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68th prescription

S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10년도 넘게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에 살고 있고, 생활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죠. 그는 매사에 현실적이라, 저는 그의 말에 자주 상처받죠. 그는 무심한 타잎이고, 저는 단어 하나에 무너지고는 해요. 저는 그걸 조율하고 싶고, 남자친구는 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냐며 화를 내죠. 저는 남자친구에게 다정한 말을 듣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공감하고 싶었지만, 그게 되지 않아 잠깐 다른 남자와 차를 마신 적이 있어요. 나중에 그는 그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죠. 

그 일 이후, 우리는 지쳤죠. 사소한 일로 크게 다툽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그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 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상처를 주고 받는 상황이 닥치면, 저는 싸우기 싫어서 입을 닫고, 그는 상황을 모면하려 하죠. 그는 며칠 뒤 슬그머니 아무 일 없는 듯, 연락이 와요. 내 상처는 그대로인데, 그는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죠.

그와 소통하고 싶어요.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을까요?





S님, 닥터 엘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언어는 다르죠. 그리고, 너와 나의 언어도 달라요. 그가 일단은 서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가 남자와 여자의 언어, 그리고 S님의 언어와 자신의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만약, 그저 우리는 말이 안통해, 화성어와 금성어가 어딨어, 하고 문제를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해결되기 힘들어요.

오래 사겼으면, '남자 사용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익히세요. 자기 자신의 기준에서만 보면, 어떤 남자하고도 대화할 수 없어요. 물론 내 언어는 언제나 옳죠. 여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남자들의 언어는 다르다고요. 외국어에요. 아니 아예 다른 우주어.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 결심했다면,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세요. 그리고, 중간에서 절충해서 맞추세요.

그리고 2% 정도씩만 남자에게 여자의 언어를 알려주어요. 그러면, 남자는 그중에서도 내가 말한 절반 정도만 여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따라와요. 궁극적으로 남자가 여자 언어를 이해하려면, 100년 걸려요. 1%씩 1%씩 알게 되니까요. 그걸 각오해요. 그래서 차라리 손쉬운 게, 여자가 남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이죠.

그래서, 저는 두 분에게 [비폭력대화]라는 책을 권합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실용서라 당장 쓸 수가 있습니다. 만약 두 분이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자는 입장이 일치한다면, 반드시 공부해보도록 하세요. 다 이해하지 못해도, 느끼는 게 많을 거에요.

그리고, 두 분의 문제는 저 역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문제랍니다. 그 때 제가 어떻게 그를 이해하고 대처했는지 알려드릴게요. 아래는 제가 제 남자친구를 관찰하며 얻은 결론입니다.

[내 남자친구는...]
1. 길게 말하면 뇌가 지쳐서 시스템 다운된다. 중간에 논점을 놓쳐서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
2. 개념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3. 돌려 말하면, 단어대로의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4. 공감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면,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듣고 위축된다.
5. 미안하다는 말을 못한다. 대신, 다시 시스템이 부팅되면, 나중에 행동으로 보상하려 한다.
6.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부러워하면, 폭발한다.

저는 이런 대처방법을 썼어요.
1. 다른 사람의 애정표현이 부럽고, 그런 애정 표현을 받고 싶을 때
: 내 남친이 으쓱으쓱 하면서 '내가 세상의 왕이다' 싶을 만큼 여러가지 것들을 칭찬해주고 나서, 그런데, 다른 사람은 이런 애정 표현을 하더라... 는 식으로 슬쩍 알려준다. 그러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관대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남친이, 그런 정도라면 나는 더 잘해 줄 수 있어, 라면서 원하는 행동을 한다.

2. 원하는 게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표현한다
: 예를 들어서, '오늘은 왠지 외롭고 쓸쓸하고 남자친구가 나에게 다정했으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욕구가 발생하면, "나 오늘 일도 힘들었고, 날씨도 왠지 춥고 바람분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자기야, 나에게 쓰다듬쓰다듬 2번과 츄츄 뽀뽀 5번만 해주세요~ 그러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라고 말한다.

3. 그가 원하는 부탁을 들어줬을 때의 리액션
: "오늘 왠지 외롭고 쓸쓸했는데, 자기가 나에게 다정하게 하니까, 너무 좋아요." 라고 즉시 기뻐하고 감사를 표한다. 포인트는, 매우매우 구체적으로 그가 할 일을 알려주고, 그게 실행되었을 때 완전 오바하면서 기뻐하는 것. 그래야 그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행동을 해야 칭찬받는구나, 생각하고 행동 교정이 된다.

