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th prescription_딴 여자한테 한눈 팔지만 저와 헤어질 수는 없다는 남친, 어떡하죠.

P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지나치게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것 때문에 저는 그에게 신뢰를 잃었었죠. 우리는 대화로 그 문제를 극복했지만, 이후에도 저는 신경이 날카로워져 그와 크게 싸우고 말았어요. 


결국 그녀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라서 잠시 반했었다고 실토했을 땐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이미 가족 같은 존재라서 죽어도 저와 헤어질 수 없대요. 그는 앞으로 절대 한눈 안 판다 약속했죠. 


저는 왠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졌어요. 그의 진심을 아직 잘 모르겠어요. 헤어지고 싶지는 않지만, 헤어지는 게 저를 위해서 좋은 일 같기도 해요.





















P님, 엘입니다.

보통 연애 경험이 많은 언니들은 이렇게 얘기하죠. 


"바람기는 고쳐지는 게 아니다." 혹은 "남자들은 다 그래." 혹은 "그 정도는 바람도 아닌데 뭘 그러니." 


여기에서 추출가능한 팩트는 하나입니다. 


"인간들은 종종 바람 필 수 있다. 내 연인은 예외일 수도 있다." 


바람피는 사람은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내 남자가 그런 남자인지는 사건 발생 직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바람피는 연애인들은 다 나쁜 사람들일까요. 

사람은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바람도 피고 지나가는 아이를 때릴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한 범죄도 저지를 수 있어요. 그러나, 보통은 해서는 될 일과 안 될 일을 구분하고,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욕심을 꾹꾹 누를 줄 알죠. 매력적인 이성을 발견하면, 나에게 애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그 쪽으로 돌아가요. 반사적이고 본능적인 행동이죠. 


그러나, 보통은 그 이상의 행동이나 생각을 무엇인가가 제어하죠. 그것은 이미 관계 맺은 자신의 연애에 대한 애착이기도 하고, 바람피는 것은 나쁘다는 도덕관념이기도 해요. 그리고, 외적으로 매력적인 이성도, 실제로 연애를 하다보면 엘프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깨닫게 될 게 뻔해서이기도 해요. 


그런데, 문제는 애착이나 도덕관념, 연애할 때 지켜야할 존중과 예의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죠. 세대마다 다르고 문화권마다 다르고 지역별로도 미묘하게 다르고 성별로도 다르고 집안 분위기마다 다릅니다. 같은 집안의 엄마와 딸인데도, 아버지의 두집 살림을 바라보는 입장도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보다 윗세대인 부모님들은, 비지니스를 핑계로 한 성접대 관행을 부부 양측이 묵인하고 살아왔어요. 그보다 더 윗세대인 조부모님들은 혼외정사로 아이를 낳거나 둘째 부인을 두는 것을 능력있는 남자의 기본덕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보다 더 윗세대로 올라가면 첩을 두거나 권력을 이용해 연고없는 여성을 겁탈하는 것이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여성의 순결이 목숨보다 소중하고 열녀문을 얻기 위해 며느리의 자살을 권하던 시대도 분명 있었어요. 남성과 여성의 성경험은 같은 값이 아니었고,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불평등하게 다루어지죠.  


결혼 후에도 사람들은 종종 연애를 하고 혼외정사를 즐깁니다. 결혼보다 느슨한 사회적 계약인 연애에서는 훨씬 쉽게 일대일의 로맨스라는 암묵적 룰을 위반하기 쉽죠. 비밀리에 더하는 새로운 이성관계만큼 짜릿한 게 또 있을라고요.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고 연애환승이 만연하는 이 시대의 연애인들은, 인연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대접할 줄 모르죠.  


그러나, 바람을 핀다는 것은, 그 범위와 정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지라도, 기본적으로 내 연애상대를 향한 존중과 예의를 짓밟는 선택이죠. P님이 자신감이 없어진 이유는, 상대에게서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할 자신이 무시당했기 때문이에요. 


내 연애상대가 바람을 피면, 혹시 내가 부족해서인가 고민들 하시죠. 설사 내 부족함이 사실이라 해도, 바람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순 없습니다. 돈이 없어서 물건을 훔쳤다 해도, 범죄는 범죄죠. 


