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64th prescription

P님 :

(아래는 전문입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남자와 남자간의 관계에 대한 글은 없는데, 제가 첫번째인가요??
아직 군대를 안 갔다온 대학생입니다. 성정체성을 납득한지 얼마 안 되었어요. 의심은 중학교때부터 시작됬지만, 그래서 아직 이쪽 사람들 간의 관계는 인터넷으로 보이는 표면적인 내용밖에 모르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그런데, 좀 끌리는 애가 있어요. 문제는 만남의 시작에 스킨쉽이 있었다는 게 걸리네요. 좋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상대편과의 스킨쉽때문이구요. 이 스킨쉽이 저를 좋아해서 그런 건지, 단순한 성욕이었는지 햇갈리네요. 둘다 남자이다보니..
지금은 차이더라도 가서 저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을 뿐이에요. 고민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연애경험도 없구요. 여자애 한테 느꼈던 약간의 호감이나, 이성애자 남성에게 느꼈던 잠깐의 호감 하고는 차원이 다르네요. 이런 감정은 처음입니다. 휴.






P님, 닥터 엘입니다.

P님, 모든 사람들이 남자냐 여자냐 두 개의 성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요. 정신적인 남성성이 40%, 여성성이 60%이지만, 몸은 남자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여자이지만, 정신적인 남성성이 70%, 여성성이 30%인 경우도 있죠. 그리고, 인구비례적으로 일정 수준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IS(인터섹슈얼)도 있구요. 이 경우에는 몸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이 동시에 발현되거나, 한쪽이 적게, 한쪽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정신적인 성적 정체성을 선택하기 어렵게 하기도 하지요. 만약 태아 본인의 의지로 자신의 성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라면서도 자신의 성을 재정립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빠지지 않을 거에요. 인간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여자가 된다거나, 남자가 된다거나 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몸의 성이 무엇이든 간에, 정신의 성이 무엇이든 간에,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모든 게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될텐데요. 그러나, 아직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만이 진리라고 생각해요. 무척 어리석지만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그것이 문제라는 것도 모르죠. 아직도 계몽의 길은 멀고 멀었습니다.

P님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조금 늦게 알게 되었지요. 한국에서는 대부분 잘 알려진 온라인 이반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요. 자료를 찾다가, 혹은 지인의 소개로, 등등 여러가지 루트로 그들과 가까워지게 되지요. 하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나도 나의 성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없고, 섹스를 경험하기 전에는 몸이 받아들이는지도 가늠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이것은 내가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마찬가지니까, 스킨쉽에서 감정이 발생한 것 같다고 고민하지는 마세요. 낯선 타인의 몸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이성애자도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로 어떤 벽을 넘어서야하거든요. 여자도 남자의 몸을 받아들이기 전에는, 막연하게 머리로만 생각하던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이것이 진심으로 내가 원하던 것일까 의심하게 되어요. 저 역시 20대의 어느 시기에는 내가 양성애자나 동성애자가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답니다. 그러다가 실제로 레즈비언들에게 프로포즈를 받는 경험을 해보니, 역시 나는 동성애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 다음부터는 내가 나의 성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일은 드물어졌어요. 그러니까, P님도 몸이 먼저냐, 마음이 먼저냐 하는 고민은 관두세요. 감정은 순서를 계산할 사이도 없이 시작되니까요.

P님이 만약,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그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면, 그것이 동성애든 이성애든 프로포즈를 해야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수순이겠지요. 서로 몸에 대한 것을 체크했다면, 이제는 마음을 열어달라고 말해야겠지요. 그저 그에게 솔직하게 다가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세요. 연애경험이 없는 것이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것이랍니다. 연애라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지요. 그저 부딪히세요.

그리고, 아직 P님은 젊기 때문에, 다수가 아닌 소수의 길을 가게되는 것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P님이 새로 만나게 되는 분과 함께 공부도 하고 사랑도 쌓아나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사랑도 연애도 학습이 필요하답니다. 그것이 동성애든 이성애든 말이에요.





by | 2009/03/05 13:09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LUVnLUV.egloos.com/tb/187860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Dummy at 2009/03/05 14:05
어려운 내용인데 좋은 글이네요.

Commented by at 2009/03/05 19:13
앗 오랜만입니다!
Commented by 메리쫑 at 2009/03/05 14:44
사랑도 연애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끄덕끄덕...
저는 엘님의 처방전을 읽으면서 많이 배우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at 2009/03/05 19:13
^ㅅ^ 메리쫑님은 매일매일 공부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9/03/05 15:06
(이미 알고계실지도...) 네이버 목요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를 한 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Commented by at 2009/03/05 19:13
전에 조금 보다가 만 작품이네요. ^ㅅ^
Commented by apoptosis at 2009/03/05 15:35
사랑도 연애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엘님의 말씀이 옳지요...
또한 이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거절을 두려워 말고 두드리라"는 것일테지요..
사랑과 연애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거절에 따르는 두려움과 고통은 크지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사랑은 양방향의 소통으로인해 완성? 되니까요..
그 상대를 찾기위해 서로 두드려보는 일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것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혹은 다른 종(taxonomic species)이건간에...

P님에게 용기를!!
Commented by at 2009/03/05 19:14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ㅅ^
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3/05 19:23
학습이 필요하다면 기회가 있어야 될텐데요.... 아후 -_-;
돈으로도 안되는 학습이라 ㅋㅋㅋ
Commented by at 2009/03/05 19:39
^ㅅ^ 돈이 있어도 안되는군요. 그렇네요.
Commented by 낮에뜨는달 at 2009/03/05 21:04
네이버 목요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저도 추천드려요! 처음에는 편협한 주인공에 화가 나다가도...어느새 울먹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게 왜 그리 힘들고도 힘든건지, 답답하더라구요. 상담받으신 분께도 꼭 좋은 주변분들이 계셨음하네요.
Commented by at 2009/03/05 22:39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지인이 옆에 있을 확률은 높지 않죠. 스스로 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에도 부분적 커밍아웃으로 이곳과 저곳의 정체성이 달라 이래저래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Commented by 예랑 at 2009/03/05 21:38
아, 저도 한동안 양성애자가 아닌지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친구 중에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볼 때 마다 키스를 당하는 바람에 그 때는 익숙해져서(...) 한동안 고민을 했었더라죠. 지금은 그냥 아니겠거니 하고 넘기고 있지만요 :#

제가 있는 미국에서는 그런 소수도 인정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냥, 길거리에서도 자유롭게 손잡고 다니고 끌어안고, 그런. 한국에서도 그 정도일지... 존중받는 존재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P님도, 다른 분들도 :)
Commented by at 2009/03/05 22:40
^ㅅ^
Commented by 아슈 at 2009/03/05 23:29
전 의도적으로 여자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남자들이 좋아해주지 않는다면 여자를 좋아해버리겠다! 하고요..)
Commented by at 2009/03/05 23:44
저는 남자들의 음습하고 엉망진창이고 비틀린 부분에 상처입고서는, 남자라는 종과는 상종할 수 없다, 라고 선언한 적도 있었죠. 그 때는 부드러운 내면과 보들보들한 살결을 가진 여자들이 막 아름다워보이더라구요. 그러나, 결국 나의 취향은 적당한 거친 남자들과 부대끼는 것이더라구요. 허허허. 모르죠, 미래에는 또 어떨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