4. 모든 부탁은 둘다 교감하고 기분이 좋아졌을 때, 한다.
: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때는 말해봤자 시간낭비.

5. 말로 서로 대립하고 있을 때 
1) 남자들의 사소한 단어 실수나 격한 표현을, 일일이 지적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큰 줄기만 짚어나간다. 지엽적인 단어를 지적하면, 남자들은 반드시 맥락을 놓친다.
2). 결론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길지 않도록, 타임 셋 해놓고 대화하고, 너무 길어지면 차라리 거기서 대화를 접는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는지, 메모해둔다. 
3) 지나치게 추상적인 개념은 최대한 자제한다. 막연하게 이해해달라, 배려해달라, 이런 말은 안 하느니만 못한 말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행동을 지정하라.
4) 남자들은 대화의 대립에서 사건 위주로 파악한다. 공감이나 이해를 바란다면, 한번의 대화에서 한가지의 토픽만 알기 쉽고 간단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 
5) 예전의 잘못이나 근본적인 문제, 평소의 문제점을 현재의 문제와 섞지 말라. 어차피 접수도 안될 뿐더러, 관계 자체가 부정당하는 줄 알고 위축되고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6. 그의 행동이 발전하고 있을 때 :
1) 당장 원하는 모습이 아니어도 앞당겨 칭찬하라. : 처음엔 어리둥절할 정도로 그를 칭찬한다. 그러면, 그는 점점 칭찬한 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2) 사랑받기를 원하면 먼저 흠뻑 사랑해라. : 그가 행복해서 춤출 정도로 사랑해주면, 그도 되돌려줄 수 있게 된다.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으면, 내가 더 많이 더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라.
3) 그가 조금 실수하거나 잘못해도 크게 책망하지 말고 오히려 칭찬하거나 본의가 아니었다는 걸 안다고 말해서, 그가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한다. 
4) 미안하단 말을 꼬박꼬박 받으려 하지 마라. 본인도 미안한 짓 한 줄 안다.
5) 그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껴도, 심도깊은 대화가 길어지고 그가 지친다 싶으면, 당장 그 판 접어라. 그리고, 나중에 다시 재개하라. 

