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15일
387th prescription
I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첫 연애를 시작하는 새내기 연인들이에요. 처음으로 섹스도 경험했어요. 남자친구는 저를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그런데, 저는 아직도 오르가즘을 못 느끼고 있어요. 그게 너무나 미안하죠. 그리고, 저의 고민은 제가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다는 거에요. 어머니는 항상 여자는 몸조심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죠. 저는 원래 혼전순결주의였어요. 그래서 남자친구와 밤을 보내면서도 계속해서 죄책감이 들어요. 해서는 안되는 걸 해버린 것 같으니까요. 남자친구와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모르지요.
I님, 닥터 엘입니다.
오르가즘의 문제라면 제 블로그에서 '오르가즘', '섹스' 태그를 이용하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혼전순결', '혼전순결주의' 태그도 찾아보세요. 이전에도 비슷한 고민으로 찾아주셨던 많은 분들이 계신답니다. 어려서 '몸조심 해라', '여자는', '여자가' 라는 말 안 듣고 자란 한국여자 없죠. 당연히 섹스를 경험하기 전에는 여성/ 남성의 몸은 미개척지이고 보호받아야할 천연기념물입니다. 아직 미성년인 여자아이가 있을 때는 섹스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들어서는 안될 것처럼 귀를 막거나 하며 그것이 마치 범죄라도 되는 양 취급하죠. 여자아이들은 섹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을 학습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호기심을 억누르며 위태위태하게 버텨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살아가며 몇번이고 섹스관이 뒤집히죠. 많은 남자아이들이 본능과 윤리도덕과 정복욕에 대한 기준을 여자아이들보다 늦게 세우거든요. 아무리 어른들이 여자아이들에게 방어하라고 거부하라고 도망가라고 가르쳐도, 언제나 스킨쉽은 달콤하게 시작하지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막상 닥치게 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이 어디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미약하게 도망가다가, 결국에는 덥썩 현실-섹스와 맞부닥치죠. 그리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사랑관은? 섹스관은? 연애관은? 결혼관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고,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왜 거부할 수 없는 걸까?
많은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I님도 순서가 뒤바뀐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직 우리는 섹스관을 세우고 섹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요. 만약 어머님이 막연하게 몸조심하라, 고 말씀하셨다면, 어머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먼저 수첩에 가능한 모든 질문들을 다 적어보아요. 몸조심의 뜻은 어떤 말인가, 혼전 연애는 가능하나 혼전 섹스를 불가능한가, 섹스는 몇살부터 가능한가, 내 몸의 성적자율권은 언제부터 발효되는가, 우리 집안에서 결혼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혼전순결은 왜 지켜져야 하나, 연애할 때 가능한 스킨쉽은 어디까지인가, 혼전 섹스는 죄악인가,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머니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머니가 기대하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왜 그러한 기준이 맞나, 다른 정책은 없는가, 다른 집안도 똑같은가... 어쩌면 I님의 질문은 더 많을 지도 모르지요. 어머니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혼전순결주의의 정체와 정면으로 마주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기준을 세워요. 그 다음에 섹스를 할 지, 하지 않을지, 결정하세요. 그리고, 그러한 자기 기준을 남자친구와 얘기해서 합의를 도출하세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I님은 더이상 도망가지 않아도 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연애/ 섹스/ 사랑/ 결혼 스펙트럼이 있죠. I님이 고민하는 '순결'은 I님이 만든 기준이 아니라, 전세대가 만들어놓은 기준이죠. 이 '순결 이데올로기'가 여성들에게 주는 혜택은 분명히 있어요. 반면에 그것이 주는 불편과 제한도 있죠. 이 기준의 연원을 의심하지 않고 '혼전순결주의'의 장점을 누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요. 이미 섹스를 경험했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많죠. '순결 이데올로기'가 잘 이해되지 않고, 내 몸의 자율권과 행복추구권을 방해할 뿐이라 생각한다면 남자친구와 더 즐거운 섹스를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 될 거에요. 개인의 섹스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고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죠. 물론, 당사자가 섹스에 대해 잘 알고 자기 기준이 있고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여성이 처음으로 섹스를 겪기까지에는 수많은 난관이 닥쳐요. 정보를 찾고 학습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시선도 종종 있죠. 어떤 학군에서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키고, 어떤 학군에서는 성교육은 커녕 섹스를 죄악시하기만 하죠. 어떤 여자들의 그룹은 음담패설을 즐기지만, 어떤 여자들의 그룹은 성담론 자체를 천박하다 생각하고 욕망 자체가 없는 척 하기도 해요. 실제로 개발하지 않은 성적 욕구는 미약해서 죄악감이나 죄책감만으로도 가볍게 눌러지기도 하죠. 하지만, 남성들이 성적 욕구와 에너지로 고뇌하고 있다면, 여성도 똑같은 거랍니다. 남자도 여자도 몸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결혼이 섹스의 공식적인 라이센스를 발급하던 시절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렇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런 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사회적으로 혜택을 보도록 되어있죠. I님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혜택과 행복을 선택하실 건가요?
