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st prescription_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왜 친구들에게 말할까요

I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남친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가 절 만나기 전에는 거의 연애를 하지 않았나봐요. 그래서,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저와의 연애, 특히 스킨쉽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질문했나봐요. 그는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대답을 한 것 같구요. 그걸 알고 나니, 남친의 친구들을 만날 때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왜 단둘이 알고 있어야 할 일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나 싶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해요. 남친의 친구들은, 남친에게 스킨쉽에 관련한 것을 놀리거나 농담거리로 삼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요. 제가 그게 신경쓰인다고 하자, 남친은 오히려 자신을 연인과의 일을 떠벌리는 가벼운 남자로 오해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대요. 우리는 서로 사과하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지만, 저는 그래도 기분이 찜찜해요. 

생각해보면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고 난감하죠. 그냥 좋게 넘어가고 싶은데, 그렇게 안되네요. 남친에게는 다시는 저와의 일을 남한테 얘기 말라는 약속을 받기는 했지만, 도무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I님, 닥터 엘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섹스 라이프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양상은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섹스 라이프를 밥 먹는 것, 책 읽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공개하죠. 어떤 사람들은 성적인 뉘앙스의 사생활이 조금이라도 화제에 오르면 얼굴이 빨개져요. 어떤 사람들은 성에 대한 모든 대화를 음담패설로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금욕 생활을 하는 것을 희화화하기도 하죠.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섹스 라이프에 미친듯이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 사회는 성담론이 터부시 되어있지요. 미성년에게는 더욱 그렇고, 미혼 여성에게도 꽤 오랫동안 그렇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담론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모님은 무성의 존재이고, 장애우와 노인의 성은 생각하기 싫은 영역이죠. 하지만, 성은 누구에게나 있고,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희화화되어서도 안되고, 터부시되어서도 안되죠. 성담론은 그저 성담론일 뿐이니까요. 성담론이 열려야 우리는 올바른 성을 알게 되고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신하고 정숙한 여성으로 살기위해 성에 대해서 잘 몰라야 하고 타인에게는 소녀로만 남아야 합니다. 연인을 제외한(때로는 성을 나누고 있는 연인에게조차) 타인에게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섹스를 하지 않는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도덕적이고 합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요. 실제로 많은 숫자의 연인들이 스킨쉽도 하고 섹스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발설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금기 사항이죠. 그래서, 남자들은 호기심 반짝이며 묻는 겁니다. 감추어진 것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성을 나누는 기회를 갖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나 궁금하거든요.

물론, 개인의 섹스 라이프는 프라이버시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삶에 프라이버시 아닌 것이 어디 있겠나요. 그것을 누구에게 어디까지 드러내느냐 하는 자유는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연인과의 성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두 사람의 프라이버시죠. 어느 한쪽이 마음대로 두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활짝 열어버리면, I님처럼 당황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I님이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I님이 좀더 담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들이 성담론에 있어 일부의 남성들과 똑같이 아무렇지도 않아지는 시대는 금방 닥치거든요. 물론, 가정 환경, 주변의 대화 상대, 비슷한 라이프 사이클을 살고 있는 지인들의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면, 성담론의 자유시대도 주변과 발맞추어 열리겠지요.

지금 I님이 하셔야 할 일은, 그의 발언에 대해 스트레스 받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가 한번 사과를 하고 친구들에게는 앞으로 둘 사이의 일은 얘기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면, 일단은 그를 믿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타인들은 타인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습니다. I님이 남친과 어떤 스킨쉽을 하는지 다시 한번 질문한다면 프라이버시니까 관심 꺼주세요, 하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될 것입니다. I님의 부탁을 웃어넘기며 느물대는 사람이 있다면, 무시하세요. 상대할 가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남친이 자기도 억울하다며 꿍얼꿍얼 변명하는 것은, 많은 남자들은 원래 그래요. 사랑하는 여친한테 나쁜 사람 되는 건 싫고, 순순히 미안하다고 말할 용기는 없고, 그래도 자기는 착하고 멋진 남자가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남자들은 여친이 정색하고 조목조목 섭섭한 걸 말하면, 너무나 놀래고 당황해서, 오히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거랍니다. I님에게 아직도 잘 보이고 싶고 성의가 있다는 의미이니, 너무 맘 상하지는 마세요.













덧글

  • apoptosis 2009/08/18 03:20 #

    남자들은 원래 그래요...에는 100% 찬성 할 수는 없지만... 그 앞에 "많은"이란 조건때문에 90% 찬성 하고요.. "아직도 잘 보이고 싶고 성의가 있다는 의미""라는 이야기엔 100만1표 던집니다.. ㅋ
  • 2009/08/18 13:15 #

    제 남친이 그렇더라구요. 제가 섭섭한 걸 얘기하면 오히려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호소하죠. 첨에 얘가 내 말을 못알아듣나, 언어 이해 능력이 떨어지나, 한참 고민했죠. 나중에 보니, 제가 말한 건 다 기억하고 조심하더라구요. 알고 보니, 그냥 멋지고 훌륭한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 뿐이더라구요.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싶어서, 자신의 잘못은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죠. ^-^ 이제는 다 이해하고 있습니다.
  • MrCrazyani 2009/08/19 21:40 #

    그렇죠! 대충 '미안해' 라고 툭툭 던지는 게 아니라면 아직 괜찮을 거예요 - 3-
  • 2009/08/20 16:33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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