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th prescription_그녀는 연애를 모르겠대요

E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처음 여친에게 프로포즈했을 때는 거절당했죠. 저는 포기하고 연락을 끊었어요. 그런데 얼마 뒤, 그녀가 안좋은 일이 생겨 저를 찾았고, 또 얼마 뒤에는 그녀가 저에 대한 감정이 아직 좋게 남아있다고 고백하더라구요. 그래서 몇달 만에야 우리는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습니다.

막상 연애를 시작하고 보니, 서로 안맞는 점도 있고, 싸우기도 했어요. 그녀는 조금 고지식한 편이고, 표현도 서툴죠. 저는 그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조금 부담스러웠대요. 전화하더니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을 못하는 자기 자신이 답답하대요. 마음의 문을 못여는 스스로가 힘들대요. 


그녀는 자매 사이가 돈독한데, 그녀의 언니는 연애하면 가족보다 연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더군요. 그런 언니가 섭섭하고, 자신은 언니처럼은 못 될 것 같다고. 저에 대한 감정도 잘 모르겠고, 연애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대요.

우리는 마지막으로 만나기로 했죠. 저는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어요. "생각나면 전화해" 라구요. 그녀는 기다리겠다는 저에게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이 너무 미안해진다고.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E님, 엘입니다.

그녀가 표현에 서툰 것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군요. 

그녀가 힘들고, 부담스럽고,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고, 미안하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하는 길고 긴 이야기들은 모두 솔직한 진심들입니다. 

처음 그녀가 E님의 프로포즈를 거절한 것과 얼마 뒤 여지를 남기며 다시 찾아온 것은, 아마도 연애에 대한 호기심, 사랑받고 싶은 욕망, 자신을 선택해준 상대에 대한 감사가 이유였겠죠.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는, 백만 가지죠. 어떤 이유라도 연애의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것은 연애 그 이후입니다. 

연애는 서로 사랑해보자고 하는, 마음으로 하는 약속이고 그녀는 그 약속을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아요. 그녀는 감성적이고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이죠. 아직 연애 경험도 적고, 연애관도 확립되어 있지 않고, 언니의 연애가 마냥 섭섭한 소녀이죠. 

나는 사랑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좋다면 나를 사랑해달라고 이기적으로 되지도 못하는 여자아이죠. 그녀는 진지하고, 자신의 마음에 거짓을 쌓지도 못하고, 그래도 상대를 배려하려 최선을 다해요.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금방 앙앙 울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희망없는 기약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님, 이런 그녀를 배려해주세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행복했고 감사했고 즐거웠다고 웃으면서 보내주어요. 인연이 아닌 것에 슬퍼하지 않겠다고 해요. 늘 행복하고 건강하라고 빌어주어요. 마지막 데이트는 좋은 차 한 잔 마시면서, 향기롭게 채우도록 하세요. 그녀에게 기다린다는 약속은 하지 마세요. 그녀가 좀더 어른이 되고, 사랑을 배우고, 연애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그녀에게 어떤 그림자도 남기지 말아요.

어떤 연애는 두 사람이 동시에 불타오르고, 어떤 연애는 은은하게 시작해서 은은하게 오래 가죠. 어떤 연애는 조용히 시작되어 뒤늦게 불타오르다가 서서히 식어가기도 해요. 어떤 연애는 시작부터 고통스럽고, 끝까지 갈팡질팡하기도 하죠. 연애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어요. 연애는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화학작용이고, 관계의 집이고, 인생의 희로애락이지요.

E님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인연이 될 수 없었던 짧은 연애를 지금 막 끝내려고 하고 있어요. 연애는 두 사람의 동의로 이루어지지만, 이별은 한 사람만 마음을 먹어도 이루어지지요. 좋은 끝을 만들고, E님도 다음 연애를 준비해요. 짧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했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요. 마음 속의 보석으로 간직하시면 좋겟습니다.







(*2016년 5월 10일 리라이팅함.)




덧글

  • 달바다 2009/06/26 09:32 #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쉽지 않더군요.
    뭐라고 말해도 이별은 씁쓸하고 아쉽고 서글픈 일이지요.
    그리고 확실히 어른의 일이구요.
    글쓴님은 잘해내시길 바랍니다.
  • 2009/06/26 18:30 #

    누구에게도 시간은 공평하게 지나가지만, 잘 보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용기가 없어질 때는, 한번 더 자신을 격려하고 불끈불끈 해보아야하겠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상담 상태

상담상태클릭


처방전 검색기

Loading

노란리본

2013 대표이글루

위즈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