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71st prescription

W님 :

올해로 4년째 한 여자와 사랑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제가 군복무 중이라 여자친구가 너무나 보고 싶어요. 휴가 때마다 저는 그녀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요. 그렇지만, 문제가 있어요. 그녀가 저보다 나이가 조금 어려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술도 못 마시고 성인 영화도 못보고 늦은 시간이나 그녀가 학교를 가는 평일에는 보기 힘들죠. 그러나, 저는 그녀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런데, 어느새 숙녀로 자라버린 그녀가 우리의 첫경험을 먼저 제안했어요. 아마도 요즘 10대 아이들이 그런 경험들이 빠른 것 같고, 주변 친구들 때문에 제 여자친구도 궁금해진 것 같아요. 저는 정말로 당황하고 말았죠. 저 역시 건강한 남자라 그녀와의 섹스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그녀가 미성년인데도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녀가 며칠 내로 답을 달라고 해서 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기다리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가 단순히 성적 호기심만으로 저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스킨쉽은 속옷 라인을 넘어가지 않는 낮은 수위의 패팅이나 키스 정도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W님, 닥터 엘입니다.

성에 대한 가치관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가치관과 내 개인의 가치관이죠. 보편적이고 상식적이라는 선은 보통 보수적인 기준으로 맞추어져 있어요. W님이 이 문제를 보수적인 어른들에게 상의했다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지겠죠. 저도 제 동생이 만으로 스무살이 되기 전에 첫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보수적인 어른'의 입장에서 그 관계를 반대했죠. 하지만, 이 선은 누구도 정확하게 그릴 수 없어요. 조선시대와 지금은 성에 대한 담론이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여전히 어떤 선은 넘어서지 못해요. 성담론은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개인마다 가치기준이 틀리죠. 어떤 십대는 섹스를 캐쥬얼한 스포츠 같은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죠. 어떤 십대는 섹스를 죄악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섹스는 스포츠도 죄악도 아니죠. 물론, 섹스가 할리퀸 문고에서 묘사되는 로맨틱한 장치로서의 의미만 지니는 것도 아니에요. 섹스를 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죠. W님은 섹스에 대해서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나이죠. 그녀는 더욱 그렇구요. W님도 그녀도 시작해야 할 지점은, 두 사람 다 섹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그 부분이랍니다.

성에 대한 개념과 개인의 윤리기준은 천차만별이에요. 문화권에 따라서도 다르고, 세대에 따라서도 다르고, 지역에 따라서도 다르죠. 어린 시절 가정에서 보고 자란 것에 따라서도 다르고, 내몸으로 직접 경험하면서 또 달라져요. 나이가 들면서 달라지고, 연애를 하면서 달라지죠. 잘못된 매체에서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면, 섹스에 대해서 곡해하기 딱 쉽죠. 도대체 섹스는 무엇일까요?

W님은 그녀에게 뭐라고 대답해 줄 수 있나요? 몸은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의 맨살을 원하게 되어요. 숨결을 원하고 체온을 원하게 되죠. 인간은 누구나 그래요. 하지만, 섹스는 자신의 몸을 온전히 이해하고 상대의 몸도 이해할 때 할 수 있는 어른들의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섹스는 목적이 아니고 대화의 기술 중 하나이죠. 그러나, 사회의 윤리기준이 미성년자들에게 섹스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것은 섹스는 생명을 탄생시킬 수도 있는 고난도의 특별한 기술이기 때문이에요. 사실 어른들도 정확하게 잘 모르기도 해요.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도 섹스를 하죠. 특별히 배우지도 못했고, 배울 생각도 못하기도 해요. 섹스는 개인의 신체 중에서도 가장 내밀한 영역을 오픈하며 시작되므로, 평소에는 담론으로 독립하지도 못하고 발화되지도 못하는 개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답을 쉽게 알기 어렵죠. 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가치관은 다 다르기 때문에, 본능이 다급하게 상대의 체온을 원할 때는 두 사람 사이에서 끝내고 가야 하는 섹스에 대한 함의를 놓치고 행위가 먼저 이루어지기도 해요. 간략하게 말해서, 섹스는 엄청난 사건이라는 거죠!

