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11th prescription

K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제가 꼬꼬마일 때부터 호감을 가지기 시작해서, 몇년 만에야 처음 얼굴을 보게 된 남자가 있어요. 물론, 그러는 중에도 저는 이런저런 교제도 해보고, 사랑이라는 감정도 느껴보았죠. 그런데, 내가 누구를 만나도 이 남자는 잊혀지지 않았어요. 어른이 되어 만난 우리는 다정하게 데이트했죠. 우리는 너무나 이야기가 잘 통했어요. 그는 여친이 있죠. 우리는 좋은 친구 사이에요. 게다가 그와 저는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져 있죠.

제 목표가 꼭 이 사람과의 연애는 아니에요. 그와 나는 실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일년에 두어 번에 불과하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연애를 하게 된다해도, 그를 그저 잊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죠. 저는 제 마음을 그저 숨기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고백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혼자서라도 그만을 지켜보아야겠다 다짐한 것은 아니지만, 왜 그런지 지난 몇년 간은 다른 남자들에게 관심이 전혀 생기지 않아요.












K님, 닥터 엘입니다. 

이상형을 마음에 담는 것은, 소년소녀들의 특권이랍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연애의 A to Z를 모두 겪기 전까지는 누구나 꼬꼬마들이고, 현실의 연애보다 머리 속의 완벽한 시나리오가 만들어낸 캐릭터와 스토리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는 한답니다. 많은 데이트를 하고, 시행착오와 실수, 상처를 경험하고, 차례차례 사람을 만나면서, 우리는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지요. 만약 K님께서, 아직까지도 전혀 변하지 않는 감정으로, 상대를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흔히 가질 수 없는 축복일 지도 몰라요. 사람은 살면서, 사랑교에 귀의하고, 또 사랑교를 탈출하고, 또 사랑교의 여러 다른 종파에 매혹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지요. 그러는 동안,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답니다. 하지만, K님의 그는 여전히 동화 속의 왕자님이지요. K님은 이제 곧 어른이 될 거에요. 그는 여자친구가 있죠. K님은 그를 향한 자신의 감정과 애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운명이라는 신의 시나리오가 실재한다면, K님은 어린 시절의 왕자님과 맺어져야만 하는 필연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쉽게도 사랑은 신의 시나리오보다는 인간의 노력과 관점이 훨씬 더 깊게 작용하게 되어있답니다. 아무리 완벽한 상대와 완벽한 조건, 완벽한 세렌디피티로 마주한다 해도, 한톨의 사랑도 발전할 수 없을 때도 있죠. 정말로 최악의 상대와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조건으로 마주쳐도, 목숨을 거는 사랑이 이루어질 때도 있답니다. K님의 지금 감정은 K님이 대접하고 정의내리기에 따라, 우여곡절의 러브스토리가 될 수도, 지나가는 성장통이 될 수도 있는 거지요. 제가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K님에게 이것은 무엇입니다, 하고 정의내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랍니다.

보통 어린 시절의 이상형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한가지랍니다. K님이 그와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않아서에요. 우리는 지나버린 기억에는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거든요. 만약, K님이 그와 정말로 인연이었다면, 두 사람은 모든 장애를 넘어 연애할 수 있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지향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일에 각자의 인생을 투자했죠. 그리고, 그는 여전히 '가지 않은 길' 중 하나로 남아있어요. 만약, K님이 다른 이와의 연애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제 위치, 즉 '가지 않은 길'로서의 위치를 여전히 고수하겠죠. K님도 그를 위한 자리를 마음 깊은 곳에 남겨둔 채, 다시 열어보려 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러나, K님은 지금 연애 중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K님의 마음은 새삼스럽게 다시 그를 향해 타오른 거랍니다. 적절한 타이밍으로, 그와의 데이트도 이루어졌잖아요. 그는 생각 속의 존재가 아니라 피와 살이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였죠. 정말로 K님과 연애를 할 수도 있는 '갈 수도 있는 길'이 되어버린 거에요.

K님이 그동안 연애를 하지 못한 이유는, 전적으로 이 남자에게 있는 탓은 아닌 것 같아요. 성장을 거듭하는 소녀시절에는, 연애욕이 불타기도 하지만,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쏟아야할 때가 더 많죠. 어떤 소녀들은 사랑관을 먼저 확립하고자 어설픈 실험을 계속하고, 어떤 소녀들은 준비가 될 때까지 주변과 내면을 탐색하며 시간을 가져요. K님은 어떤 스타일이었나요? 연애는 했지만, 깊어지지는 못한 경험이 더 많지 않았나요? K님의 연애욕은 차근차근 자라왔는데, 적절한 대상자를 아직 찾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요?

사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방법은 많지가 않죠.

자신의 감정을 먼저 되짚어보아요. 제가 이런저런 가능성들에 대해서 기술했잖아요.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호감이었던 감정이 어떤 절차와 순서를 거쳐 지금의 강렬한 에너지로 자라왔는지 살펴보아요. 그리고, 그 감정이 실제로 그와의 연애를 하고 싶은 욕구인지 판단해봅시다. 단순히 멋진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인지, 꼭 그여야만 하는지도 구별해보도록 하세요.

만약, 그여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다음 순서는, 그를 이상형의 위치에서, '내 남자친구의 후보자'라는 제 위치로 끌고 내려오는 일이에요. 나와 눈높이가 딱 맞는 거기까지 말이에요. 그리고, 그의 현재 연애 상황을 제대로 질문해서 답을 받아요. 여자친구와 정말로 사이가 좋은지, 사랑관, 애정관, 연애관이 나와 맞는지, 나를 여자로 생각하는지, 롱디 커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부분들을 잘 맞추어봐요. 왜냐하면, K님의 판단으로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연애는 아니니까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신중함이 필요한 거에요.

그 다음에 그의 모든 답이 나와 일치하고 긍정적인 지표를 보여준다고 할 때, 그 때 고백하는 거죠. 그리고, 답을 받는 거죠. 그가 YES라고 할 지, NO라고 할 지는, K님이 위의 과정을 다 거쳤다면, 물어보기 전에 이미 다 알고 있을 거에요. 그러나, 답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그래야만, K님의 마음도 제 자리를 찾아갈 테니까요.

상대의 존재만으로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놀라운 기적이죠. 그러니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대접해주어요. 그러면, 곧 K님의 마음도 평화를 찾을 거에요. 부디 좋은 답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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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7/01 02:07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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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푸른태초 at 2009/07/01 09:05
저도 저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상대쪽에서 확실하게 끊어주더군요.
감사하게 생각하고있습니다.
Commented by at 2009/07/01 11:58
상대가 확실한 거절을 했다면, 푸른태초님께서도 정확하게 질문하셨단 얘기지요. 좋은 결말을 얻으셨군요. ^^
Commented at 2009/07/01 10: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7/01 11:58
꺅. 감사합니다!!!!!!!!!!!!!!! ^ㅁ^ 축전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요!!!!!!!!!!!
Commented at 2009/07/01 18: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7/01 18:56
꺅. 내 청춘. ㅠㅅㅠ 시간이 참 쏜살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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