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93rd prescription

R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사귀던 오빠에게서 배신당했죠. 같은 캠퍼스라 헤어지고 나서도 참 힘들었어요. 그러다 중간에 연락이 한번 왔더라고요. 제가 연락한 적도 있는데 여전히 우리는 헤어진 연인들이죠. 
 
그러는 중에, 저는 저와 친한 한 남자아이를 좋아하고 있어요. 그는 이미 연인이 있지요. 제 마음을 부정하려 할수록, 저는 그의 문자 하나에도 설렙니다. 그와 저는 그저 친구일 뿐이고, 그는 여자친구와 너무나 잘 지내지요. 얼마 전에는 술을 마신 김에 그에게 스킨쉽을 했어요. 그는 제가 취해서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했는지 뿌리치지 않았지요. 우리는 취중에 그런 것 같다며 웃으면서 헤어졌어요. 집에 잘 도착했냐고, 우리는 다정하게 문자도 주고받았죠. 물론, 저는 장난스럽게 표현하며 제 마음을 숨겼어요. 그는 제가 아직도 예전의 오빠를 잊지 못하는 줄 알고 그걸 걱정해주죠. 

저는 여성스럽지 않아요. 분위기 메이커죠. 사람들에게는 그저 편한 누나, 편한 친구에요. 저는 연인이 있는 그에게 고백을 할까 생각해봐요. 그리고, 헤어진 그 오빠에 대한 제 감정이 아직 남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제가 마음 속에 두 사람을 넣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면, 편해질 지 모르겠어요. 그 오빠와 마주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R님, 닥터 엘입니다.

R님. 이별 후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는 모든 것이 내 실제 감정보다 더 과장되기 마련입니다. 오빠와 헤어지고 시간이 꽤 지났지요. 그러나, R님의 이별 후유증은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별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자신의 자양분이 되고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것은 아니랍니다.

R님에게 드리고 싶은 충고는 이것입니다. 좀더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도록 해보세요. 

감상에 잠기는 것은 지금까지로도 충분하답니다. R님의 헤어진 오빠는 R님에게 한때 미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에게 중요한 것은 지난 연애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현실이었지요. 그의 우선순위는 R님이 아니었던 겁니다. R님도 그것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그와의 이별을 인정해야 하지요. R님은 좋은 연애를 했고, 좋은 이별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아직도 남은 감정을 보여줄 기회도 있었죠. 그것 또한 잘 지나갔습니다. R님은 스스로의 힘으로 과거와 선을 긋도록 해야합니다. 다짐을 하셔야 한답니다. 슬픔을 반복해서 되돌리며 그 안에 잠기지 않도록 해보세요.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고개를 똑바로 드세요. 지나간 시간을 추억으로 담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별이라는 유령은 자꾸만 R님의 발목을 잡는답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찬물 한잔 쭈욱 들이키고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지요.

연인이 있는 친구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생기는 것 또한, R님이 이별 후유증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별 직후 헤어진 연인을 가장 사랑하게 되고, 그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성을 연애 대상자로 파악하고 그 사람에게 연애욕구를 투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수순으로 다음 연애로 이동하여 이별 후의 상처를 회복하고 자기애도 북돋우는 것이지요. 그런데, R님은 공교롭게도 연인이 있는 이성에게 연애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만약, R님에게 전혀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면, 그 사람이 R님에게 강력한 프로포즈를 한다면, R님이 과연 아직도 헤어진 오빠와 애인이 있는 친구에게 흔들릴 여유가 있을까요?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는, 이러한 가정법이 굉장한 도움이 된답니다. 마음이 외롭고 추울 때는, 누구라도 다시 사랑받을 날을 꿈꿉니다. 좋은 연애 대상자, 좋은 연애의 조건, 좋은 타이밍을 가려내고 선택할 마음의 여유가 잘 생기지 않지요. 그래서, 아픈 이별 직후에 시작하는 연애는 또 흔들거리기 십상인 것이랍니다. 그러나, 건강하게 이별을 극복하고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반드시 다시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되면, 지난 연인과 마주친다 해도, 관대하게 미소지을 수 있지요. 상대가 어색해하고 시선을 외면한다고 해도, 그에게 섭섭한 마음보다는 연민이 먼저 들 정도로 마음이 커진답니다.

R님, 연인이 있는 친구에 대한 마음이 진짜인지 가늠해보세요. 내 마음 나도 잘 모를 때는, 이런저런 가정을 해보세요. 그리고, 이별을 한 오빠와의 기억에는 자신의 손으로 명확하게 선을 그으세요. 크고 선명하게 마음에 선을 그어놓아요. 그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세요. 소개팅도 하고, 자기 자신을 가꾸고, 공부도 하고, 혼자서 명상하고 책을 읽고, 스스로를 충실하게 채우는 노력을 해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과 좋은 대화를 하는 연습을 하는 일이지요. 그렇게 되면, R님의 마음이 어떤 사랑을 추구하고 어떤 연애를 원하는지 알수 있게 된답니다. 알 수 없는 내 심장을 잘 읽을 수 있게 된답니다. 이런 일은 저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일이랍니다. 무슨 일이든, 연습없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잖아요. R님도 스스로와 대화하는 일을 좀더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답을 찾으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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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6/16 01:27 | LOVE&MEMORY(201st~)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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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ilverRuin at 2009/06/16 04:39
R님, 스스로 분위기 메이커라고 생각하면 답이 없어요.. 'ㅅ'; 자기 자신도 소중한 '여성'이 될 수 있음을 아셔야지요 ㅠㅠ
Commented by at 2009/06/16 22:30
꼭 여성스러운 특징들이 있어야 연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변신할 권리도 있지요. ^^
Commented by Dummy at 2009/06/16 10:23
아픈만큼 성숙하는거죠.. 좀더 어른이 되셔야 할듯..
무의식중에 남의떡이 눈에 들어온걸까요? 지나면 왜그랬나 싶으실듯..
Commented by at 2009/06/16 22:31
자신의 진짜 감정을 읽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Commented by 오르프네 at 2009/06/16 10:49
자신과의 대화....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것.....?
Commented by at 2009/06/16 22:31
이것이 가장 어렵더라구요. ^ㅅ^ 외부의 기준으로 움직이는 건 쉬운데, 자신의 기준으로 움직이는 건 너무나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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