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90th prescription

A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결혼날짜까지 잡은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그가 저와 교제하기 전에 원나잇 스탠드 경험이 있다고 실토하더라구요. 그런데, 그 경험을 제 앞에서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저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저는 그가 저를 만나기 전에 어떤 연애를 하든, 어떤 관계를 맺었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는 저와 만나며 늘 '정절'을 강조했었죠. 저는 그가 성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아니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별거 아니라는 그 태도에 경악하고 말았어요. 

그는 제 앞에서 언제나 신사였고, 진지한 남자였죠. 그간 연애하며 온갖 고비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잘 넘겨왔어요. 저는 그 사람이 여성을 존중하고 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자라 믿고 있었거든요. 제 믿음은 그의 과거 이야기에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어요. 그는 자신의 말을 변명하고 싶어했지만, 저는 혼란스럽고 두렵습니다.

그가 저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말도, 이제는 믿어지지 않아요.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






A님, 닥터 엘입니다.

섹스는 단지 행위죠. 그러나, 섹스관은 중요한 것들을 말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기본을 알 수 있으니까요. 특히, 남성의 섹스관은 정말로 중요해요. 나와 나의 몸에 직접적으로 닥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성성에 대한 존중, 여성의 몸을 대하는 태도, 성장하면서 어머니와 맺은 관계, 사랑과 섹스에 대한 기준, 아내와의 관계, 딸과의 관계, 다른 여성과의 관계, 안전과 위생에 대한 개념, 자신의 몸을 대하는 태도...

A님과 그가 아무리 깊은 관계로 수없이 많은 섹스를 경험했다고 해도, 섹스관에 대한 것은 대화를 나누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해도, 서로의 사랑관이 틀리면 그 사랑은 통할 수 없는 것처럼요. 똑같은 것이지요.

그에게 여러가지로 질문해보세요. 그리고, 나의 섹스관과 그의 섹스관이 얼마나 맞는지 다시한번 점검해보세요. 몇달 뒤의 결혼이나, 그의 사랑한다는 말은, 그의 섹스관과는 전혀 별개에요. 만약 A님이 그와 가치관이 틀려서 같이 살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린다면, 결혼식 날짜를 잡은 것이 문제이겠나요. 만약, A님이 결혼 후에 그의 섹스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봐요. 그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거랍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그와 충분한 대화를 해봐야 해요. 그리고, 그의 진심과 본질을 보도록 노력해야 해요. 나와 삶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남자인지 잘 살펴봐야 해요.

공교롭게도, 저 역시 얼마 전에 남자친구의 원나잇 스탠드 경험에 대해서 듣게 되었지요. 저 역시 A님과 마찬가지로 그가 저를 만나기 전 다른 여자친구들과 사랑을 했고, 깊은 관계를 맺었던 것도 저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만난 지 몇년이나 지났는데도, 그가 원나잇 스탠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죠.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인지 맥락은 잊어버렸지만, 저는 일단은 굉장히 놀랐죠. 내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눈치챈 그가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였어요. 그 일은 칠팔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고, 성에 대해서 잘 모를 때에 있었던 경험이며, 당시 술에 조금 취했고, 욕구불만이 너무 큰 상태였고, 상대 역시 원했기 때문에, 이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죄책감을 가진 채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죠.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하기도 전에 금방 상황은 종료되었다고 했죠. 이후로 서로 합의라도 한 듯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는 오랫동안 그 일을 후회했대요. 다시는 이런 일은 경험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대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죠. 저 역시 오래 전에 성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자기 기준도 없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사랑없는 섹스가 얼마나 무의미한 지, 저 역시 잘 알고 있죠. 저는 남자친구의 고백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어요. 그가 나와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은 나와는 무관해요. 그러나, 그가 어떤 섹스관을 갖고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하죠. 그는 늘 사랑하지 않으면, 섹스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었어요. 그것은 나와 첫 섹스를 할 때부터 일관된 태도였지요. 그와 나는 섹스관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누었어요. 나는 그가 섹스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다루는지 잘 알지요. 그가 섹스에 대한 어떤 기준을 갖고 있고, 여성의 몸을 어떻게 대하는지, 포르노나 매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여성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잘 알지요. 그는 마음의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우리는 우리의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 늘 고민하고 맞추어보지요. 혹시라도 조금의 의문이 생기면 저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고, 그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섹스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저도 질문하고 그도 질문하지요.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 나니, 더이상 의심하고 불안해할 것이 없어졌어요.

그래도, 원나잇 스탠드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느닷없긴 했죠. 만약, 그가 자신의 당시 심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면, 저 역시 A님처럼 괴로운 마음이 되었을 거에요. 그러나, 그가 당시의 자신이 어떤 심정이었고, 왜 그랬으며, 얼마나 후회했는지 이야기했기 때문에, 저 역시 자기 기준이 제대로 없었던 나의 과거를 돌아보며 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거에요. 만약, 그가 성을 가볍게 다루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면, 저는 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을 지도 모르죠.

A님, 그와 다시한번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섹스관은 잘 변하지 않아요. 그의 과거 경험을 질문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그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세요. 그가 섹스를 소중하고 특별한 꽃이라고 생각하는지 보세요. 성스럽고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생각하는지 잘 보세요. A님이 양보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 다른 생각은 수용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나, 아무리 해도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 생각은 평생 A님을 괴롭힐 거에요. 그저 덮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내 몸이 겪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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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6/09 21:53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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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영혼의편린 at 2009/06/09 22:33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을 수도 있겠죠 ㅇㅅㅇ;; 숨기고 결혼하고 싶진 않지만 얘길 꺼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반응이 두려워서 그냥 무심한 척, 가볍게 흘리고 지나갔을 수도요. 너무 최악으로 생각하시지 말고 얘기가 잘 마무리 됐음 좋겠네요

그나저나 곧 300회가 다가오네요. 엘님 미리 축하드려요 ^-^
Commented by at 2009/06/09 23:08
대화가 중요하겠지요. 결혼하고 나서 새로운 걸 속속 알게 된다면 정말로 낭패. 결혼 전에 모든 의문을 푼다고 해도, 결혼하고 나면 또 새롭다더라구요.

300회! ^ㅅ^ 정말 세월 빠르지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at 2009/06/10 14: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6/10 15:31
저도 제 남친의 연애사는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어떤 부분은, 이런 나쁜 남자가 있나... 하면서 듣기도 했죠. 저는 더 듣고 싶은데, 남친은 얘기를 잘 안해줘요. 쿠쿠.
Commented at 2009/06/10 17: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6/12 10:29
나쁜 남자였던 남자도, 새로운 인연을 만나서 좋은 남자가 되기도 하니, 사랑은 참 위대하지요. ^^
Commented at 2009/06/14 00: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6/16 00:29
좋은 질문이신 것 같습니다. 처방전으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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