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14일
204th prescription
K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남친이 군대에 있고 그와는 2년 넘게 사귀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자입니다. 그가 외박을 나올 때가 되어 만나기로 했는데, 그는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죠. 저는 그냥 돌아갔어요. 그는 뒤늦게 나타나서 미안하다고 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채 저의 화를 풀려고만 했어요. 정말 짜증났죠. 그는 항상 이런 식이거든요. 예전부터 늘 시간약속에 몇번이나 늦어서 저는 곤란해진 적이 많아요. 뿐만 아니라, 그는 스킨쉽의 진도도 저의 동의나 기분에 상관없이 강행하는 스타일이죠. 저는 몇번이나 거절하고 거부했지만, 결국엔 굴복했고 그도 제가 그 스킨쉽에 동의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첫경험도 제가 원해서 가진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몇달이나 우울해해야만 했죠. 이후에도 제가 싫어하는 장소로 데리고 간다든지, 그는 언제나 제 의사를 존중해주지 않아요. 그는 제가 NO라고 하는 뜻을 YES의 뜻이라고 알아들어요. 말이 통하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이미 그와 깊은 관계에 이르렀고 그래서 헤어지기도 쉽지 않아요. 지금은 제 감정이 진정으로 그를 향한 애정이었는지도 의심스럽죠. 그동안 그가 깨어버린 수많은 약속들을 생각하면, 될대로 되라는 생각도 들고 다 포기하고 싶어져요. 그래도 헤어진다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요. 뿐만 아니라, 저는 이미 그와 관계를 맺었고,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고 해도 (새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서 죄책감이 들 것 같아요. 때로는 내가 좀더 기다리면 이 남자가 언젠가는 사람이 될까 싶기도 하구요. 사람 되려면 무엇부터 고쳐줘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구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K님, 닥터 엘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그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죠. K님은 스킨쉽에 대해서 보수적인 편이고 혼전순결주의자였죠. 첫키스도 소중하게 하고 싶었고, 패팅이나 섹스, 데이트할 때의 스킨쉽도 자신이 원할 때 하고 싶어하셨어요. 하지만, 남자친구는 첫키스도 첫섹스도 멋진 추억으로 만들어주지 못했죠. 보통의 남자들이라면 연인과의 첫키스나 첫섹스를 소중하고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생각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하죠. 함께 논의하거나 상의하기도 하구요. K님은 NO라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그것이 NO라고 생각하지 못하죠. 첫경험 이후에도 그는 모든 것을 자기 본위로 끌고 가고 싶어했구요. 어떤 사람도 상대가 자신의 욕구만을 존중하고 상대의 의사를 묵살할 때는 행복할 수 없어요. 말씀하셨다시피,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니까요. K님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해요. 그는 K님을 존중하고 있지 않아요. 대화가 통하지 않죠. 그런 사람과 어떻게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나요.
그간의 연애 기간 동안, 그는 여러번 시간 약속을 어겼죠. 미안하다는 말도 잘 못하죠. 얼렁뚱땅 넘어가고 임기응변으로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무마해요. K님은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아요. 그는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고,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고, 스킨쉽에서도 상대를 존중해야 할 예의가 무엇인지 몰라요. 말씀하셨다시피, 아직 사람이 덜 된 거죠. 그러나, 헤어지려고 하면 그는 울면서 붙잡겠죠. 그렇지만, K님은 왜 그의 옆에 남아야만 하나요? 그가 첫남자라서? 그가 서른되고 마흔되면 사람 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나중에 또 내가 사랑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니까?
K님, 최대한 빨리 그 자리를 탈출하시기 바래요. 첫키스나 첫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바로 진짜 첫키스이고 첫섹스랍니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맞이하는 성스럽고 소중한 첫키스와 첫섹스는, 절대로 후회를 남기지 않아요. 오래오래 기억해도 행복하고 따뜻하고 신비로운 기억이죠. K님은 아직도 너무나 순결하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남겨져 있답니다. K님은 아직 진짜 연인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에요. 그저 그 자리를 벗어나오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될 거에요. 누구라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끝을 맺어야만 한답니다. 그러니까, K님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각오를 하세요.
K님은 이 남자에게 이미 수없이 많은 용서를 주고 여지를 주고 기회를 주었어요. 묘사하신 바에 따르면, 그는 아직 즉흥적인 욕망에 휘둘리는 어린아이고,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겠다는 개념도 없고, 무엇보다 상대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K님은 한가해서 이 남자를 만나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로 K님이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K님은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남자보나 나를 기다리는 남자를 만나야 해요. 만약 K님이 이 남자와 평생 불행하게 살아가겠다고 결심한다면, 어떤 새로운 사랑도 시작되지 않겠죠. 그러나, K님이 제대로 끝을 맺고, 혼자 당당하게 선다면 반드시 새로운 인연은 다가와요. 멈추어 서있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는 대로 인연도 흘러서 다가오게 되어 있으니까요.
K님, 누구라도 관계에 매몰되어 있으면, 그 자리를 벗어나올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해요. 하지만, 이 불행에서 K님을 구해낼 사람은 자신 밖에 없어요. 그가 아무리 울면서 변화하겠다고 달라지겠다고 맹세한다고 해도, K님은 또한번 좌절과 불행을 맛볼 뿐이에요. 지금까지 고민하고 괴로워한 것으로 충분해요. 최대한 빨리 결심하시고, 행복해지기 위한 티켓을 예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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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4/14 21:21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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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사귀실 분께서 K님의 전 남친과의 관계나 진도를 신경쓰는 건 당연한 거겠지만, 그것 때문에 K님이 죄책감을 느끼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엘님이 이야기 하시는 "지금 그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를 풀어보면
그로 인해 나는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 할 것인가.. 일 겝니다..
이성적 판단만으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랑이란 행위의 본능에는 행복추구가 내제 되어 있는듯 합니다...
더불어 처음 몸을 허락한 것은 의미있는 추억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의 자리바꿈에 장애물이나 흠은 결코 아닙니다..
정확한 의사표현과 행동으로 그를 떠나보내심이 본인의 행복을 위해
더 좋을듯 사료되는군요..
(그가 복무중이라시니 충격이 크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할듯 하고요..)
더불어 사랑이 찾아오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와는 큰 계연성이 없는듯 합니다..
도래할 사랑레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은 접으세요..
사랑도 연습이 필요한게고..
겪어낸 경험으로 다음 사랑엔 보다 여유와 행복이 넘쳐날겝니다..
닥터 엘의 처방전을 잘 따라 보세요...
이 분야?에선 손 꼽히는 명의입니다.. ^^;;
남친이 군대에 있다면 더더욱 결정이 쉬워지시겠죠? ^^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어요 :) 빨리 행복해지실 수 있으시길!
여하튼, "K님은 자신을 기다리게 만드는 남자보나 나를 기다리는 남자를 만나야 해요." 라는 구절이 굉장히 와 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