7. 대화에 대해서 공부한다. 
1) [비폭력대화]를 읽고 공부한다. 실천해본다. 
2) 서로 눈을 보고, 손을 마주잡고, 존댓말로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여본다. 
3) 욱하는 성격이 올라올 때는, 차라리 내가 부처님이다 생각하고 내가 져라. 한템포 쉬어라. 
4) 먼저 들어라. 
5) 내가 이해받기 위해서는 그를 먼저 이해하라. 
6) 절대 극단적 표현 금지. 욕설 금지. '너', '야' 라는 수준의 단어도 금지. 실수하면, 본의가 아니었다 즉시 사과.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러프해서 죄송해요. 언젠가 제대로 정리할 날이 오겠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을 해보고, 죽어도 안되겠다 싶으면, 죽을 때까지 노력하지는 마세요. 그냥 헤어지세요. 끝까지 안 통하는 남자도 종종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데까지만 노력하세요. 저는 아직까지는 노력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많이 발전했구요. 그러나, 아직 갈 길 멀다 생각해요. 쉽지 않다는 것 각오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 S님 커플이 첨부해주신 대화 패턴과 제 경우가 대화 패턴이 비슷해서 이와 같은 처방전 드리는 것입니다. 모든 남자들이 이런 스테레오 타잎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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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5/25 21:11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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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casicblue at 2009/05/25 21:20
뭐랄까 굉장하군요 -; 평소에 뭐가 문제인지 좀 알 수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at 2009/05/25 22:14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
Commented by 오르프네 at 2009/05/25 21:32
대화란 중요한 것이지요.. 잘 배워갑니다. ^^
Commented by at 2009/05/25 22:15
잘 안되어도 다시 또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지요!
Commented by 심연 at 2009/05/25 21:44
아, 참. 훌륭한 실용적 조언이었습니다ㅠ_ㅠ乃
남녀대화의 길은 쉽지 않군요.
Commented by at 2009/05/25 22:15
쉽지 않죠. 그러나 사랑하면 근성으로 극복! 안 사랑하면, 못해요. ㅠㅠ
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5/25 21:46
화성에서온남자 금성에서온여자 책에도 약간 나와있는 내용이군요~
저는.. 여자친구 있으면 다정한 말도 해주고 할텐데 말이죠 ㅎㅎㅎㅎ 핫핫
Commented by at 2009/05/25 22:14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라고 덧붙이고 싶은 마음.
Commented by 발라 at 2009/05/25 22:06
특히 이과적 특성을 가진 남성들에게
'2. 원하는 게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매우 적절합니다.
Commented by at 2009/05/25 22:15
때로는 여자들이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아서 문제.
Commented at 2009/05/25 22: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5/25 22:15
그렇지요!
Commented by 롱신 at 2009/05/25 22:18
공감가네요. 애인님과 대화하고 행동 설정을 할때 느낀거지만, 구체적 상황과 대처 행동을 매뉴얼 해놓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게 단순 설정으론 안되고 상상이상으로 세부적인 상황까지 하나하나 설정해둬야 하고 그걸 까먹어 버리기 때문에 개괄적 상황패턴 행동을 지침한 후 디테일사항은 직접 교정해가면서 ...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되어서 응용하기까지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는 겁니다.
간혹 드는 생각이지만 연애는 정말 육아 인가 봅니다. 갓난 아기를 대하는 것과 비슷해요. 내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랑과 믿음으로 대하고 가르쳐야 하는거지요. 그렇다고 일방적인 것으로는 아이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것도 똑같아요=ㅅ=..
(물론 이것은 굳이 남자 여자에 국한 된게 아니라 둘 중 좀 더 눈치가 빠른사람이 하게 되는 일 같습니다OTL)
Commented by at 2009/05/25 22:21
아니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 먼저. ^ㅅ^ 만약 이런 과정이 길어지면, 별도로 노트를 두고, 기록해가며 하는 것도 좋을 듯 해요. 일기를 쓴다든지... 저는 그렇게 하거든요.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하고, 그의 발전에 기뻐하며 기록하기도 하고. ^^
Commented by 심연 at 2009/05/25 22:24
↑육아일기로군요. 혹은 육알일기 ㅎㅎ
Commented by at 2009/05/25 22:50
하하하. 그런가요? 육아는 싫지만! >ㅅ</////////////
Commented at 2009/05/25 22: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5/25 22:50
6개월에서 1년 반 사이가 굉장히 고비인 것 같아요. 그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그러나 마지노선은 있어야겠지요. ^ㅅ^ 서로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그 때부터는 '사랑'의 정의를 두 사람의 손으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지는 듯. 그 전에는 무조건 사랑해, 사랑 안해, 가 관건이라면. ^^
Commented by MrCrazyani at 2009/05/25 23:04
[내 남자친구는...] 의 4번은 남성의 특성...이랄까요; 여성이 섭섭하거나 우울하거나 힘든(남성과는 아무 관련 없는!)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라도 남성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죠 ㄱ-;;
Commented by at 2009/05/26 17:53
저랑 남친은 서로서로 그렇게 생각해요. 서로 얼굴이 한조각 수심이 떠오르면, 둘다 어쩔 줄을 모르죠.
Commented by 연토깽 at 2009/05/26 09:41
진짜 다정다감한 남자친구는 포기했어요.
말이라도 이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애인님! ㅠㅠ
Commented by at 2009/05/26 17:53
구체적인 말을 지정해서, 그 말을 해달라고 하세요.
Commented by 곰도리 at 2009/05/26 11:43
개인적으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라는 경우를 많이보고 당해(?)봐서인지 이렇게 오래 사귄분들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잘되셨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at 2009/05/26 17:54
그러게 말입니다. 부디 더 오래 사랑하시기를 바라고 싶어요. ^^
Commented by 메리쫑 at 2009/05/26 15:05
하하하.. 완전 많이 웃었어요. 저도 신랑이랑 사귄 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오빠가 내 표정이나 행동으로 알아서 얘기해줄 수도 있잖아!! 내가 그만큼 눈치를 줬건만-_-!! 이러면서 싸웠는데요. 시간이 좀 지난 다음부터는, 구체적으로 내가 듣고싶은 말, 행동을 얘기해주는 게 저도 편하고 신랑도 편하고 그렇더라구요. 제 생각에는, 다 드라마의 영향이었던 것 같아요. 왜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이 얘기하지 않아도 남자주인공들이 척척 다 해주잖아요. 그래서 그게 더 감동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서 다투고는 했었는데 다 쓸데없는 소모전 같더라구요. 내가 아닌 이상 내 맘을 어찌 알겠어요. 허허허허허.
Commented by at 2009/05/26 17:55
음... 맞아요. 드라마가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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