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5일
267th prescription
Z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성장배경에 우여곡절이 많았죠. 부모님의 이혼, 자퇴, 자살미수, 성추행을 당한 기억...
저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상처받아,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면서도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가족은 물론 타인과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나 절실하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경험이 필요했고, 마음을 닫은 채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한동안, 우울이 심해져 병원도 다녔습니다. 아무도 몰래 자살 시도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저는 정작 믿지도 않는 사랑을 찾아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났죠. 마음의 짐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모든 것에 염증을 느낀 저는 다시 자살시도를 했지만, 미수로 끝났지요. 그리고, 드디어 한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그 사람이 받아주어 우리는 연애 중입니다. 반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지요. 그는 언제나 저를 위로하고 달래느라 바쁘지요. 모두가 무서워하고 나를 감당못해서 떠나갔는데, 그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었죠. 그런데도, 제 마음은 여전히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힘듭니다. 그는 아직 어리고 몸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는 나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저 내가 그를 믿고, 사랑을 믿으면 되는데, 저는 각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리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사랑에 보답받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헤어져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사랑을 모르고,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도, 그의 사랑을 받아도 되나요? 저는 그가 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에게 상처주기 싫습니다. 이게 사랑인가요? 아닌가요?
Z님, 닥터 엘입니다.
Z님, 사랑은 정답이 없답니다. 이게 사랑인지, 연민인지, 그저 나는 사랑받겠다는 이기심인지, 과욕인지, 방황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아마도, Z님의 사랑은 그 모든 혼란과 아픔과 상처와 그럼에도 하나 버릴 수 없는 희망까지 다 포함하고 있는 모양일 겁니다. 그런데, 누구의 사랑도 그렇답니다. 사랑은 매일매일 변화하고 자란답니다. 어떤 사랑은 90%의 동정과 10%의 자기 연민으로 이루어져있고, 어떤 사랑은 50%의 자기애와 30%의 에로스와 20%의 외로움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Z님의 사랑 역시 여러가지 감정과 욕구와 바램과 희망과 다소의 절망으로 이루어져있겠죠. 그러니까, 계속 고민하세요. 내가 밟아나가는 하루하루가 모두 사랑이니까 말입니다.
사랑은 다른 말로, 삶이랍니다. Z님의 그 사람도 사랑이 무엇인지 칼로 오려내듯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없습니다. 사랑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닙니다. Z님이 만약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다면, 그 사람과 함께 고민하세요. 그 사람에게 질문하고 답을 받으세요.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묻고 답을 받으세요. 그리고, 매일 달라지는 답을 함께 나누세요. 어떤 날은 빛과 희망을 발견할 것이고, 어떤 날은 작은 한숨과 절망을 발견할 날도 있겠죠. 그러나, Z님이 사랑을 믿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사랑은 Z님을 구원할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몫으로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뜻이거든요.
저도 사랑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봅니다. 처음에 제 남자친구는 남자도 사랑도 믿지 않는 저에게, "사랑을 알게만 된다면,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됩니다. 그 때까지는 내 사랑을 받기만 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심장 안에 분명한 사랑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닙니까. 있으면 로또고, 없어도 애초에 나는 믿지도 않았잖아요. 손해볼 것 없죠. 그래서 저는, 그래 믿어보자, 했죠.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 사랑이 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저와 제 남자친구는 매일매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랑을 공부합니다. 때로는 사랑이 있구나 감격하고 울고, 때로는 이게 무슨 사랑인가 실망하고 한숨을 쉬지요.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을 추구해갑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Z님의 남자친구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지요. 밑져야 본전입니다. 사랑을 만끽하고, 사랑을 되돌려주려고 해보세요. 사랑을 공부하고 의심하고 질문하고 작은 정답들을 하나하나 모아보세요. 내 사람이라 느낀다고 하셨죠. 그가 만약 나를 사랑한다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그 사람의 심장 안에는 사랑이 있는 셈이죠. 속는 셈치고 믿어보세요. 손해볼 것 없으니까요.
그리고, 내가 받은 사랑을 똑같은 질량으로 똑같이 되돌려줄 필요는 없답니다. 마음 안에 사랑이 넘쳐나면, 그 때 주는 겁니다. 내가 아직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였고, 아직 애정결핍이 치유되지 않았고, 아직 세상이 두려우면, 젖먹는 아가처럼 배가 부를 때까지 그 사랑을 꿀꺽꿀꺽 마시세요. 목구멍까지 사랑이 차오르면, 자연히 그 사랑을 다시 되돌려줄 수 있게 됩니다. Z님은 아직 배가 고프니까,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저 역시, 남자친구의 사랑을 먹고 또 먹고, 배가 불러서 더 못 먹을 때까지 다 먹고 나서야, 그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Z님의 과거에 무슨 상처가 있었든, 얼마나 부정적이고 불행한 사람이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Z님이 사랑을 믿고,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면, 과거는 아무 의미도 없어질 테니까요.
만약, Z님이 사랑의 비젼을 알고 있고, 그와 내가 맞지 않아서 사랑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 언제든지 헤어져도 됩니다. 하지만, Z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조건없는 사랑이라면, 마음껏 사랑받으세요. 누구라도, 그렇게 해서 생존한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부디 빨리 건강해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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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5/25 20:03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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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사랑을 받는 다고 해서 주는 법을 안하도는 못하는 법이지요.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견뎌내고, 배우다 보며는
언젠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고마워 하고, 사랑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애인분 너무 힘들게만 안하시면 될듯. 지쳐 떨어져 나가면 정말 답 없다능..
아직 시간은 많지 않을까나요.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 나가면 되지 않을까나요..
왜요, 천국도 지옥도 똑같은 긴 젓가락을 주는데, 지옥은 자기 입에 넣으려다 굶어죽고 천국은 서로 입에 넣어주느라 배가 통통 불러온다지 않습니까. (이 얘기 맞나?) 여튼, 서로 상대가 배고프지 않게 하면, 그게 천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