W님, 그렇다고 겁먹지는 마세요. 그녀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W님이 먼저 공부를 하세요. 사회의 가치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을 거에요.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죠. W님의 기준을 결정하세요. 정답은 없어요. 그리고, 그녀에게 질문하세요. 섹스의 의미에 대해서 물어보세요. 그녀가 잘못 알고 있다면, 잘 알려주셔야 해요. 왜냐하면, W님은 미성년자가 아니고, 게다가 오빠니까요. 그녀가 아무리 당돌하고 어른스럽다고 해도, 자신의 나이를 뛰어넘는 경험의 절대치를 가질 수는 없거든요. 오빠라면 당황하지 않는 거에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어야겠죠. YES이든 NO이든 분명한 자기 기준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거에요. 그녀가 10년이 지났을 때, 지금의 첫경험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빠르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고, 적당한 때가 지금이라고 어느날 계시가 내려오는 것도 아니니까요.

만약, W님이 그녀와 첫경험을 치루기로 결정하셨다면, 섹스는 사랑의 고급기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죠. 안전과 위생을 위한 완벽한 준비를 하세요. 그리고, 그녀의 첫경험이 로맨틱하고 아름다울 수 있도록,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분위기로 어떤 시간을 선택할 것인지 서로 상의해서 결정하세요. 여자에게 첫경험은 일생에 한번 밖에 누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에요. 아무리 정신적인 무장과 각오를 한다고 해도, 첫경험은 고통을 동반할 수 있어요. 고통까지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도록, 혹은 고통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그러나, 제 생각은 이래요.

요즘 아이들도 저와 비슷한 신체발육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면, 개인차가 있기는 해도 그녀의 여성은 아직 완벽하게 발달하지 않았을 거에요. 갑작스런 섹스는 그녀를 놀라게 할 것이 틀림없어요. 섹스는 어드벤쳐가 아니니까요. 굳이 과도하게 무리할 필요는 없죠. 아직 키스와 패팅 정도를 경험한 정도라면, 그녀와 좀더 과감한 패팅을 시도해보도록 하세요. 그리고, 삽입 섹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서로가 행복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지 시도해보세요. 키스와 삽입 섹스 사이에는 굉장히 많은 과정들이 있어요. 굳이 모든 것을 한번에 뛰어넘을 이유는 없잖아요. 천천히 교감을 나눈다는 것을 중심에 두고, 조금씩 스킨쉽의 수위를 높혀가는 방법을 권하고 싶어요. 20대의 여성들도 삽입 섹스는 힘들어해요. 10대는 아직 생리주기도 왔다갔다할 정도로 몸이 성장을 거듭하는 시기에요. W님이 그렇게 할 수 있고, 또한, 그녀 역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좀더 잘 알 수 있게 된 다음에 첫경험을 경험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요악하자면,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1. 내 기준을 정한다.
2. 그녀와 대화한다.
3. 스킨쉽의 수위를 천천히 높혀간다.
4. 그녀가 어른이 된 뒤, 첫경험을 갖는다.

물론, 결정은 두 사람이 하실 일이죠. 부디 행복하게만 하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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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3/16 18:58 | LOVE&MEMORY(101st~)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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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달바다 at 2009/03/16 19:29
일단 하게 됀다면 제 의견은
1.피임을 확실하게-위생도요.
2.강요하지 않는다.-일정선을 지나면 이성보단 본능의 요구에 충실하게 돼는데
섹스든 뭐든 숙달되어있지 않으면 어렵고 힘들고 때론 아프기까지 한 일입니다.
여성분이 안됀다고 할 땐 멈출 만큼의 자제력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3.꼭 껴안아 주세요.-섹스 후에도 잘 다독여 주시길

연인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남자이시니 위 사항은 따로 말안해도 잘 아실테지만요^^;
Commented by at 2009/03/16 22:23
2의 마지막 문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여자들은 NO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기 쉬고, 남자는 NO라는 목소리를 잘 못 듣거든요.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9/03/16 20:55
학업의 중요성과 마찬가지로 군대는 매우 위험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조그만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녀가 성년이 되고, 그리고 W님이 전역하고 나서 서로 떳떳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소중한 첫경험을 가지는 게 어떨까요.
Commented by at 2009/03/16 22:24
기다릴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지요. ^ㅅ^
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3/16 22:50
네.. 맑음뒤흐림님 말씀이 최선의 방책일듯 싶습니다~
만에하나 아이생기면 현상황에서는 별 도리가 없지요...; 군인신분에 여자친구는 미성년자니 아직 돈벌 시기도 아니구요.. ㅇㅅㅇ
Commented by 맑음뒤흐림 at 2009/03/16 23:00
엘님이 이미 제시하신 해답을 보충했을 뿐입니다 ;;
Commented by at 2009/03/16 23:00
크아... 사실 제가 주변의 남자분들에게 자문을 구했었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이 나중에 혹시라도 헤어질 것을 가정한다면, 미성년일 때 굳이 해야만 하냐고 하더군요. 그러나, 사랑할 때는 헤어질 것을 가정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개인의 가치기준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내 여동생이라면 "안돼!"라고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여자의 성에 대한 가치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하거든요.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있으니까요.

