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st prescription

N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남자친구의 가정사를 알고는 관계가 깊어질까 고민이 됩니다. 우리집도 사실 늘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그 상처는 아직도 저를 따라다니지요. 알고보니 남자친구도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너무나 놀랐죠. 저는 가정환경이 자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라, 제 남자친구는 구김살없이 밝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했어요.

물론 어둠은 밝음으로 치유될 수도 있죠. 그러나, 둘다 어둠의 요소를 갖고 있는데, 우리 두 사람이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요. 그저 물러서기엔 제가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해요.

 



N님, 닥터 엘입니다.

결혼하는 네쌍의 커플 중 한쌍의 커플이 이혼한다는 현실을 생각해보시기 바래요. 우리의 윗세대는 물론 현 세대들도 사랑보다는 결혼을 위해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과거와는 달리 문제가 생기면 별거나 이혼이라는 선택지를 고를 수도 있게 되었죠. 결혼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두 사람이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N님도 이미 잘 알 거에요. 그러나, 연애는 사랑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이죠. 우리가 확인해야할 것은, 연애할 때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지 하는 거죠. 결혼은 이후의 문제에요. 결혼은 연애와는 또 다른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지요.

결혼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감정은 금방 변하고, 노력은 힘들죠. 버티다가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별거나 섹스리스, 대화 포기, 바람피기의 수순을 밟다가 이혼으로 치닫게 되죠. 모든 결혼이 행복하다는 건 이상이죠. 사람이 살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고, 그걸을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하느냐 노력하는 기제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삶의 문제들에 제대로 맞서보지도 못하고 좌절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해요. 어떤 사람이 맞고 틀리고는 없어요. 모두가 똑같이 훌륭하다면, 신과 인간은 예전부터 하나였겠죠. 우리는 그저 나약하고 평범한 인간일 뿐이잖아요.

N님, 저와 제 남자친구도 똑같은 불행을 겪으면서 자랐답니다. 부모님이 만들어준 상처는 커서도 끈질기게 나를 따라다녀요. 저는 오랫동안 사람, 남자, 연애, 사랑, 결혼을 믿지도, 꿈꾸지도 않았죠.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똑같은 상처 속에서도 오히려 이상적인 여자, 연애, 사랑, 결혼을 꿈꾸면서 자랐어요. 그가 과거의 상처로 힘들어할 때는, 저는 본능적으로 그를 이해하게 되죠. 내가 똑같이 상처로 힘들어하면 남자친구 역시 저를 이해하게 되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엄마아빠가 되고, 아이가 되어서, 한번은 안기고, 한번은 안아주면서, 길을 가요. 누구도 늘 밝기만 할 순 없죠. 누구도 늘 어둠만을 찾아 숨기만 하고 싶지도 않을 거구요.

주변을 한번 돌아보세요. 아무 문제 없는 가정사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도, 파고 들어가면 문제 없는 가정이 없어요. 대부분의 가족들이 잘 위장하거나 잘 참고 있거나 잘 속고 있는 거에요.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해결하려는 태도죠. 가족사의 문제 때문에 그늘이 생길 수는 있어도, 그것에 매몰되지는 않을 것. 상처가 있어도 그것에 파묻히지 않을 것.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좌절하지 않을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랑이고 가정이고 두 사람의 행복이라는 기준을 버리지 않을 것. 자신이 행복한만큼 상대의 행복을 존중할 것. 가정 내 인권을 이해하고 그것을 지켜갈 수 있는 사람일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로가 어떤 문제에 닥쳤을 때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지요.

N님은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 가정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할 수 있나요? 그곳을 밝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자신이 있나요? 남자친구는 어떨까요? 그는 결혼이나 가정에 대한 어떤 비젼을 갖고 있을까요? 부모님들이 실패한 결혼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N님이 걱정하는 부분은, 결국 언제라도 누구에게라도 닥치는 것들이에요. 남자친구와 다양한 토픽에 대해서 대화를 해보세요. 그가 지금 N님을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바로 그 남자라면, 분명히 남자친구는 많은 답을 갖고 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가 부모님 세대 중 일부와 전혀 교류가 없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랍니다. 모든 가족이 화목하고 이해한다는 이상을 버리세요. 때로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인간관계가 혈연관계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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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4/14 13:52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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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4/14 14: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4/14 14:48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하고 그래요. 노력하면 변하죠. 그러나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해요. 제가 블로그를 잠깐 봤는데요... 비공개님이 빨리 사랑에 빠졌던 것만큼, 그 사람에 대해서 아직은 잘 모르는 것이 당연해요. 사람을 알려면 사계절 다 보내보라고 하잖아요. 길게 보고 잘 보고 그렇게 해보세요. 너무 어리광만 부리는 남자라면 문제가 있죠. 그동안 부모님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연약한 면을 연인에게 다 내려놓으려는 문제일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제 남자친구도 그랬죠...) 그러다가, 사람이 성장하면 혼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오히려 내 여자친구를 챙겨줘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해요. 물론 성장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말이에요. ^^
Commented at 2009/04/14 14: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4/14 14:49
급작스런 변화는 힘들어도, 조금씩이라도 바뀌어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Commented by MrCrazyani at 2009/04/14 16:11
흑흑 엘님 상담은 항상 정말 명쾌해요 ;ㅅ;;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시는 엘님의 말은 누가 들어주시나요? B군님?
Commented by at 2009/04/14 17:01
누가 들어줄까요? ㅠㅁㅠ
Commented by 발라 at 2009/04/14 17:23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지만 요즘은 바리깡이 있어서...
Commented by at 2009/04/14 18:08
제 바리깡은 어디에?
Commented by Loan at 2009/04/14 18:53
상처를 받았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더욱 노력 하게 된답니다. 상처받았을 때의 아픔을 너무 잘 아니깐요. 서로 같은 상처를 안고 있기에 더 서로를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at 2009/04/14 21:33
어떤 환경에 있을 지라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포기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Commented by 메리쫑 at 2009/04/15 11:32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 받은 상처가 많은 편이지만 제 남편은 부모님 그늘아래 편하게 자란 편이에요. 그래서 어쩔 땐 남편이 저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느낄때도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나를 더 배려해준다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솔직히 저는 좀 이기적인 편이거든요. 제가 관심있는 것들밖에 잘 못봐요. 그 외엔 잘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편이죠.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나중에 직장다니면서 알게 됐어요. 저한테 그런 흠이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남편은 알면서도 이해해줘요. 사귈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구요. 하지만 제가 가정적인 부분으로 힘들어 할 때 신랑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구요. 난 위로받고 싶어서 얘기했는데 전혀 위로가 되지 않고 절 더 답답하고 속상하게 만들때도 있었어요. 같은 상처를 갖고 있고 없고 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싶어요.
Commented by at 2009/04/15 16:29
음. 맞는 말씀이십니다! ^-^ 내 맘처럼 똑같이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배려하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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