할 뿐이야! 라고 말이죠. 어떤 위대한 철학자나 과학자라도, 아니 몇십년을 함께 산 부부라고 해도 타인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어요. 자신도 다 알기 힘든 걸요. 그리고, 사랑은 그저 에너지고 지향성인 뿐인 걸요. 

그녀가 Y님과 안 맞는 것 같다, 말했다면 아마도 진실입니다.

하지만, 서로 맞지 않는 이유가 Y님 잘못은 아니죠. 그저 우연히 서로 다른 사람들이었던 탓이죠. 그녀가 내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그녀가 한달 만에 사랑하는 게 가능하냐고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은 YES랍니다. 사랑은 0.5초 만에도 시작되어요. 만난 지 하루만에 키스하고 일주일만에 밤을 함께 보내고 한달만에 결혼하고 영원을 약속하기도 하지요. 두 사람이 믿는다면 분명히 사랑이에요. 불타오르듯 시작한 사랑이 평생을 가기도 하죠. 꼭 은은하게 신중하게 돌다리 두드리듯 천천히 가야 진짜 사랑이고 가치있는 사랑인 건 아니죠. 이런 사랑, 저런 사랑, 온갖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타인이 감히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사랑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에너지입니다. 첫눈에 반하기도 하고, 서서히 물들기도 하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좋아지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하지요. 내가 시간이 흐르면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인생은 늘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흥미롭지요.

Y님.

다음에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사랑에 대해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요. 사랑을 연구하고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가르쳐주고 사랑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길 바랄게요. Y님은 단지 그런 사람을 못 만났을 뿐이에요. 이 짧은 연애를 너무 오래 담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5년 2월 26일 리라이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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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리엘 2009/01/24 20:11 #

    연애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항상 느끼게 되요. 그래서 항상 무심코 말해 놓고서 후회하게 되기도 하고, 이제부턴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까먹게 되는 일도 부지기수고 말이에요^^;
    이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게 문제ㅠ_ㅠ 대부분은 이 고비를 못넘고 깨지는 듯 합니다.
  • 라엘 2009/01/26 22:50 #

    저 역시도 고비를 굽이굽이 넘고 넘어서 조금씩 나아지지요. 잘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2009/01/24 21: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엘 2009/01/26 22:51 #

    환상 좀 있으면 어떤가요.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연애인데 말이죠.
  • 2009/01/24 23:4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라엘 2009/01/26 22:52 #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보일 때가 있더라구요. 조금 더 모든 것들이 가라앉기를 기다려보면, 다 좋아지겠지요. ^^
  • apoptosis 2009/01/28 11:18 #

    엘님 설은 잘 보내셨나요~
    (이곳에 이런 덧글 달려니 Y님에게 좀 죄송하군요..ㅋ)

    정말이지 사랑은 많은 감각들을 마비시키죠..
    그래서 습관처럼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나 봅니다.
    "진정 나는 그의 무엇을 사랑하는가?"라고 말이죠...
    사랑의 흡입력이란 생각할수록 참 놀라워요...
    저도 Y님이 소통함으로 즐거운 사랑을 경험케 되기를 기원합니다..

  • 라엘 2009/01/28 15:27 #

    사랑을 알지 못하면 사랑을 의심하기도 쉽지요. 저는 이 분의 상담의뢰를 받고, 에단 호크 영화 [The Hottest State]를 떠올렸어요. 만약 두 사람이 이 영화를 봤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 雅人知吾 2009/01/29 15:58 #

    제가 딱 저런 경우였는데 고교시절에 엘님의 이글루를 알았더라면 잠 못 드는 밤이 좀 더 줄었을 것을.
  • 라엘 2009/01/29 16:11 #

    우어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정말로 꼬꼬마라서, 이런 걱정은 눈꼽만치도 해본 적이 없지요. 그저 장동건, 손지창, 신성우 오빠가 좋은 어린애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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