제가 20대 초반일 때에는 '인위적으로라도 처녀성을 떼는 것이 쿨한 여자의 최신 유행'이라는 풍조가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그 때는 내가 버진인 것이 엄청 촌스러운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어요. 20대 중반에는 섹스란 관계에 잇어서의 권력 증명이라고도 생각했고, 20대 후반에는 그저 캐쥬얼한 섹스가 즐거울 뿐이라고도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저에게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소중하게 지켜가야 하는 아름다운 꽃과 같아요. 시들지 않도록 매일매일 돌보고 가꾸어야 하는 꽃이요. 내 몸도 그의 몸도 꽃처럼 예쁘고 소중하답니다. 이런 생각은 저와 제 남자친구가 똑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두 사람이 만약 이런 생각에까지 이른다면 좋겠지만, 10대 소녀의 도발은 분명히 다른 맥락일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저도 참 노파심에... 허허
Commented by thinkpad at 2009/03/17 08:33
>제가 20대 초반일 때에는 '인위적으로라도 처녀성을 떼는 것이 쿨한 여자의 최신 유행'이라는 풍조가 있었죠.

엘님과 제가 거의 동년배인 듯 한데 정말 이런 풍조가 있었나요;
동시대를 살아도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에 의해서 전혀 딴 삶을 살아온 것 같아서 맘이 아픕니다(제가 좀 모 구석진 공대에 있었어서 ㅠㅠ)
Commented by at 2009/03/17 12:41
무슨무슨 페미니즘 풍조였던 듯. 처녀성을 요구하는 남자들에 맞서기 위한 여자들의 논리였던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 여성학자(? 페미니스트? 심리학자? 잘 기억안남) 에세이에서는 그런 내용이 나오기도 했어요. 뭐래더라. 갑자기 만난 근사해 보이는 남자에게 요구해서 섹스를 하자고 하고, 로스트 버진! 한 다음에 엄청 자랑스러웠다고. 저는 그걸 믿었죠. 경험이 없었던 탓에. 허허.

지금 생각하면, 이런 맥락인 듯. 보통 여성들의 성적 욕망이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인위적으로 처녀성을 박탈!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의도치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언제 누구에게 처녀성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불안한 상태보다는, 내가 자발적으로 이걸 없애면 그러한 불안함이 애초에 봉쇄된다는 논리죠.

사실 저도 의도치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처녀성을 잃은 경우이고, 제 주변도 다들 그랬죠. 자신이 원하는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첫경험을 한 경우가 많았어요. 물론,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겠죠. 하지만, 저는 아주아주 옛날 여자잖아요. 허허허.

그런데 말이죠. 아직도 연애 밸리를 돌다보면, "여자도 성욕이 있습니다" 라는 둥. 당연한 얘기를 새로운 사실처럼 진지하게 토로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아직 멀고도 멀었죠.
Commented at 2009/03/18 13: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3/18 18:08
꺅꺅. 오빠가 너무 멋져요!!!!!!!!! 저라면 아마도 불타오르겠죠. 여자라면 이런 자제력 강하고 관계를 리드할 줄 아는 오빠에게 반할 것 같아요. 그저 어떻게 한번 경험해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남자들과는 다르게 느껴지겠죠. ^-^ 그녀를 너무 자극하게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애정표현을 더욱 늘리도록 하겠다는 입장은 찬성이에요. 다양한 애정표현을 많이많이 개발하시기 바래요. ^ㅅ^ 저 역시 3년이나 됐지만, 남자친구와 여러가지 애정표현을 늘 새롭게 시도하곤 하거든요. 제가 새로운 애교 스킬을 익히거나 하면,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해준답니다. 옷을 신경써서 입거나 메이크업을 하거나 애교를 부리면 언제나 적극적인 반응이 와서, 저를 보람차게 하죠.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는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나요. 그녀가 점점 여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하나하나 일일이 격려하고 칭찬해주세요. 그녀는 더 사랑스러워질 거에요. ^^

PS는 저도 조금 난감... 한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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