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8월 28일
374th prescription
V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학생 때 만나 우리는 이제 사회인이 되었지요. 오래고 좋은 연애 하고 있었는데, 연수를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 그 사람에게 자꾸만 마음이 갑니다. 아직 남친은 장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생이고, 그는 사회인이죠. 주변에서는 제 사정을 들으면, 이제 곧 헤어지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농담을 해요. 저는 전부터 남친이 뚜렷한 꿈이나 야망이 없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죠. 옆에서 보면 답답할 때도 꽤 있었지요. 저는 지금 미래를 향해 나가고 있는데, 남친은 그런 게 없죠.
지금 마음이 가는 사람은, 남친과 만날 때에도 문득문득 떠올라요. 때로는 스킨쉽 중에도 그럴 때가 있어요. 남친과 헤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우린 너무 오래 만났고, 헤어지면 그가 힘들테고, 주변에서도 제 남친을 좋아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결혼이나 이런 건 아직 먼 얘기구요. 하지만, 제가 남친에 대해서 답답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너무 크고 벅차고 해결이 안될 것 같아요. 삶의 가치관은 다른 거니까요.
저는 마음이 가면 그게 다 드러나요. 그 사람과 가까워지려는 저의 행동과 남친과의 문제... 어떻게든 빨리 결단을 내려야할 것 같아요.
V님, 닥터 엘입니다.
내 연애는 언제나 특별하고 특수하죠. 그걸 잊지 마시기 바래요.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떤 틀 안에 넣어버리면, 그 연애는 진부해지기 십상이에요. 남들의 잣대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내가 누리고 즐기고 행복해했던 가치들이 순식간에 땅에 떨어져버리죠. V님은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죠. 하지만, 연애가 오래 되면, 누구라도 다른 가능성을 꿈꿔보기도 해요. 서로에게 불타오르는 연애 초기가 지나고, 서로의 친밀감이 더 좁힐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탐구하면 될까요. 그런 벽에 부딪히는 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랍니다. 연애라는 건 어떤 시점을 지나면,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들이 더 많아져요. 그게 싫고 재미가 없고 기대가 없어진다면, 누구라도 오랜 연애 할 수 없죠. 연애가 나의 일상이 되고 서로의 삶이 우리의 삶이 되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지 않다면, 그 사람과 나는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보통은 많은 연인들이 오랜 연애 끝에 새로운 미션을 선택하죠. 연애는 이제 충분하니, 결혼이라는 걸 해보자. 그렇게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잔잔하고 은은한 애정을 가꾸며, 또다른 삶의 과정으로 넘어가요. 남자와 여자에서, 남편과 아내, 사위와 며느리가 되죠.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되는 과정을 거치구요. V님이 만약 그와 헤어지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와 성장을 겪게 될 지도 몰라요. V님은 그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 구체적으로 그 시점을 가늠해볼 수 있나요? 차근차근 함께 준비를 해나갈 수 있나요?
소년과 소녀일 때 만나서 사랑하는 것은, 어떠한 준비도 고민도 급박하지 않죠. 그러나, 어느 한쪽이 사회인이 되어, 남들만큼의 속도로 살아야 하는 것을 깨닫게 되면, 마냥 사랑해 사랑해 노래하는 것은 어떤 자극도 될 수 없어요. 이제 V님은 처음으로, 다른 어른들처럼 생각하기 시작했죠. 현실과 마주하게 된 거에요. V님이 지금까지 연애에 대해서 갖고 왔던 기준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기준으로 교체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죠. 어떤가요? V님은 연애가 결혼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나요? 아니면, 그저 서로를 향한 지향성과 사랑만으로 오롯하게 행복할 수 있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V님의 삶에서 연애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이제는 V님도 자신의 연애를 다시 되돌아보고, 이 연애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사랑하면서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V님은 남친의 가치관과 자신의 가치관은 맞지 않고, 그가 꿈을 찾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 생각하시죠. V님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V님은 꿈과 야망이 있는 남자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고, 남성의 꿈과 야망이 다른 삶의 가치관을 보여줄 거라 예상하기 때문이지요. 지금의 남친은 아직 자신의 삶도 제대로 준비하고 있지 못하고, 그래서 더이상 V님을 유혹할 수 없지요. V님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회적인 기준과 폭넓은 식견으로 V님을 도닥이고 보듬어줄 깜냥이 갖추어지지 않았죠. 그런 상황이면, 외부의 평가나 말들과 전혀 상관없이, V님의 마음부터가 이 연애에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하게 찾아낸 셈이에요.
저는 V님과 남친이 서로 좀더 대화를 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의 연애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낡고 먼지가 쌓여요. 그걸 새롭고 반짝반짝하게 만드는 것은, 오래된 연인의 의무죠. 연애는 더욱 사랑하고자 목적하는 시스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를 더 공부해야 하고, 서로를 더욱 발전하도록 해야 하고, 서로가 더욱 성장하도록 독려해야 해요. 그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선 긋지 마시고, 좀더 적극적으로 그의 꿈과 야망에 대해서, 지금의 관계가 느슨해진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토로하세요. 많은 남자들이 서른될 때까지 정신 못차리는 경우가 많고, 자기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못 찾아요. 대학을 가야하는 이유를 알고 가는 남자들은 적고, 우리나라는 어려서부터 직업관이나 인생관이나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을 하지 않죠. 제 주변에도 돈을 잘 벌고 싶어하고 인기 있고 싶어하는 욕망만 있을 뿐, 무슨 일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이고, 어떤 직업과 소명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 잘 아는 남자들은 잘 없어요. 참 매력없고, 갑갑하고, 어디에서부터 손대야할 지 모를 상황이죠. 하지만, 그가 특별히 못난 남자라서 그런 건 아니에요. 딱히 생계를 책임지지 않고, 당장 무엇인가를 결정하지 않아도 가족에게 충분히 보호받을 동안에는, 누구도 자신의 꿈이 급박한 일이라 생각 못하니까요.
그러니까, V님이 이 급박한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그간의 애정을 담아서요. 왜 꿈을 찾아야 하고, 꿈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고, 왜 내가 너의 꿈이 필요한지 말해요. 그가 만약 V님을 이해 못하고, 꿈을 찾을 의지가 없다면, 사람들 말대로 비젼도 없고 삶의 가치관도 맞지 않고, 내가 더 이상 매력도 못 느끼니 헤어져야죠. 하지만, 그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매력적인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를 응원하고 기다리고 격려할 가치가 충분하겠죠. 오랜 연인의 의리란, 그 정도 에너지는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남친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관계에 대한 정리가 끝날 때까지, 새로운 남자는 잠시 신경끄세요. 그가 술자리나 어딘가에서 친근한 척 스킨쉽을 시도한다면, 정확하게 선을 그으세요. 만약 V님이 지금 남친과의 관계를 '직장녀와 학생남'으로 전락시킨다면, 결국 V님이 해야할 다음 연애는 '사내연애'가 될 뿐이에요. 만약 그 남자가 V님의 진짜 인연이라면, V님이 어떻게 해도 인연이 될 거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먼저 의리녀가 되어, 남친을 좀더 성장시켜보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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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8/28 18:24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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