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48th prescription

V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우리는 동갑내기 커플이에요. 부모님도 우리의 연애를 알고 계시고 응원해주셨죠. 남친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죠. 부모님이 그걸 걱정하실 땐 이유를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날 남친의 어머님이 우연히 남친의 일기장과 제 일기장, 편지들을 전부 보게 되셨고, 우리의 연애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게 되셨어요. 남친은 저에게 잘해주지만, 남친은 자신의 어머님이 우리의 연애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몇번이나 사과했죠. 우리 가족은 사생활이 보장 안되는 그런 남친과는 헤어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지만, 저는 남친을 보면 그냥 좋아요. 물론, 고민은 많이 되지만요.

시간이 지나니, 남친의 단점들이 점점 보여요. 그리고, 제 사생활이 또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건 아닌가 걱정되죠. 제 맘을 저도 모르겠어요.













V님, 닥터 엘입니다.

어떤 부모님은 자녀와의 관계에서 영영 독립을 못하시죠. 마마보이, 파파걸이 있는 것처럼, 자녀의 인생이 자신의 인생인양 살아가는 부모도 많고 많지요. 특히나, 자녀가 미성년이고 독립하지 못한 경우, 이러한 불편한 애착관계는 어떻게 개선될 여지가 희박해요. 오로지 방법이라면, 자녀가 독립선언을 하고 제대로 독립해서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가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추는 것 뿐이죠. 그러나, 요즘 아이들이 어디 쉽게 어른 되려 한답니까. 힘들고 귀찮고 막막한 독립, 서둘러 어른되겠다 누가 쉽게 결심하겠어요.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인권후진국, 사회복지 후진국, 빈익빈 부익부 사회에서는, 그저 가족끼리 똘똘 뭉치는 것이 살길 아니겠나요.

V님이 안심하고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남친이 어머니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하고 제대로 조정해야 합니다만. 어떤가요? 남친은 어머니와 동등한 가족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나요? 혹시 어느 한쪽이 한쪽에 종속되어 마음의 불편함을 참으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요? 혹은 서로 대화의 방법을 익히지 못해 자주 부딪히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V님, 남친과 제대로 대화를 한번 해보세요. 그가 가족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보셔야 해요. 만약, 남친이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사생활(=연애)을 완벽하게 사수할 수 없다면, V님은 내내 불안함에 시달리게 되겠죠. 남친이 사생활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두 분이 노력해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에요. 어머니는 모르는 곳에 둘 만의 비밀 블로그를 만들어 소통한다든지, 새로운 메일 계정을 만들어 두 사람만 주고 받는다든지, 핸드폰도 비밀번호를 걸어놓는다든지, 데이트를 할 때는 미리미리 둘만이 알도록 스케줄을 잘 조정한다든지. 스킨쉽의 문제도 둘만의 암호를 사용한다든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만약 두 분의 노력을 넘어서 어머니가 하고싶은 말씀이 너무 많으시다면, 아예 V님과 남친이 어머님을 찾아가 뵙는 방법도 있을 거에요. 연애 반대의 이유가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혹시 아들이라는 친구를 잃게 될까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V님이 마음에 안드는 것인지, 차라리 솔직하게 질문하고 답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거에요.

그러나, 역시나 가장 좋은 것은 남친이 바로 서는 거죠. 연애든 결혼이든, 가족의 반대를 막아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거에요. 가족이 반대한다고 어쩌냐고 그 양상을 일일이 전하며 몰라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떤 연인이 마음 편하고 즐겁겠어요. 가족은 결코 재앙이나 괴물이 아니지요. 가족의 반대 때문에 내 연애가 흔들리는 건, 가족 탓이 아니라 내 탓이에요. 내가 제대로 독립하지 못해서이고, 내가 가족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서이고, 내가 내 연애를 책임질 능력이 없는 것이지요. 상대의 가족은 나와 연애하는 게 아니지요. 그런데도, 내가 싫고 나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가족이 부족하고 걱정되고 문제가 만발하기 때문이에요. 내 연애의 문제는 내 연애 시스템 안에서 해결되어야 하지요. 자신들의 가족의 문제는 그 가족 안에서 해결되어야 해요. 둘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해결의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하지요. 태어나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지만, 가족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는 본인의 의지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잘 지내던가, 싸우면서 버티든가, 아니면 떠나든가. 가족 문제는 절대로 불가항력의 문제가 아니고, 단지 조금 무거울 뿐인 그런 거랍니다.

아마 V님이 남친의 단점이 보이는 이유는, 남친이 아직 독립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많이 갖고 있어서 일지도 몰라요. 남친과 좀더 대화해보시고,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세요. 물론, 애정이 있다면 말입니다. 사랑 없으면 못하지요.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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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8/06 20:10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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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8/06 22:23
저희 외숙모께선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셨는데 외삼촌 말씀으로는 부모의 부재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at 2009/08/07 11:59
아이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가 만들어준 문제죠. 젠더 역할이나 결혼관, 연애관이나, 직업관... 부모의 영향이 지대하죠. 그걸 극복하는 것이 개인의 과제구요.
Commented by 雅人知吾 at 2009/08/07 12:34
그런데 왜 일기장을 보고 나신 뒤 이분들의 연애를 반대하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Commented by at 2009/08/07 12:51
음... 글쎄요... 자녀의 적나라한 연애사를 시시콜콜 보고 나면, 당장이라도 자식이 엄마보다 연인을 택하지 않을까, 공부보다 여자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8/07 13:18
크흐흣. 서른 넘어서까지 여자가 없어서 장가 못가는 아들을 둔 엄마는 일기장을 보고 또 다른 말씀을 하시겠지요 ㅋㅋ
Commented by at 2009/08/07 13:53
하하하 그렇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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