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8일
131st prescription
H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남친이 입대하고 제대하기까지 기다렸고 곧 천일을 앞두고 있었는데, 우리는 헤어졌어요. 남자친구는 성격좋고 제 짜증 잘 받아주고 술자리를 좋아하는 아이였고, 저는 친구가 많지 않고 짜증이나 불만, 투정이 많은 성격이지만, 주변에 비교해서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니에요. 저는 술문화 밤문화 다 싫어하고 남친 이외에 다른 남자에게는 절대 눈돌리지 않는 성격이지요.
어느날 남자친구의 미니홈피를 보다가 다른 존재가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고, 물었더니 남자친구는 처음에 부정하다가 결국 그냥 친구라고 얘기했어요. 게다가 그 아이가 남자친구에게 먼저 연락을 한 터라 조금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저에게 충실해야 한다 생각하고 연락을 끊었을 뿐이라고요. 저는 그가 제대한 지 얼마 안되어 이런 일이 일어난 데다가,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었던 터라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사귈 때 금연을 약속받고 사겼는데, 알고 봤더니, 그간 몰래 피면서 저에게 안핀다고 거짓말을 해온 것을 알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 지금은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는 나를 설득했지만, 저를 이기지는 못했고, 결국 그는 여행을 떠났지요. 저는 처음에는 우리 조금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자고 말하려다가, 그가 다음에 더 진실된 사람 만나라고 말하자 저는 속마음을 못 전했지요.
잘 헤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눈물이 나고, 내가 좀더 따뜻한 여자친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되었어요. 그렇지만, 그의 담배에 관련한 거짓말과 다른 여자의 접근에 흔들렸던 것과 그런 것을 나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부인했던 점, 내가 의심하도록 만든 점을 생각하면 너무 열이 받아요.
하지만, 그가 여행에서 돌아와 나를 만난다면, 저는 또 무너지겠죠.
1. 그는 나만큼 슬퍼할까요?
2. 제 성격이 많이 이상한가요?
3. 다시 만난다면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정말로 순수하고 사랑했었는데, 지금을 생각하니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르겠어요.
H님, 원래 이별 직후가 가장 그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랍니다. 현재의 감정 뿐 아니라 과거의 모든 자신의 감정을 다 가져와서 그를 생각하게 되니 어쩔 수 없는 시기이지요. 그를 미칠 듯 미워하고 미칠 듯 그리워하게 되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뜨겁고 혼란스러워진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보는 것이지요.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눈물도 참을 수 있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해요. 이별이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자신 안에서 결말이 나야 한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막연하게 시간이 치유해주기를 기다리라고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달라요. 저는 이별에 빨리 맞설수록 새로운 사랑도 빨리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에도 다른 분들께 비슷한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먼저 종이를 한장 꺼내요. 그리고, 그가 나에게 했던 거짓말들을 한번 적어보아요. 담배의 문제라든지 미니홈피의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은 그의 진심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일 수 있지요. 그는 술자리가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H님의 짜증이나 투정, 불만을 잘 받아주는 장점도 있어요. 하지만, H님이 만약 신뢰의 문제를 관계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친다면, 그는 용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지요. 그와의 관계는 어떠했나요? 행복이 더 많았나요? 문제가 더 많았나요?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생각해보아요. 두 사람은 평소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해왔나요? 서로의 마음과 기분을 배려하는 대화를 해왔나요? 쉽게 실수를 하고 사과를 못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았나요? 두 사람은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의 말이 격해질 때는 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멈출 줄 알았나요? 만약 그동안 남자친구가 H님의 짜증과 투정을 받아주는 과정에서, 자신을 늘 받아줘야만 하는 존재라고 인식해왔다면, 그는 자신이 H님에게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자신의 사랑이 보상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자신과 적극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다른 이성에게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죠. 진실은 남자친구만이 알고 있을 거에요.
그리고, H님과 그의 관계를 다시한번 뒤집어 보세요. 두 사람은 분명히 서로 오랫동안 사랑하고 의지해왔어요. 연애는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인내의 순간도 많지요. 그리고, 서로의 본질을 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오래 만나도 서로를 알 수 없지요. 그리고, 서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사랑을 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감정은 시들고 말지요. 열정으로 시작된 감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에너지가 약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연애의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랑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차가운 얼음을 얼리기도 해요. 사랑이 샘솟을 때 그 에너지를 저축해놓고 표현하고 서로를 감동시켜야만 하지요.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이 차가워지면 저축해놓은 사랑을 꺼내서 함께 손을 녹이고 서로 안아주어요. 누구나 연애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한 것을 잠시 잊기도 해요. 그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를 할 때는 언제나 사랑에 대해서 다시 되짚어보고, 사랑을 연구하고, 사랑한다고 더욱 표현하고, 노력해야 하는 거랍니다.
종이에 두 분의 관계에 대해서 글로 표현해보는 순서가 끝났다면, H님은 서로의 감정이 어떤 파고를 만들어왔나 볼 수 있을 거에요.
1. 당연히 그도 이별에 아파하고 있지요. 사람이라면, 사랑이었다면 말이에요.
2. H님은 성격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연애하면서 누구나 하는 실수를 했을 뿐이에요. 서로에게 더 많이 감사를 표현하고, 서로를 더 많이 챙겨주고, 서로를 더 많이 안아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사랑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아무도 연애할 때 사랑을 연구하고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으니까 몰랐을 뿐이에요.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본능 정도 뿐일 거에요. 사랑은 본능이기도 하지만 연애는 시스템이고 기술이죠.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돌이켜보세요. 그를 더 사랑하는 방법은 없었는지, 내가 변화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없었는지 말이에요.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마음이 되었다면 그것이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될 거에요. H님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3. 그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에게 진심을 전하도록 해보세요. 그 전에 H님이 그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로 두 사람이 소울메이트인지, 그가 H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편지가 되었든 만나서 차마시고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든, 마음이 가라앉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진심을 전하도록 해보세요.
다시 시작하자는 제안이 아니어도 좋아요. 다만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이라도 좋아요. 그동안 미안했다든지, 혹은 어떤어떤 일 때문에 너무나 상처받았었다든지, 앞으로 행복하라든지, 무슨 말이든 마음 밑바닥에 남아있는 말을 전하세요. 그리고 진심을 다해서 전했는데도, 그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정말로 끝난 거에요. 하지만, 그 때에도 진심을 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을 거에요. 만약 그가 다시 마음을 움직여 그 관계를 시작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사랑해야겠지요. 두 분의 문제는 해결된 채로 끝난 것이 아니고, 그냥 중간에서 뚝 끊어졌잖아요. 그가 바람을 필 수도 있는 사람인지, 그가 술자리를 줄일 수 있는지, H님이 짜증내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는지, 그가 담배를 완전히 끊을 수 있는지... 많은 것들을 점검하고 해결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할 거에요. H님이 이별을 선언한 것은, 본능이 그렇게 시킨 것이거든요. 대부분의 이별선언은 한번으로 족하니까,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도록 하세요.
# by | 2009/01/28 22:38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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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과 사랑의 비중은 어느것이 더 무거운지...
이별후 나의 아픔만큼 그도 아픈지..
사랑의 힘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지...
......
진정 나는 그의 무엇을 사랑하였는지....
사랑이란 참 어렵고도 재미있는 명제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