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31일
341st prescription
O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여자친구에게 충실하자고 맘 먹었는데, 그녀가 알게 모르게 저에게 소홀해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눈치였어요. 한참을 참다 이야기했더니, 그녀가 한때 흔들렸는데 지금은 마음을 다 잡았고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저와 사귀는 여자가 저와 있을 때만 충실하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아무리 좋아해도, 집착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녀가 저에게 말하지 않고 만났던 남자는 오래된 지인이에요. 저는 두 사람이 만나는 걸 신경쓰지 않았죠. 그런데,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핸드폰 요금제를 바꾸려다, 그녀가 저보다 그 지인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통화하는 걸 알게됐죠. 그녀가 그 사실을 숨기려던 게 저는 의아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저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그녀한테서 다시는 거짓말을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다시 그녀를 신뢰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몇년 동안이나 사귀어왔고 제 가치관을 잘 아는 그녀가, 저에게 말도 없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게 의외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요. 그녀는 저와 헤어지기 싫다고 하죠. 저는 그녀가 또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요. 제가 싫으면 그냥 그 남자를 만나면 되는데, 왜 그녀는 제가 아닌 다른 남자가 필요했을까요.
잘 판단이 되지 않아요.
O님, 닥터 엘입니다.
먼저 O님께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O님의 연애관은 상대가 1:1이 아니라 1: 多여도, 나와의 관계에 충실하고 솔직하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주의인가요? 이러한 연애관은, 연애에만 국한하는 것인가요, 결혼에도 적용되는 부분인가요? O님은 연애는 연애라는 관계 안에서만 종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애를 할 때, 그 관계가 연애를 넘어선 인간애, 의리, 정, 파트너쉽, 우정, 가족애(결혼을 한다면)로 확장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고려하시나요? 연애를 할 때, '집착'의 범위를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은 연애할 때 내가 다가가는 거리 이상으로 상대가 내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을 염려하시나요? 연애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온리원, 넘버원이 되는 상황을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은 꼭 그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연애를 하고 있는 건가요? O님은 사랑에 푹 빠진 연인들이 서로에게 애착을 갖는 것을, 불필요한 의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이 집착하지 않는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첫연애부터 그러했나요, 아니면 어떤 시점을 기점으로 그러한 연애관을 선택하게 된 것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쿨한 연애, 쿨한 캐릭터, 쿨한 사랑을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심장은 뜨거운데 어떻게 차가운 감정을 담겠습니까. 삶이 쿨하고 완벽하게 재단되지 않는 것처럼, 연애는 더욱 뜨겁고 엉망진창이고 어찌할 수 없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 피하는데 칼날을 가슴에 껴안기도 하고, 나를 버리고 뛰어들었는데 오히려 구원받는 순간도 찾아오지요. 지금 O님을 괴롭히는 감정이,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에서 자로 잰듯 정의되지 않는다고 고민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연애도 삶의 일부분이지요. 어렵게 쌓아왔던 자기원칙과 기준을 다 뒤짚어야 할 때도 있고, 오히려 더 단단하고 정교해질 때도 있겠지요. O님이 생각하셔야 할 것은, 내가 왜 연애하는가 하는 그런 근본적인 질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O님이 제가 위에 나열한 질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다면, 똑같은 질문을 그녀에게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연애 시스템을 함께 공유해왔지만, 다른 생각들이 자라나고 다른 욕구불만에 시달리게 되었지요. 연인들이 반드시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두 분은 분명히 다른 가치관과 기준을 가진 분들이시고, 처음에는 비슷비슷해서 같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들이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었을 거에요. 두 분은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삶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었나요? 얼마나 함께 살아왔나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까?
O님은 아마도 제 처방전에서는 어떤 답을 찾기가 힘드실 지도 몰라요. 모든 답은 O님과 그녀의 안에 있으니까요. O님은 가장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O님의 답은 이곳에 있지 않고, 두 분의 사이에 있답니다. 두 분 사이를 오고가는 대화에 있답니다.
O님과 그녀는 서로를 소유하거나 집착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이 연애가 무너지는 것은 원치 않으시죠. 상대를 놓지 않고도, 다른 상대를 꿈꾸기도 하지요. 그저 시스템만을 유지하는 연애는, 사랑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스템을 어렵게 지켜가는 연애보다 덜 행복할 지도 모르죠. 잠시의 사이를 두고, 스스로에게 그녀에게 좋은 질문들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두 분의 진짜 행복을 위한 기회일 지도 몰라요. 이 시간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해 보세요.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여자친구에게 충실하자고 맘 먹었는데, 그녀가 알게 모르게 저에게 소홀해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눈치였어요. 한참을 참다 이야기했더니, 그녀가 한때 흔들렸는데 지금은 마음을 다 잡았고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저와 사귀는 여자가 저와 있을 때만 충실하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저는 아무리 좋아해도, 집착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녀가 저에게 말하지 않고 만났던 남자는 오래된 지인이에요. 저는 두 사람이 만나는 걸 신경쓰지 않았죠. 그런데,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핸드폰 요금제를 바꾸려다, 그녀가 저보다 그 지인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통화하는 걸 알게됐죠. 그녀가 그 사실을 숨기려던 게 저는 의아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저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그녀한테서 다시는 거짓말을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다시 그녀를 신뢰하기로 했어요.
