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27일
370th prescription
R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여성입니다. 이런 컴플렉스 덕택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꾸미지도 않고 연애도 않고 졸업을 했죠. 최근에는 조금씩 체중도 줄이고 차림새도 신경쓰게 되었어요. 그런데, 몇년 전부터 온라인으로 알게된 한 사람이 있어요. 저보다 연상이고 저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친해진 사이에요. 그는 약간 오만한 성격과 넘치는 자신감을 가진 강한 성격의 소유자죠. 그는 저를 자주 일하는 곳에 초대하곤 했어요. 일주일에도 몇번씩 만날 때도 있었는데, 또 어느 때는 반년 이상 연락이 끊어지기도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죠. 저는 그에게 호감이 있었다가 그냥 마음을 접었어요.
그러다, 한번은 그와 심한 의견대립이 있었어요. 사소한 일이었으나 그 일로 서로 소통하지 않고 꽤 시간을 보냈죠. 한참이나 지나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와서 우리는 다시 자주 만났어요. 저는 늘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 그래서 그가 저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좋아요. 언젠가는 살을 빼고 예뻐진 다음에 그에게 프로포즈해보고 싶어요. 이런 제 계획, 어떻게 생각하세요?
R님, 닥터 엘입니다.
청춘시대에 연애하면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경험은 소중하지요. R님은 좋은 인연의 지인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시네요. 가끔 소원해지기도 했다가, 또 다시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하게 소통하는 지인이 있다는 것은, 비단 연애 감정이 아니라도 훌륭한 인간관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는 R님이 컴플렉스를 갖고 있듯, 비슷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고, 덕분에 조금은 모나고 강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지요. 정말로 훌륭하고 자족하는 사람은, 타인을 비방할 시간이 없고, 작은 일에 자존심 세우며 토라지지도 않을 거에요. 하지만, 컴플렉스 없는 인간이 어딨겠어요. 어떤 인간도 완벽하지는 않거든요. 다만, 자신의 컴플렉스가 스스로의 영혼을 잠식하거나 타인을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되는 거랍니다.
저는 R님이 연애를 준비하는 것을 매우 멋지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적당한 대상자를 물색하고, 그의 이상형을 파악하고, 타이밍을 엿보는 것은 정말로 생산적이고 주체적이고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죠. 하지만, R님이 연애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단계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의 연애관을 점검하는 일이랍니다.
R님이 그 사람에 대해 기술해주신 몇몇 내용들을 두고 미루어 짐작해보면, 그는 아직 진짜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아 보이고, 섣불리 도전하고 싶어하는 성격도 아닌 것 같아요. 실패를 두려워하고 배타적이고 유연성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죠.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이상적인 것을 꿈꾸는 타잎인 것 같아요. 어떤 것을 선택해서 책임을 지기보다, 한발짝 물러서서 비판하는 일에 익숙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런 남자가 연애를 하려면, 넘어야 할 마음의 벽이 어쩌면 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R님. 그에게 본격적으로 여러가지 질문들을 해보세요. 직접적이고 솔직하고 간단한 질문들 말입니다. 연애해 본 적 있는지,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조목조목 다 물어보세요. 최근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 현실적으로는 어떤 타잎을 좋아하는지, 지금 연애를 할만한 상황인지,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세요. 일상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R님과 데이트할 시간은 빼놓을 수 있는지도 물어보세요. 연애관, 결혼관, 섹스관... 가능한 토픽은 다 꺼내서 자신의 기준과 맞추어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R님에 대해서 이성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아야 하겠지요. 만약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낸다면, R님은 마음놓고 프로포즈하겠죠. 센스 있는 남자라면, 먼저 눈치채고 프로포즈할 지도 모르는 일이구요. 아, 물론, 그 남자분이 R님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말이죠.
R님. 다이어트는 항상 건강이 우선이라는 것 잊지 마세요. 또한, 예뻐지는 것은 자기 만족이지, 그것이 연애의 필수요건이지는 않아요. 미적 기준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고 개인적인 거죠. 물론, 매스컴이 보여주는 기준은 혹독하기 그지 없고 모두가 획일된 답만 요구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다 허상이랍니다. 예뻐야 연애한다면, 세상의 수많은 보통남녀들은 어떻게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겠나요. 동시대의 미남미녀는 항상 극소수인 걸요. 물론, 나 빼고 세상에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예쁘고 마른 것들 밖에 없는 것 같죠. 제 나이쯤 되면, 나만 빼고 다 미칠 듯이 예쁘고 마르고 나이도 어린 것들이 피부도 좋고 성격도 좋고 친구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멋진 데만 골라다니는 것 같아요. 뭐, 실제로 그렇기도 하겠죠. 그러나, 결국 그건 중요한 게 아니랍니다. 내가 내 삶에 만족하고 건강하고 나의 내면이 풍요롭다면, 껍데기에는 신경을 좀 덜 써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사랑은 완벽한 미에서 시작되는 게 결코 아니니까요. 사랑은 항상 약간의 빈틈과 모자람, 부족함에서 시작되니, R님. 스스로를 좀더 인정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R님이 그 분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분들과도 좀더 교류하고,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보는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분명히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이는 체격이라도 스스로를 가꾸고 당당한 여자는, 타고난 몸매라도 가꾸지 않고 자신감도 없는 여자보다 백배 이뿌거든요. 사이즈가 XXL일 지라도 블링블링할 수 있고, 사랑스러울 수 있고, 여성스러울 수 있어요. 실제로 연애 잘하고 결혼 잘하고 애 잘 낳고 사는 여자들 보세요. 미모가 출중해서 그런가요? 아니거든요. 그냥 그대로 사랑스럽고 당당해서 그렇거든요. 물론, 저도 가끔은 외모 컴플렉스에 벽에 머리 박고 우울해져요. 하지만, 잉잉 대는 시간에 세수 한번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나요. 운동 한번 갔다오고 나면 기분은 확실하게 좋아지거든요. 그러면, 그 에너지로 그날치의 자기애는 확보하는 거죠. 다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살아가니, 우울해질 때면 저를 비롯한 수많은 다른 동지들을 생각하며 이겨내시기 바래요.
R님. R님이 곧 좋은 인연 만나실 수 있기를 빌게요.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 357th prescription by 엘
- 360th prescription by 엘
- 358th prescription by 엘
- 17th prescription_7 by 라엘
- 361st prescription by 엘
# by | 2009/08/27 03:19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연애를 못하고 취미생활을 파다보니 일어나면 클래식 2곡 듣고 (1시간) 책읽고 (1시간) 피아노 연습하고 (30분) 애니메이션 보고 (1시간) 은 매일하고 매주 음악회와 영화보고 하니 정작 좋아하는 여자 생길때 데이트할 시간을 빼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공익근무 끝나면 프랑스어,일본어 공부에 운동까지 할 예정인데 말이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