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56th prescription

D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평소 친하고 호감이 있던 한 선배가 데이트 신청을 했고, 저는 설레며 약속 장소에 나갔어요. 데이트 중 그는 자연스럽게 손이나 팔 등을 살짝 만졌죠. 저는 그가 곧 고백할 것이라 예상해서, 그의 스킨쉽을 명확하게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는 좋아한다는 고백이나 프로포즈도 없이, 저에게 노골적으로 성적인 뉘앙스의 제안을 하며 저를 경악하게 했어요. 저는 그에게 질린 나머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고, 그 때부터 모든 남자들이 역겨워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데이트했던 그 선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정리했고, 연락도 끊었어요.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또 한 지인이 노골적으로 저에게 작업을 걸더라구요. 저는 남자가 더욱 싫어졌어요. 지금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저의 남성혐오증은 나아지지 않아요. 심지어 이제는 섹스 자체가 혐오스러워졌어요. 제가 연애를 한다고 해도, 그가 같이 밤을 보내자고 하면, 사랑한다는 말도 믿기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어떤 한 남자를 믿고, 제 마음과 사랑, 믿음, 몸을 나누고 싶었는데, 이제 그렇게 하기 싫어요. 연애도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D님, 닥터 엘입니다.

D님과 같은 경험은 여성들이 살아가며 한번 이상 겪게 되는 일이랍니다. D님의 경우에는 그것이 단지 언어적인 폭력선에서 멈출 수 있었지만, 어떤 여성들은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D님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의 폭력이 커보이겠지만, 사실 이런 일은 상대적 약자에게는 성별을 불문하고 닥치는 일이기도 하답니다. D님이 겪으셨던 불쾌한 일은 교통사고 같은 일이고, D님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상대성인 남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일은 아니랍니다. 단지, 낯선 사람은 조심해야 하고, 특히 남자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하며, 대부분의 폭력이 지인을 통해 일어난다는 교훈 하나를 간직하시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시면 되는 거랍니다.

저 역시 같은 일을 겪었을 때는 오랫동안 남성혐오증에 시달렸답니다. 작은 고개를 넘고, 가까스로 다시 사람이 좋아질 때쯤, 또 더 큰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남성혐오증, 대인기피증이 심해지기도 했죠. 요즘도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칠 때는, 이래서 사람이 싫다 고 생각도 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각하면,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잖아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있어야, '나'라는 인식도 가능하니까요. 그저 내가 우주공간이나 바닷물처럼 하나라면, 내가 다른 존재와는 다른 '나'로 있을 수 없겠죠. 나를 괴롭히고 행복하게도 하고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는 타인들이 있어서, 나는 '나'일 수 있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크게 생각하고, 내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생각하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나가시기 바래요.

제가 남자들에게서 성적인 폭력을 당했을 때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지요. "남자의 80%가 구제불능. 내가 상대해야할 남자는 나머지 20%의 남자. 그 중에서도 나와 연애할 수 있는 남자는 한두명. 그러니까, 내 남자를 만날 때까지 좀더 부지런해지자!" 남자들에게서 실망하고 상처받을 때는 그에게 화를 내고 사과를 받고 응당한 대처를 한 다음, 시간을 충분히 보내며 쉬세요.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욕할 수 있다면 욕도 해요. 마음 속으로 충분히 저주하세요. 이도저도 다 싫어진다면 당분간은 사람 만나는 피곤을 피하며 혼자 있어요.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나면, 신기하게도 반드시 또 타인을 향한 그리움과 호기심이 자라나게 되어요. 그러는 동안에, 비교적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호의적인 타인을 만나기도 하죠.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서 좋은 행동과 말을 받게 되면, 남성혐오증은 조금씩 치유가 된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분명히 좋은 남자도 있거든요. 레어 아이템이긴 해도요.

남자들이 여성을 성희롱하는 것은 미개해서 그래요. 인권을 몰라서 그래요. 교육받지 못해서 그래요. 그래도 된다고, 그것이 남자다운 것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래요. 성은 소비되는 것이고 즐기는 것이고 사고파는 것이라고 알고 있어서 그래요.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고 사랑해보지 못해서 그래요. 매스컴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야동을 소비하는 문화, 룸싸롱가는 문화, 나이트 클럽에서 원타잇 스탠드를 도모하는 문화, 선수며 작업이며 이런 단어들이 즐겁고 트렌디한 문화인양 놀고 웃고 소비하는 문화를 보여주고 있죠. 비현실적인 연애와 섹스에 대한 판타지는 넘쳐나죠. 순정만화, 연애소설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남자 캐릭터들이 일편단심 한 여자를 좋아하죠. 현실을 알려주고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텍스트는 한없이 부족해요.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사랑관, 연애관, 섹스관 가지기 얼마나 힘들겠어요. 사랑을 모른 채, 자기도 모르는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은 너무나 불행하죠. 그러나, 다행히도 사랑받고 크고, 제대로 교육받고 크고, 공부할 준비가 되어있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남자들도 있죠.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봅시다. 마음은 조만간 치유가 될 것이고, 새 살이 차오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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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8/16 17:31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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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17 00: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8/17 01:12
다행입니다. 역시, 시간이 약이지요 ^^
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8/17 23:00
옆구리가 시려서 손이나 팔.. 정도야 이해할 수 있는 범위지만..
저분은 선을 넘으셨군요 -ㅁ-;;
Commented by at 2009/08/17 23:06
아직도 이리 미개한 남자들이 많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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