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th prescription_군인이라 그녀를 향한 미련을 버려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X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이제 곧 제대인데 2년을 사귄 여친과 얼마 전 헤어졌죠. 정말 행복했는데, 군대라는 벽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헤어지게 만들었죠. 그녀는 울면서 이별을 통보했고, 우리는 아름답게 헤어졌어요.

그런데, 제가 휴가를 나가자 만나서 얘길 하자더군요. 그녀는 헤어진 동안 접근했던 남자들을 다 거절했다면서 결국엔 같이 있자고 매달리더라구요. 저는 다음날 중요한 일이 있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녀는 저를 사랑한대요. 다음에라도 다시 만나자고.

그 뒤로는 연락이 없고 그녀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남자죠.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말한마디에 그녀를 기다리게 되어요. 다시 만나도 우리는 잘 안될 게 뻔하죠. 저는 그녀와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요. 미련을 버리고 싶어요. 그런데, 마음이 남아있는데도 억지로 미련을 버리는 게 괜찮은 일일까요? 자꾸만 흔들립니다.









X님, 엘입니다.

제대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외부의 인간관계가 차단된 군인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관계들이 실제보다 배로 의미심장합니다. 감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지금 당장 결정하거나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에요. 

두 사람이 충분히 대화하고 합의하였다면, 잘 하셨어요.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제대 후 자신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세요. 제대 직후, 제대 한 달 후, 두 달 후는 감정이 정말로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시기랍니다. 지금의 미련이 제대 후까지 지속될 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X님이 휴가를 나왔을 때 그녀가 울면서 사랑한다 했던 것은, 두 분의 이별에 드라마가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마지막이 마지막처럼 기억되지 않을 때 미련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두 사람의 이별 서사는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다시 연락이 없는 이유는, 알 수 없지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X님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그녀의 속마음을. 

확실한 것은 그녀도 당장은 새로운 연인이 없고, X님이 자신을 좀더 미련을 가지고 가슴에 간직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거죠. 두 분은 서로가 싫고 밉고 진절머리나서 헤어진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명백한 건. X님도 그녀도 제대 전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만약 제대 후에도 그녀가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X님의 마음이 여전히 흔들린다면, 그 때는 새로운 선택이 가능합니다. X님이 그녀에게 그녀의 진심을 질문한다든가, X님이 자신의 마음에 여전히 그녀가 남아있는지 확인해본다든가. 

일단은 이별을 인정하세요. 누구도 지금 다시 우리의 연애를 시작하자, 라는 결심은 하지 못한 상태잖아요. 지금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진 친구 사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쪽이 속 편할 겁니다.  

X님.

지고지순한 사랑을 꿈꾸는 마음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낭비하지 마세요. X님이 어디에 있어도 시간은 착실히 흘러요. 제대 후에라야 마땅한 고민이 있겠죠. 인연이면 이어질 테고, 아니라면 지금의 이별이 정답이었던 거예요. 어느 쪽이어도 소중한 추억은 사라지지 않으니 잃어버릴 건 아무 것도 없답니다. 









* 2016년 9월 18일 리라이팅함.



덧글

  • 2009/08/07 22: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8/08 11:52 #

    저도 깜짝! 같은 걸 올렸나 하고. >ㅅ<
  • 2009/08/15 10:2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08/16 00:32 #

    용기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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