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27일
368th prescription
P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꼬마일 때부터 마주쳐서 사춘기 때 잠깐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다가 어쩌다보니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고 지인이 된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당시 그녀는 저에게 용기내서 고백을 했고 저는 어린 마음에 왠지 그냥 친구로서 좋다고 후회되는 거절을 하고 말았어요. 이후 가끔 영화를 같이 본다든가 했고, 뜸하게 보는 친구 사이였지요. 대학생이 되어서는 더욱 띄엄띄엄 안부를 주고받다가 어느날 함께 영화를 봤어요. 저는 대학생이 되어 만난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싶었고, 그녀는 자신의 지난 연애얘기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절 편하게 대했죠. 결국 저는 옛날에 내가 좋아했었다는 말을 장난처럼 흘리고는 집으로 돌아와야했어요.
그러나 얼마 안되어, 그녀가 힘든 일이 생겨 돈을 빌려달라고 했죠. 그녀의 사정을 듣고 난 저는 돈을 빌려주었어요. 이후 그녀와 몇번 만났어요. 그녀는 남친과 사이가 좋지 않다가도 또 사이가 좋아지는 걸 반복하더군요. 그녀의 남친은 정말로 엄친아라고 할만한 그런 남자였어요. 저와 비교되었죠. 저는 차일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고백을 했고, 거절받고 헤어졌어요. 그 뒤로 기분은 좋지 않고, 친구들도 안 도와주고, 일에도 집중이 안되고 정말 답답하고 우울했죠. 한달이 지나고 여전히 마음이 아파요. 이런 게 사랑인가 싶기도 해요.
평생 그런 사람 만나기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그녀를 원하고 그녀와 함께 늙어가고 싶죠. 그녀의 사소한 행동들이 아직도 의미심장하게 생각되기도 해요. 진짜 연애는 해보지 못해 저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죠. 하지만, 이 마음만은 진짜에요. 그녀가 웃는 것만 봐도 너무나 좋아요.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개인적인 사정으로 며칠 연애 상담을 쉬었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복귀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P님, 닥터 엘입니다.
P님. 아직 P님은 연애인으로서는 꼬꼬마입니다. 호감가는 이성을 짝사랑도 해보고, 데이트도 해보고, 고백하고 차여도 보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연인관계로는 발전해보지 못했고, 관계를 책임지는 진지한 연애도,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진짜 사랑을 해보지 못하셨죠. 물론, P님이 그녀를 향해 가지는 마음은 진실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감정이에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관계는 짝사랑이고, 거절당한 감정이고, 상호간의 연애가 아니지요. 연애는 두 사람의 동의 하에서만 시작되는 시스템이니까요. 여러 번의 기회를 그냥 보냈고, 실제로 용기내서 프로포즈를 했지만, 그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어요. 그녀가 만약 P님을 남자친구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다면, P님의 프로포즈에 OK라는 답을 주었을 거에요.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정확하게 NO라는 사인을 주었고, 그녀의 모든 행동과 말이 그저 친구로서의 우애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그렇다면, P님에게 남은 할일은, 그녀의 대답을 신뢰하고, 그녀와의 관계에 선을 긋는 일이지요. 그녀의 말과 행동을 퍼즐이나 암호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P님이 선을 긋지 않아 그녀는 남친에게 해야할 친밀한 행동을 P님에게도 조금 나누어주고 있는 것 뿐이니까요.
그녀가 P님에게 돈을 빌리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동정을 구하며 남친의 욕이나 자랑을 하고 데이트를 하자고 하는 것은, 그녀가 연애를 하며 온전하게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연애하며 행복에 빠진 여자는, 자신의 오랜 지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오해할만한 친밀행동을 통해 고백을 유도하거나 돈을 빌리지 않아요. 분명히 자신에게 호감이 있고 실제로 프로포즈도 한 남자에게, 반복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어떠한 여지를 남기는 것은, 그녀의 연애가 심한 기복을 타고 있기 때문이죠. 연인들은 오롯하게 두 사람 만으로도 행복해져요. 그녀에게 P님 같은 존재가 필요한 것은, 어린 시절의 우정, 오랜 지인으로서의 애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그녀는 단지 자신이 남자친구와 행복하지 못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사랑받을만하다고 느끼고 싶고 위로받고 싶기 때문에 P님이 필요한 거에요. 만약, 정말로 친구라면, 제대로 연애도 못하는 P님을 먼저 걱정하고, 소개팅을 주선하고, 자신과의 데이트보다 친구들을 소개시켜주고, 자신의 남자친구와도 인사를 나누도록 해서, 관계가 더욱 확장되도록 하겠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P님의 그녀는 전혀 그런 평범한 친구로서의 행동을 하지 않죠. P님은 그녀의 일상을 알지 못하고, 가끔의 이벤트처럼 그녀의 삶에 잠깐잠깐 등장할 뿐이에요. 그것도 조연으로서 말입니다.
P님. 저는 P님이 연애에 있어서의 수동적인 태도를 접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변화하였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친밀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여유있게 거절하며 '남자친구가 나 싫어하겠는 걸' 하고 말해보세요. 그리고, 그녀보다 더 큰 네트워크를 찾아내서, 새로운 만남을 도모하세요. 일, 학교, 동호회, 취미활동, 공부... 자신을 성장시키고 확장시킬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활동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연애 경험이 일천함을 자책말고, 호감이 가는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는 연습을 하세요. 꼭 미친 듯한 사랑에 빠져야 데이트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P님과 함께 기꺼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고 P님의 일상을 질문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 보세요. 포인트는, 남자친구가 없고, P님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는 여자를 만나는 거에요. P님의 갈곳잃은 연애심은, 자신에게 다정한 여성을 만난다면 분명히 그 상대를 향해 물꼬를 돌릴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어떤 첫사랑은 실체도 없이 평생동안 그 꼬리를 길게 늘이기도 해요. P님의 어린 시절은 프로포즈의 거절과 함께 얼마 전 종말을 고했죠. 그녀는 P님이 아니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고, P님은 그녀가 없는 그녀와의 연애를 할 수 없어요. 이제는 P님이 어른이 될 차례에요. 혼자서는 연애할 수 없죠. 지나가버린 프로포즈를 자꾸만 리플레이하지 마세요.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일 가능성이 크답니다. 진짜 연애는 자신이 연애 중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 수 있고, 사랑이 커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요. 그녀가 엄친아 남친과 제대로 연애할 수 있도록 축복해주고, 그녀가 연락해도 만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다른 약속들로 바빠져보세요. 그리고, 빌려준 돈은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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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8/27 01:16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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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좋은 여자 만나셔야 될것 같네요~ 짝사랑 했던 여자한테도 당당하게 말이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