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38th prescription

S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그녀와 헤어지고, 마음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큰 일들이 있었지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솔직한 제 심정은 위로받고 싶다는 겁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이기적이란 생각도 들지만, 정말로 쉬고 싶고 위로받고 싶습니다. 만약 이런 심정으로라도 사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S님! 모든 이별은 다음 사랑의 시작이랍니다. 사랑을 잃었을 때가 가장 사랑이 필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랑 안에 있을 때는 당장 사랑이 필요한 줄 모르지요. 숨쉬고 있을 때 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별은 닥치고야 말이죠. 그럴 때는, 마음을 접고 일단은 쉬셔야 해요. 마음 속에 몰아닥친 폭풍이 가라앉을 때까지 일단은 할 수 있는 한 기다려요. 사랑 뿐만 아니라 다른 일들도 한꺼번에 휘몰아치셨다고 하셨죠. 그럴 때는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마음을 쉬는 일이랍니다. 그리고, 쉬면서 해야할 일은 좋은 음식을 잘 챙겨먹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이에요.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끼니를 거르거나, 술을 마시거나, 골초가 되거나, 게임에 중독되거나, 지나간 상처들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일이에요. 아이쿠, 그걸 누가 모르나 싶죠. 알아요, 엘은 원래 잔소리 전문이에요.

사실 오늘은 저에게, 오랜만에 옛날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또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핸드폰을 잃어버렸고, 돈을 잃었고, 일을 잃었다고 했어요. 며칠째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어요. 저는 똑같은 충고를 해주었지요. 밥을 잘 먹고, 운동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제 시간에 자라구요. 그가 이렇게 말했어요. "누나, 말은 너무 고마운데요, 요즘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아요." 맞아요. 아직도 비바람이 들이치고 온몸이 흔들리고 쿵쾅거리며 번개가 치는데, 누구의 말인들 귀에 무사히 들어가겠나요. 그래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기다리라는 거에요. 

사실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답니다.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하는 것이요. 하지만, 특히 남자들은 이별 후에 더욱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여자들은 이야기하고 곰곰이 생각하고 일기를 쓰고 공공의 적을 만들고 부지런히 해결방법을 찾아내려 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자들은 술이나 마시자, 하는 친구를 찾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몸은 축나고, 돈은 돈대로 나가고, 정신은 더 황폐해지고, 마음은 더 텅 비지요.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건 옵션이고요.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S님은 이미 누군가를 향한 다음 사랑을 시작했다는 것이에요.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죠. 언제라도 만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게 내가 술취해서 전봇대를 부여잡은 순간이나, 새벽에 택시를 부르느라 발을 동동 구를 때는 아닐 거에요. 매일매일 내가 나에게 해야할 일, 나에게 좋은 일,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일을 조금씩 연습하세요. 그리고, 너는 연애 안해도 잘 사는구나, 하는 말을 들을 때쯤이면, 바로 그 때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랍니다. 

지금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죠. 그러면, 종이에 컴파스로 동그랗게 커다란 원을 하나 그려보세요. 어렸을 때 수십번을 했을 거에요. 생활계획표를 짜봅시다. 언제 일어나고, 언제 밥을 먹고, 치카치카를 하고, 놀이터엔 언제 가고, 학원엔 언제 가고, 운동은 언제 하고, 언제 꿈나라로 가는 지 한번 써봐요. 물론, 스케줄러나, 다이어리, 도시남자의 필수품 프랭클린 플래너를 이용해도 됩니다. 이 모든 하루의 계획들은 S님이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한 실천사항들이랍니다. 한번 실천해봐요. 며칠 지나고 나서, 어휴, 다 지키지 못했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이랍니다.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은 계획과 차질과 변명과 자기합리화로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기대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텅빈 가슴을 무엇으로라도 메우고 싶죠. 마음이 충분히 가라앉고 나면, 그 구멍을 자기애로 먼저 채우세요. 그 다음에는 폭풍이 사라진 깨끗한 들판으로 뛰어나가는 겁니다. 자기애로 채우려고 시작하기만 했다면, 그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채워나가면 돼요. 그래서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면, 그 때 조금씩조금씩 위로받지 못하고 치유받지 못했던 아픔들을 달래달라고 해보세요. 절대로 한꺼번에 쏟아내지는 말고요. 조금씩조금씩이에요. 사랑의 상처는 할 수 있는 한 자가치료가 우선이에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보조적인 것이 연인의 손길이지요.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상처도 조금씩 나아지고, 내 몸도 더 건강해지고, 행복도 두 사람의 몫만큼 더 커지겠지요. 그런 날은 또 와요. 반드시 와요.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기다리면, 반드시 와요. 

너무 고통이 크면 지금 제 말도 잘 들리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한번 보고, 또 보고, 생각해보고 그렇게 해봐요. 저도 수없이 이별했지만, 그 때마다 항상 똑같았어요. 내 안에서 에너지가 생겨나지 않으면, 다음 사랑도 다음 연애도 할 수가 없어요. 결국 내 사랑이 아니었기에 이별했겠지만, 이별 이후는 온전히 S님의 몫이죠. 이 이별을 멋진 사랑의 시작으로 바꾸어봅시다. 잘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길이니까 나도 따라만 가면 돼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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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엘 | 2009/02/05 20:58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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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2/05 21: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엘 at 2009/02/05 23:02
글... 써야지요. 2월 말까지 달려야 해요. ^ㅅ^ 으쌰으쌰! 쉬운 일 정말 없죠. 나이가 딱 요렇게 삼십대 중간에 떨어지고 보니, 아직 적응도 안되고. 굶고 사는 건 아니지만, 잘 먹고 사는 건 아직 요원해요. 그래도 뭐 당장 어쩔수도 없고.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요. 후후. ^ㅅ^ (그래도 B군이 있긴 해도, 남편 욕하는 사람들이 가끔 눈물나게 부러울 때 있어요. 허허허.)
Commented by apoptosis at 2009/02/06 05:00
엘님과 함께 응원합니다...

화이링~


Commented by 라엘 at 2009/02/06 12:37
화이링~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9/02/06 11:32
저도 오랜만에 생활계획표 짜야겠습니다 ^^*
Commented by 라엘 at 2009/02/06 12:38
짠다고 해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은 어차피 어렵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으로 의미있는 것 같아요. 원래 나는 안돼, 하고 시도도 안하는 것보다는, 어쩌면 잘 될 수도 있잖아, 하고 시작하는 것이 나를 긍정하는 첫걸음이겠지요. ^ㅁ^
Commented by 메리쫑 at 2009/02/07 00:12
음.. 어쩌다보니 엄청 일찍 결혼해버렸지요 뭐. 허허;;
벌써 애엄마가 되었답니다. 솔직히 아가는 보면 이쁘지만 가끔 후회할 때도 있긴 해요. 제가 나쁜엄마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렇더라고요. ^^;;
정말 이별 후에 혼자서 그 시간들을 치료해나가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Commented by 라엘 at 2009/02/09 17:41
마냥 아이가 이쁘기도 하고, 이 아이 아니었으면 내가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기도 하는 건 다들 그렇답니다. 애한테 들으라고 말해주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결혼했으니, 가족과 함께 몇배로 더 행복해져야 해요! 메리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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