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2일
279th prescription
U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수개월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대화하며 지인이 된 분이 있습니다. 업무적 대화도 하고 사적인 대화도 했죠. 그 분은 멋진 분이시고 유명하시죠. 저는 동경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이 분이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분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어요. 그는 본인의 이야기라고는 생각을 못하시고 적절한 조언을 해주었죠.
저는 그와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저는 지난 연애에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분과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두렵거든요. 저는 제 감정을 무시하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어요. 엘님의 처방전을 받아들고 나면, 제 마음의 정리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U님, 닥터 엘입니다.
동경으로 시작되는 감정은 쉽게 연심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동경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많은 부분들이 멋지고 근사하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매력적인 이성일 가능성도 높죠. 감정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대중들에게 존경받고 유명세도 있는 사람의 옆에서 받게 되는 인상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답니다. 남들이 좋다좋다, 하는 말을 듣고 구매한 물건이 예상 외로 평범할 때가 많지만, 구매 직전까지는 남들이 만들어준 첫인상이 마치 나의 진짜 감상인양 착각하지요. 유명한 연예인과 어쩌다 식사라도 하게 되면, 자신이 직접 취합한 정보보다는 미디어가 만들어준 그의 이미지대로 그를 판단하기 쉽지요.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게 되어있으니까 말입니다.
자, 만약 그가 이성으로 느껴진다면, 그에 대한 동경은 잠시 접어두도록 합시다. 연애는 나와 같은 위치에 내려와있는 남자와 하는 거랍니다. U님은 그의 훌륭한 부분만을 보았고, 그가 평범한 보통 노총각이라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그도 U님과 마찬가지로 연애에 있어서 생기는 모든 상처를 두려워하는 보통 남자라는 면을 보도록 합시다. 그의 명성과 나이는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답니다. 자기 분야에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이라 해서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가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갖고 있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혀 반대의 경우도 왕왕 있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실수를 몇번 한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저는 처절한 좌절과 함께 소중한 교훈을 얻었죠. 모두가 좋아하는 남자라고 해서, 그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나이가 낼모레 마흔이라 해도, 연애하기에 지독하게 나쁜 남자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까, U님은, 외적인 조건에서 생긴 그 감정은 잠시 접으셔야 합니다. 그를 다시 보세요.
연애심은, 연애를 실패하고 난 뒤에는 언제나 흔들리게 되어있습니다. 사랑을 믿고 싶지만, 사랑만큼 상처를 주는 감정도 없죠. 그러나, 사랑을 피하면서 살 수도 없습니다. 심장이 채워지지 않으면, 평생 갈증을 참으며 살아야 하니까요. 여덟살 꼬꼬마도 여든이 넘은 노인도 사랑을 갈망합니다. 사랑은 인간을 살게 하는 에너지거든요.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U님도 자신의 연애심을 더이상 누르지 마세요. 연애는 실패의 역사를 이루며 느리게 발전합니다. 사랑을 각오하셨다면, 당연한 실패의 고배도 마셔야 해요. 그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든 것은 지나가게 되어있고, 상처 또한 U님의 삶을 풍요롭고 깊이있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에게 다른 질문들을 해보세요. 그의 연애관을 물어보고, 사랑관을 물어보세요. 그간 어떤 연애를 해왔는지 연애의 스타일을 관찰해보세요. 그의 사생활이 투명한지 보세요. 그의 섹스관, 그의 결혼관, 여러가지 가치관들을 질문해보세요. 충분히 연애할 수 있는 남자인지 관찰해보고 그래도, 그 사람이 이성으로 느껴진다면, 그의 NO를 각오하고 프로포즈하세요.
제가 드리는 답은 언제나 정면승부 밖에 없습니다. 마음을 접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마음은 종이가 아니라 잘 안 접어지잖아요. 그렇다면, 제 말대로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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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6/02 02:29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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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L 누가 저좀 위로좀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