우리는 몇년 동안이나 사귀어왔고 제 가치관을 잘 아는 그녀가, 저에게 말도 없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게 의외입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요. 그녀는 저와 헤어지기 싫다고 하죠. 저는 그녀가 또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요. 제가 싫으면 그냥 그 남자를 만나면 되는데, 왜 그녀는 제가 아닌 다른 남자가 필요했을까요.
잘 판단이 되지 않아요.
O님, 닥터 엘입니다.
먼저 O님께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O님의 연애관은 상대가 1:1이 아니라 1: 多여도, 나와의 관계에 충실하고 솔직하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주의인가요? 이러한 연애관은, 연애에만 국한하는 것인가요, 결혼에도 적용되는 부분인가요? O님은 연애는 연애라는 관계 안에서만 종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애를 할 때, 그 관계가 연애를 넘어선 인간애, 의리, 정, 파트너쉽, 우정, 가족애(결혼을 한다면)로 확장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고려하시나요? 연애를 할 때, '집착'의 범위를 어디부터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은 연애할 때 내가 다가가는 거리 이상으로 상대가 내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오는 것을 염려하시나요? 연애할 때 서로가 서로에게 온리원, 넘버원이 되는 상황을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은 꼭 그녀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연애를 하고 있는 건가요? O님은 사랑에 푹 빠진 연인들이 서로에게 애착을 갖는 것을, 불필요한 의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O님이 집착하지 않는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첫연애부터 그러했나요, 아니면 어떤 시점을 기점으로 그러한 연애관을 선택하게 된 것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쿨한 연애, 쿨한 캐릭터, 쿨한 사랑을 부르짖습니다. 하지만, 심장은 뜨거운데 어떻게 차가운 감정을 담겠습니까. 삶이 쿨하고 완벽하게 재단되지 않는 것처럼, 연애는 더욱 뜨겁고 엉망진창이고 어찌할 수 없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 피하는데 칼날을 가슴에 껴안기도 하고, 나를 버리고 뛰어들었는데 오히려 구원받는 순간도 찾아오지요. 지금 O님을 괴롭히는 감정이, 자신이 세워놓은 기준에서 자로 잰듯 정의되지 않는다고 고민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연애도 삶의 일부분이지요. 어렵게 쌓아왔던 자기원칙과 기준을 다 뒤짚어야 할 때도 있고, 오히려 더 단단하고 정교해질 때도 있겠지요. O님이 생각하셔야 할 것은, 내가 왜 연애하는가 하는 그런 근본적인 질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O님이 제가 위에 나열한 질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다면, 똑같은 질문을 그녀에게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연애 시스템을 함께 공유해왔지만, 다른 생각들이 자라나고 다른 욕구불만에 시달리게 되었지요. 연인들이 반드시 같은 길을 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두 분은 분명히 다른 가치관과 기준을 가진 분들이시고, 처음에는 비슷비슷해서 같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들이 많은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되었을 거에요. 두 분은 연애를 하면서, 서로의 삶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었나요? 얼마나 함께 살아왔나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까?
O님은 아마도 제 처방전에서는 어떤 답을 찾기가 힘드실 지도 몰라요. 모든 답은 O님과 그녀의 안에 있으니까요. O님은 가장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O님의 답은 이곳에 있지 않고, 두 분의 사이에 있답니다. 두 분 사이를 오고가는 대화에 있답니다.
O님과 그녀는 서로를 소유하거나 집착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이 연애가 무너지는 것은 원치 않으시죠. 상대를 놓지 않고도, 다른 상대를 꿈꾸기도 하지요. 그저 시스템만을 유지하는 연애는, 사랑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시스템을 어렵게 지켜가는 연애보다 덜 행복할 지도 모르죠. 잠시의 사이를 두고, 스스로에게 그녀에게 좋은 질문들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위기상황은 두 분의 진짜 행복을 위한 기회일 지도 몰라요. 이 시간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해 보세요.
# by | 2009/07/31 03:32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야 내가 왜 연애하지, 하고 고민해도 되어요. 연애하다가도 몇번이나 마음이 바뀌는 걸요. 그게 정상이고요. 이미 시작했으니 고민 따위 필요없어, 하고 달리고 보면, 어랏 여기가 어디지 할 지도 모르지요. ^^
알고보니 오후엔 저와 데이트하고- 밤에는 그 남자의 자취방에서 잠을 잔걸 알았죠.
O님은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남자의 아래에 누워 거친 숨을 몰아 쉬었을 그녀를 상상해 보니 도저히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더라구요.
그 둘은 어찌 되었을까요? 뭐 지들 둘이 잘 사귀고 있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