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9일
132nd prescription
B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20대 중반의 여자입니다. 예전 남자친구와는 몇년 동안이나 정말 사랑하고 좋은 관계였지만, 그는 섹스를 제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의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어려서 성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거절도 못했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몰랐고, 싫어도 싫은 내색도 못했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번만 참자, 고 생각한 적도 부지기수구요. 결국엔 제가 그 두려움과 수치스러움과 불쾌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헤어졌어요. 그는 저에게 "불감증이니 병원에 가봐라." "한달에 한두번에 말이 되냐, 일주일에 두세번은 해야한다" "결혼하고 나서도 그럴 거냐"는 말을 하기도 하고, "너는 왜 즐기지 못하냐. 나를 위해서 좋은 척을 하는 거냐"는 말까지 들었죠. 저는 그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까지 했었지만, 그는 저에게 상처만 주었어요. 세상 남자들은 다 똑같을 것 같고, 내 가치관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내가 앞으로 연애를 할 수 있을 지 고민했지요.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었구요.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그와는 전혀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저에 대해 하나하나 배려를 해주고, 아직은 욕구가 있어도 자제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와의 스킨쉽이 너무 좋습니다. 그런데, 저는 굉장히 불안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과 똑같아지는 것은 아닌지 해서요. 그를 믿었다가 또 상처받을까 두렵습니다.
B님, B님이 전에 만나셨던 남자와의 연애는 이제부터 기억에서 지우도록 합시다. 그는 21세기에는 참으로 갖기 어려운 성관념을 가진 희귀한 남자였네요. 모든 연인들은, 아니 부부라고 해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존엄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타인의 몸도 소중하게 생각해주어야 합니다. 인간이 존엄하고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당연한 문제이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섹스에 대해서 참으로 늦게 가르쳐주고, 얼굴 붉히며 가르쳐주고,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자주 가르쳐주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몸에 무슨 일이 닥치고 나서야, 고민하기 시작하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그에 대해서 변명을 하자면, 그는 아마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가 다른 누군가에게 구원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가 폭력의 역사를 끊을 수 있기를, 지난 날을 참회할 수 있기를 빌어줍시다.
B님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B님은 지난 어린 시절에는 미처 정립하지 못했던 성에 대한 자기 기준을 갖게 되셨나요? B님은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성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B님에게 섹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침대 위에서 지켜야할 매너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B님이 정말로 바라는 섹스는 어떤 것인가요? B님은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나요? 섹스를 하기 전이나 하는 중간에, 언제라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이제는 갖추었나요? 위생과 안전을 위한 안전장치들을 알고 있나요? 피임의 방법과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고 있나요? 남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아마도 B님은 위의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를 앞두고 있다면, B님은 공부를 하셔야 한답니다. 누구보다도 더 소중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제가 열거한 위의 질문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게 된다면, 똑같은 질문을 지금의 남자친구에게도 해보세요. 두 사람이 어떤 행위나 의식을 앞두고 있다면, 그에 대한 의미와 순서에 대해서 의논하고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만약 B님이 정말로 그 분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그 분 역시 B님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혼자서 답을 찾지 말고, 두 분이서 함께 답을 찾아나가도 좋아요. 섹스에 관한 한, 인권을 존중하는 섹스에 대한 개념이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아직은 소수만이 섹스에 대한 담론에 자유롭답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섹스에 대해서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딘가 왜곡되고 잘못된 담론에 익숙한 사람들이 더 많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성을 나누기 위해서, 공부하고 가치관을 정립하고, 또 지금까지 가져왔던 많은 지식들을 새롭게 하면서, 알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답니다.
섹스는 감추어진 담론이기 때문에, 사람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지식과 의미가 다 다릅니다. 상식이라는 선이 없다는 말이지요. 질문하고 답하고, 공부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해도, 서로의 성에 대한 가치관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충분히 이미 섹스를 즐기고 난 후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듭 대화하여 서로가 나누고 있는 몸의 대화가, 서로 같은 의미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두렵고 떨려도 이 과정을 그냥 건너 뛰면 반드시 나중에 후회하고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답니다.
B님이 지난 과거의 상처를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설명할 이유는 그다지 없습니다. 그저, 그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나는 섹스가 사랑하는 사람과만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몸이 익숙하지는 않다. 나는 네가 섹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고, 나를 배려해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아직 잘 모르는만큼, 너와 함께 알아가고 싶다. 단지 모든 것은 천천히, 소중하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리고, 더 구체적이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래요. 이 과정을 통해 B님의 두려움이 모두 극복이 되고 난 다음에는, 그 분과 함께 몸으로 다다를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게 되겠지요. 마음이 불안하거나, 몸이 거부할 때는, 절대로 NO라고 해야 해요. 그리고, 궁금하고 무섭고 떨리는 것을 모두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잘 모르는 채로는 섣불리 다가가지 마세요. 만약 그 분이 B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B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B님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에요. 기억하세요. 섹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 상식이라는 것이 없어요.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답니다.
얼마 전 제 남자친구가 제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섹스는 성스럽고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그의 말이 맞아요. 적어도 저와 제 남자친구에게는 이 말이 정답이지요. 언젠가는 B님과 남자친구 분도, 두분 만의 정답을 찾아낼 거에요. B님이 정말로 행복해지시기를 빌게요.
# by | 2009/01/29 00:03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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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어쩜 춤에 비유 할 수도 있을듯 합니다...
춤, 즉 댄스를 스포츠로 받아들이느냐.. 예술로 생각 하느냐..
혹은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발정난 강아지의 몸짓으로 보느냐 등등..
해서 섹스에도 학습이 필요한듯 합니다..
스테이지에서의 기본 스텝과 예절이 존재하듯..
체위나 테크닉의 개념에 가리워져 등안시 되기 쉬운..
하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정력과 체력 혹은 사정이라는 말초적 쾌락 넘어에 있는 것으로
그러한 요건들을 충족되어야 리드하는 이와 몸을 맡기는 이..
모두가 즐거울수 있는게지요..
뭐.. 탱고와 살사..또는 브르스 등 사람마다 취향은 다를터이나
남녀가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의 희열을 느끼듯 말이죠...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이라면 상대방은 힘들고 불쾌할 수 밖에 없다죠..
문제는 이 학습이란게 경험외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되는게 큰 문제여요..
아.. 나도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