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15th prescription

O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정착을 원하는 맘 급한 처자입니다. 또래도 별로 없고 첫 직장이라 힘든데, 일하는 데서 가끔 마주치는 훈남이 있어요. 왠지 그도 저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죠. 그는 회식 때 저를 챙겨주거나, 제 옆자리에 앉거나 하죠. 주변에서도, 두 사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할 정도였죠. 그러나, 회식 다음날이면 아무런 연락도 없어서서 긴가민가 했어요.
 
하루는 두 사람이 한 이틀 정로를 같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죠. 하루종일 붙어있었던 터라, 주위에서도 놀릴 정도였고, 저 역시 함께 이야기하고 챙겨주고 해서 너무 좋았어요. 우리는 내내 시선을 마주치고 웃었죠. 그는 늘 그렇듯 제 귀가를 챙겨주었어요. 저는 드디어 그와 제가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회식에서는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그가 먼저 귀가하고 말았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같이 가자고 권했던 전시회도 별로 가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죠. 저는 한달 간 그에 대한 감정을 지우려고 했어요. 그와 마주쳐도 일부러 냉정하게 대했고요. 그런데, 또 회식에서는 그가 다정하게 대하더라구요. 급기야 그가 정신없는 노래방에서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자기가 그동안 친절하게 대한 행동의 의미를 모르겠냐고 묻더군요. 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대답하고 귀가했죠. 집에 와서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났어요. 만약 그게 프로포즈라면 왜 술마시고 떠드는 그런 장소에서 하는 건지, 왜 정확하게 나의 대답을 듣지 않는 건지. 괜한 기대도 생기지만, 경계심도 동시에 들어요. 그의 진심을 알고 싶어요.
 





 


O님, 닥터 엘입니다.

지금은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테지만, 좀더 여유롭게 생각하는 지혜를 갖추도록 해야할 거에요. 사실, 연애한다고 결혼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정착하는 건 전혀 아니거든요. 소속감은 직장에도 연인에게도 가족과 친구, 나 자신에게 골고루 분배해야 하는 거랍니다. 그래야 자신이 그 중심에서 튼튼하게 설 수 있는 거랍니다.

저는 O님의 경계심에 매우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술 취해서 노래방에서 프로포즈하는 남자의 진심을 헤아려야 할 정도로 여자들이 한가한 것은 아니죠. 평소 주위에서 두 분의 사이를 격려하는 것은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원래 직장 내 연애 사건은 지루한 일상의 가장 흥미진진한 엔터테인먼트죠. 중요한 건, 두 분의 의사이지, 갤러리들의 의지는 아니라는 겁니다. 그가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행동과 말을 한 것은 물론, O님이 충분히 고려하셔야 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그는 동료 이상의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았죠. 특히, 그의 친절함은 음주 때가 많았고, 평소에는 항상 일정한 선을 긋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물며, 노래방에서의 프로포즈(도 아닌 질문들)라니요. 말도 안되죠. 꿀밤 한대 때려줍시다.

그의 외모와 주위의 평판 또한 핵심은 아닐 거에요. 중요한 것은 그가 진지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거죠. 그의 애매한 행동이나 눈빛, 질문들은 지금까지의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단 둘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세요. 차를 마시거나, 함께 점심을 먹거나, 그런 정도면 충분합니다. 단, 음주가무나 회식 분위기는 금물입니다. 해 있을 때 만나보세요.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세요.

"저와 사귀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면, 지난번 노래방에서의 이야기에 대해서 해명해보세요. 저와 사귀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 그런 애매한 행동이나 저에게 무엇인가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은 삼가해주세요. 여기는 직장입니다. 저는 즐겁고 명랑한 직장 생활을 하고 싶거든요. 좋은 동료 사이라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래요."

사실, 저는 그의 외모를 못 봐서인지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타인의 시선이 있을 때는 적극적이지 않고, 단 둘이 있을 때만 친절한 남자.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지 않고, 애매한 질문으로 나의 판단을 유도하는 남자, 술만 마시면 친해지는 남자... 신뢰하기에는 근거가 조금 모자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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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7/01 20:18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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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7/01 23:3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7/01 23:51
... 스킨쉽. 조심하세요. 어떤 선을 정해서 NO라고 말하고, 그 뒤 그의 행동이 바뀌는지 한번 보세요. 비공개님이 정한 선을 자꾸만 넘으려고 한다면, 그 남자는 신뢰하기 힘든 남자일 지도 몰라요.
Commented by MrCrazyani at 2009/07/02 02:51
나쁜 남자와 나쁜 새끼는 구분해야 합니다(?) 나쁜 남자도 좋은 선택이 아니지만 나쁜 새끼는 최악의 선택입죠 네 -_-;;
Commented by at 2009/07/02 13:24
음... 위에 등장하는 남자는 딱히 나쁜... 종류는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용기없고 기준없는 남자 아닐까...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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