이미 P님은 그에게 여러번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는 궁지에 몰려서야 진실을 실토하곤 했죠. 만약, P님이 끝까지 모른 척 했다면, 그는 갈 데까지 갔을 지도 몰라요. 한참 뒤에야, 너와는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돌아왔겠죠. 신뢰를 잃어버렸다면 당연한 수순이에요. 


어떤 사람도 연애 중일 때, 상대가 나에게서 한눈을 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요. 그런 가정으로 연애한다면, 스스로도 마음을 다 줄 수 없을테고, 자신도 다른 매력적인 이성이 발견되면 눈길이 돌아가겠죠. 폴리아모리(=비독점 다자간 연애)를 합의하였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결혼도 연애도 모노가미(=독점 일대일 연애)의 원칙을 디폴트로 둔다고 알고 있잖아요.   


또한, 두 사람은 서로 '바람'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는 자신의 행동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털어놓았고, 그 사실은 그가 또다시 같은 상황을 의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죠. 물론, 이번이 마지막 바람이라고 약속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천성은 잘 바뀌지 않아요.  


남자친구는 P님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 털어놓았어요. 그가 P님과 헤어질 수 없다는 말은, 진심이에요. 그러나, 그의 진심을 알았다고 해서, P님의 기준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그저 선택하세요. 남자친구가 앞으로 또다시 같은 행동을 할 지 절대 하지 않을 지는, 본인도 잘 몰라요. P님은 결혼상대자를 선택하는 기로에 선 것이 아니라, 연애상대자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섰어요. 자신의 기준이 얼마나 엄격해야 할 지는, P님이 정해야 할 문제이지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죄의 댓가를 치루고 나면 다시한번 기회가 주어지지요. 하물며, 겨우 잠깐 한눈 판 것에 그렇게 정색할 필요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어요. 댓가를 치루고 갱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똑같은 실수를 평생 반복하는 사람도 있어요. 남자친구의 신뢰도는 오직 P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심사숙고 하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소개팅 서바이벌>

<HOW2LUV: 파티 서바이벌>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2015년 1월 23일 리라이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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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팡야러브 2009/04/13 23:21 #

    아.. 외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도 실제로는 여신이나 엘프가 아닙니까...;;;
    .....;; 흐얼...
  • 2009/04/13 23:35 #

    아무리 전지현 김태희라 해도, 사겨보면 그녀들도 다 그저 여자.
  • 2009/04/13 23:3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4/14 00:31 #

    어떤 선택이 옳다고는 단언할 수 없어서 저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 MrCrazyani 2009/04/14 00:05 #

    그녀를 계속해서 여신 또는 엘프로 생각해야 하는거죠. 그 사람이 나에겐 최고니까!
  • 2009/04/14 00:32 #

    ^ㅁ^ 네! 그렇다면 감사하고요.
  • 레테 2009/04/14 00:29 #

    어디까지가 바람인지 그 기준을 모르겠어요. 지나치게 가깝다는 게 문제라면 이미 오랜 친구인 이성과의 연락을 일절 끊으라는 것인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고 상대에게도 같은 기준을 두고 싶거든요. 엄격하게 보면 엘님 포스팅에 댓글다는 것도 용서 못할 일이죠.
  • 2009/04/14 00:32 #

    사람들은 기준이 다르니 말이지요. 내가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선이 있다면, 그 지점이 정답이 아닐까 해요.
  • 2009/04/14 01: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4/14 02:12 #

    ㅠㅅㅠ 힘든 결정 하셨네요. 더 좋은 인연이 다가올 지도 몰라요. 사실 막상 내 품안에 있는 남자친구를 내치기에는 너무 힘들죠. 그래도, 그보다는 내가 더 행복해야 하니까, 비공개님이 내린 결정이 맞는 걸 거에요. 저도 남자친구와 싸울 때는, 냉정하게 NO라고 얘기하자 싶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면 그래도 내 남잔데... 싶고. 차마 미운 말은 못하고 말죠.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어떤 한계선이 있는 거겠지요.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결정짓는 그 선이요. ^^

    비공개님도 앞으로는 더 행복한 연애 하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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