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20일
209th prescription
G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일하면서 알게 된 동료가 굉장히 남을 배려하는 성격이었어요.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동료로서의 애정이라 생각하고 의미를 두지 않았죠. 한 때는 함께 식사하자고 권한 일도 있는데 그 때마다 그가 사정이 생겨 만날 수 없었죠.
그런데, 요즘 가끔 그가 새벽에 술을 먹고 전화하거나 문자로 보고 싶다는 표현을 하기도 해요. 하트를 보내기도 하고 저를 칭찬하는 말을 보내기도 해요. 저는 연애경험이 없어서인지, 이 사람의 이런 표현이 이성적인 호감인지 동료애인지 구별이 가지 않아요. 저는 그가 나에게 정말로 애정이 있는지 이리저리 떠보기도 했는데, 그는 항상 애매모호하고 별다른 프로포즈도 없죠.
얼마 전 그와 대화하다가 그는 결혼은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더라구요. 제가 여행 스케줄을 잡으면 그걸 취소하고 자기와 가자고도 하죠. 그런데, 막상 여럿이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저보다는 다른 여자들과 훨씬 친밀한 태도를 취하며 어울려요.
저는 그가 확실한 프로포즈가 없으면, 이 인연이 그냥 끝날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어정쩡한 관계는 견딜 수 없거든요. 이 사람이 상황이 바뀌는 걸 보고, 저는 그저 내 할일 하면서 기다리면 될까요? 그는 저에게 그저 동료애를 표시하는 것 뿐일까요?
G님, 닥터 엘입니다.
남성 중에서 큰 문제 없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주변에 마주칠 수 있는 여자동료들도 많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때, 막상 연애욕구가 크지 않은 남자들도 많아요. 그들은 쉽게 여지를 흘리고 결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죠. 어떻게 적당한 성적 긴장감과 스릴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하면 적당한 선에서 거절할 수 있을지 본능적으로 잘 아는 남자들이지요. 때로는 이 여자가 매력적이고 때로는 저 여자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중에서 한 명을 골라서 진지하게 사귀라고 하면 선택을 못하죠. 아직은 그저 더 즐겁게 뛰어놀고 싶을 뿐이거든요. 물론, 말로는 진지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으며, 자신은 결혼하기에 적합한 남자라는 어필을 하기에도 주저하지 않아요. 그러나, 모든 진실은 그의 말과 행동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죠. 자, 그 증거들을 살펴봅시다.
그는 항상 G님의 동료에요. 그리고, 그의 모든 말에는 이성적인 호감인지 동료애인지 구분하는 선이 없죠. 애정표현도 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칭찬하기도 하고 새벽에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기도 하죠. 그러나, 결정적으로 프로포즈를 하지는 않아요. 동료일 뿐인 남자가 새벽에 술을 먹고 전화한다면, 보통의 직장여성들은 불쾌해하거나 화를 내겠죠. 그러나, G님은 그가 지켜야할 선과 예의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호감을 가진 이성에게나 할 법한 표현이나 여행 제안, 전화 타이밍을 관대하게 허락해주었죠. 그는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는 예의없이 굴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개인적인 애정 표현이 동료애인 동시에 인간애인 것처럼 포장하죠. 그러나, 그의 그런 애정표현은 온전히 자기 만족이에요. G님을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만약 그가 G님을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존중하고 있다면, 프로포즈도 없이 개인적인 친밀함을 담은 문자를 보내거나 새벽에 전화를 하거나 하면 안되죠. 여행 스케줄을 취소하고 자신과 가자거나, 상황이 좋아지면 다음에 더 잘해주겠다는 둥 근거없는 약속을 하면 안되죠. 그것은 연인이나 할 법한 행동이므로, 그가 지금 G님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명백하게 월권행위죠.
그의 진심을 구별하기 힘들다면, 이런 가정을 해보세요. 만약 G님에게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고 쳐요. 그런데, 그 사람이 G님에게 지금처럼 할 수 있겠어요? 그 사람이 G님에게 이러한 행동들을 하기 위해서는, 남자친구라는 위치를 선점해야 해요. 그러나, 그는 그럴 생각이 없죠. 아마도 그에게는 G님에게 비치는 이런 호감을 뿌릴 수 있는 다른 대상이 복수로 존재할 테니까요.
앞으로는 그가 개인적인 호감을 표시할 때, 네네, 하고 무시하고 넘어가세요. 동료 관계 이상의 친밀감을 표시하는 문자를 보내면 답을 하지 말거나 이 시간에 문자 보내지 말라고 하세요. 술먹고 전화하는 일도 앞으로 삼가해달라고 불쾌감을 표시해요. 친구와 여행도 가세요. 막연히 앞으로 잘해주겠다는 약속을 하면, 그런 약속은 여자친구에게나 하시라고 말해줘요.
G님이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그 남자 역시 제대로 된 동료애와 인격존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남자일 뿐이죠. 많은 남자들이 이러한 작은 애정표현으로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프로포즈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아요.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프로포즈를 취할 생각이 없어요. 그저 그 이전 상태가 재밌고 즐거운 남자니까요. 여자들이 프로포즈 전단계의 애정표현과 flirting을 구별하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그저 꾸준한 관찰과 정색하고 질문하는 방법 뿐이죠.
저는 사실 이런 남자들 정말 지긋지긋해요.
# by | 2009/04/20 18:09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1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그것이 그 남자에게 '인간애, 동료애'로 인식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어장관리인지는 저로서는 모르겠지만... 그 남자분에게 정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보네요.
어쩌면 상처받기 싫어서 뒤에서 누가 다가오기만을 바라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말 그대로 연애엔 관심 없고 여자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만 관심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고...
G님이 태도를 명확하게 하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가 흔히 말하는 '간보기' 하는 정도로 생각된다면, G님이 그 남자분께 관심이 없다면 저도 불쾌감을 드러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적고 나니 엘님과 기본적인 결론이 같네요...^^;;
여자라고 해서 연애의 모든 점에 능숙하지 않은 것처럼 남자들의 저런 행동도 어찌보면 미숙함에서 나온거라고 보여요. 그렇다고 잘한 행동이란건 절대 아니고 저러면 안되는거 알면서도 쉽지 않은거죠 역시.
그부분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구요, 그저 태도가 애매한 남자들중에서는 악의보다는 소심함과 두려움에 기한 경우도 있다는 거죠. 상담내용과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나저나 차였기 때문에 바로 마음을 접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는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오히려 저를 찬 여자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랄까...
여자든 남자든, 이런사람은 참 별로에요. 킁-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