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1st prescription_저는 연애 중인데 남친 있는 동료에게 맘이 갑니다

J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일이 너무 힘들고 바빠, 거의 매일 자정을 넘어 일합니다. 저는 오랜 여친이 있어요. 몇 번 헤어지고 다시 만났지만, 지금은 사이가 좋습니다. 대신 서로 휴일이 달라 자주 못 만나는 게 아쉽죠.

그러다, 저는 직장 안에서 이상형을 만나고 말았어요.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저는 그녀에게 짝사랑이다 생각하고 잘해드리고 싶어요. 이런 감정은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그녀에게 표현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이성으로서의 이상형이기도 하고 인간적으로 이상형이기도 해요. 그러나, 남녀 간에 친구라는 생각은 역시 위험할 수도 있어 이야기를 건네기 힘듭니다.

서로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친해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상형이라고 밝히면 부담스러울까요? 친구 사이로 지내기에 불편해질까 염려되니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어 요.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잘해주는 것도 안될까요? 그저 뭔가 해주고 싶은데,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걱정이 됩니다. 

저의 이런 감정은, 제가 여자친구와 자주 못 만나서 생기는 외로움의 투사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저 친한 친구로 지내고 싶어요. 제 생각이 이기적인 건가요. 욕심인 걸까요. 혼란스럽습니다. 





J님, 엘입니다.

J님은 여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혼자 있을 때면 채워지지 않는 어떤 허전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상형의 그녀를 향해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할까 고민하는 J님에게는, 분명히 또다른 두근거림이 있죠. 그것은 J님과 J님의 여자친구가 잃어버린 그 두근거림일 수도 있어요.

J님, 새로운 인간관계를 고민하기 전에, 지금 감당하고 있는 기존의 연애관계를 되짚어볼까요.

자신이 연애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노트에 써 보세요. 연애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요. 어떤 의미를 쌓아가고 있나요. 어떤 공동의 목표가 있나요. 두 사람이 무엇을 함께 누리나요. 어떤 부분에서 두 사람은 한 팀인가요. 팀웍은 제대로 작동을 하나요. 인간적으로 얼마나 가까운가요. 갈수록 서로를 좋아하게 되나요, 혹은 무덤덤해지나요. 얼마나 친밀하게 지내고, 얼마나 다정하게 감정과 정서를 나누나요. 일상은 얼마나 겹치나요. 좋아하는 코드들은 얼마나 맞나요. 왜 이 사람이어야 하나요. 왜 상대에게 나여야만 하나요.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는 두 사람인가요?

둘만의 의미를 안다면 함께 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관계가 오래 되면 연인이면서 동시에 베프죠. 솔메이트죠. 연애 초기의 설렘은 보석 같은 추억이 되고, 편안하고 안정된 지금은 강같은 평화죠. 세월이 흘러 깊고 짙은 인간애와 우정으로 채워질 때, 사랑은 새록새록 새로운 꽃을 피워요. 많은 연애인들이 활짝 폈다 빠르게 지는 첫번째 꽃봉오리가 떨어질 때, 사랑 따위 휘발성이라며 실망해서 도망치지만. 그건 정말 아까운 일이에요. 두 사람의 세계가 만나는 일은, 고작 꽃 한 송이가 아니라 들판에 만발한 꽃밭을 통채로 가지는 셈인 걸요. 

인간관계가 오래고 깊어질수록, 더욱 아름다워진다는 걸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 연애해도, 아무리 오래 결혼하고 같이 살아도 내내 시들하고 허무하고 외로울 뿐이에요. 

그러므로.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이해하고 현재의 관계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면,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일이야 무슨 문제겠어요. 

하지만, 두근거림이 사라진 연애에 대한 보상 때문에 새로운 연애 기회를 꿈꾸는 거라면, 설레는 그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어야겠죠. 

낯선 타인을 향한 기대로 인해 설레고 두근대는 심장이 있다는 건, 사실 나쁜 일만은 아니에요. 사람 만나는 일을 감당할 수 없는 피곤한 어른들도 참 많고, 인간이 다 거기서 거기라며 낯선 우주를 만나는 일을 진저리치는 감성 좀비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이성을 향한 감정을 모두 '사랑', '연애감정'으로 이름 붙이는 건 경계해야 할 일이에요. 모든 감정에 똑같은 태그를 붙이지 마세요. 이성이라 해도, 두 사람은 '연애적령기의 두 남녀'라는 카테고리를 뛰어넘는 사적, 사회적 맥락을 사는 존재들이잖아요. 

사적이고 강렬한 호감을 대접하기 전에, 두 사람은 공적인 관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게다가 상대가 연애 중인 사람이라면, 친하지 않은 이성의 다정한 접근은 여러가지 뉘앙스로 비춰질 수 있어요. 어떤 말이나 행동은, 당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독이 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직장 내에서 안전하고 쾌적한 인간관계를 누리고 싶다면. 

1.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지 마세요. 
2. 필요 이상의 호감을 표현하지 마세요. 
3. 필요 이상의 칭찬을 하지마세요. 
4. 필요 이상의 감정표현을 하지마세요. 
5. 필요 이상으로 둘만의 시간을 도모하지 마세요.

짝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즐겁게 하세요. 꿈 속에서 상상 속에서 하세요. 동시에, 지금의 내 사랑을 충실하게 해 보세요. 

J님이 지금의 연애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상형의 그녀에게 당신이 나의 이상형이라고 고백할 필요도 없어요. 그녀 역시 만나고 사랑해보면 오랜 연애 뒤 두근거림을 잃게 되는 똑같은 사람일 뿐이니까요. 내가 사랑을 모르는데, 이상형의 그녀에게 고백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요. 

감정은 상호적입니다. 만약 J님이 다른 이성을 떠올리고 있다면, J님의 여자친구도 시들시들해져서 다른 사랑을 꿈꾸고 있을 지도 몰라요. 두 분이 지금 누리는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해주세요. 그녀와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많이 사랑해요.

사랑은 선택이고 책임이에요.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아름다워져요. 만약 아닌데? 권태기 오는데? 싶다면, 관계를 가꾸는 방법을 배워야 할 베스트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에요! 관계가 의미없다면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상대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해야 해요. 함께 하는 일들이 얼마나 의미심장하고 즐거운지 다시 발견해야 해요. 내가 관계를 모르는데 상대방이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서 얻는 설레임은, 잠시 반짝 빛났다 사라지는 자동차 불빛 같은 거죠. 

마음이 늘 환할 수 있도록, 사랑해서 행복해지세요.  








(*2015년 7월 13일 리라이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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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심연 2009/06/03 20:19 #

    ...엘님은 언제나 침착하시군요. 제 눈엔 이기적인 것이고, 욕심인 것으로 보여 화가 나는데;
  • 2009/06/03 21:28 #

    새롭게 닥친 감정이 너무 강렬하면, 누구라도 정신이 없어질 거에요. 이분이 정말로 이기적인 분이었다면, 저에게 상담 메일을 보내지도 않으셨을 거에요. ^^
  • 팡야러브 2009/06/03 20:23 #

    처음에 여자친구랑 사귀실때 이상형과 사귄게 아니셨나봐요? ㅇㅅㅇ
  • 2009/06/03 21:27 #

    연애의 시작은 다양하지요. ^ㅅ^
  • 미자씨 2009/06/04 02:24 #

    관계는 그냥 저절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가꿔가야 하는 것 같아요. 풋. 항상 말은 잘하지요. 나나 잘하자-ㅅ-
  • 2009/06/04 10:25 #

    저도.... 나부터 잘하자....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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