고민하세요. 그리고, 대화하세요. 그리고, 선택하세요. 막연하게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의 손으로 길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첫 연애를 시작하는 새내기 연인들이에요. 처음으로 섹스도 경험했어요. 남자친구는 저를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그런데, 저는 아직도 오르가즘을 못 느끼고 있어요. 그게 너무나 미안하죠. 그리고, 저의 고민은 제가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든다는 거에요. 어머니는 항상 여자는 몸조심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죠. 저는 원래 혼전순결주의였어요. 그래서 남자친구와 밤을 보내면서도 계속해서 죄책감이 들어요. 해서는 안되는 걸 해버린 것 같으니까요. 남자친구와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누구도 모르지요.
I님, 닥터 엘입니다.
오르가즘의 문제라면 제 블로그에서 '오르가즘', '섹스' 태그를 이용하시면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혼전순결', '혼전순결주의' 태그도 찾아보세요. 이전에도 비슷한 고민으로 찾아주셨던 많은 분들이 계신답니다. 어려서 '몸조심 해라', '여자는', '여자가' 라는 말 안 듣고 자란 한국여자 없죠. 당연히 섹스를 경험하기 전에는 여성/ 남성의 몸은 미개척지이고 보호받아야할 천연기념물입니다. 아직 미성년인 여자아이가 있을 때는 섹스에 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들어서는 안될 것처럼 귀를 막거나 하며 그것이 마치 범죄라도 되는 양 취급하죠. 여자아이들은 섹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거부감을 학습하는 동시에, 폭발적인 호기심을 억누르며 위태위태하게 버텨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살아가며 몇번이고 섹스관이 뒤집히죠. 많은 남자아이들이 본능과 윤리도덕과 정복욕에 대한 기준을 여자아이들보다 늦게 세우거든요. 아무리 어른들이 여자아이들에게 방어하라고 거부하라고 도망가라고 가르쳐도, 언제나 스킨쉽은 달콤하게 시작하지요.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막상 닥치게 되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이 어디서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미약하게 도망가다가, 결국에는 덥썩 현실-섹스와 맞부닥치죠. 그리고,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사랑관은? 섹스관은? 연애관은? 결혼관은? 내가 이걸 왜 해야 하고, 왜 죄책감을 가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왜 거부할 수 없는 걸까?
많은 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I님도 순서가 뒤바뀐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직 우리는 섹스관을 세우고 섹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요. 만약 어머님이 막연하게 몸조심하라, 고 말씀하셨다면, 어머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먼저 수첩에 가능한 모든 질문들을 다 적어보아요. 몸조심의 뜻은 어떤 말인가, 혼전 연애는 가능하나 혼전 섹스를 불가능한가, 섹스는 몇살부터 가능한가, 내 몸의 성적자율권은 언제부터 발효되는가, 우리 집안에서 결혼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혼전순결은 왜 지켜져야 하나, 연애할 때 가능한 스킨쉽은 어디까지인가, 혼전 섹스는 죄악인가,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어머니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머니가 기대하는 나의 기준은 무엇인가, 왜 그러한 기준이 맞나, 다른 정책은 없는가, 다른 집안도 똑같은가... 어쩌면 I님의 질문은 더 많을 지도 모르지요. 어머니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혼전순결주의의 정체와 정면으로 마주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기준을 세워요. 그 다음에 섹스를 할 지, 하지 않을지, 결정하세요. 그리고, 그러한 자기 기준을 남자친구와 얘기해서 합의를 도출하세요.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I님은 더이상 도망가지 않아도 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연애/ 섹스/ 사랑/ 결혼 스펙트럼이 있죠. I님이 고민하는 '순결'은 I님이 만든 기준이 아니라, 전세대가 만들어놓은 기준이죠. 이 '순결 이데올로기'가 여성들에게 주는 혜택은 분명히 있어요. 반면에 그것이 주는 불편과 제한도 있죠. 이 기준의 연원을 의심하지 않고 '혼전순결주의'의 장점을 누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요. 이미 섹스를 경험했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많죠. '순결 이데올로기'가 잘 이해되지 않고, 내 몸의 자율권과 행복추구권을 방해할 뿐이라 생각한다면 남자친구와 더 즐거운 섹스를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 될 거에요. 개인의 섹스 경험은 개인적인 것이고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죠. 물론, 당사자가 섹스에 대해 잘 알고 자기 기준이 있고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여성이 처음으로 섹스를 겪기까지에는 수많은 난관이 닥쳐요. 정보를 찾고 학습하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시선도 종종 있죠. 어떤 학군에서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시키고, 어떤 학군에서는 성교육은 커녕 섹스를 죄악시하기만 하죠. 어떤 여자들의 그룹은 음담패설을 즐기지만, 어떤 여자들의 그룹은 성담론 자체를 천박하다 생각하고 욕망 자체가 없는 척 하기도 해요. 실제로 개발하지 않은 성적 욕구는 미약해서 죄악감이나 죄책감만으로도 가볍게 눌러지기도 하죠. 하지만, 남성들이 성적 욕구와 에너지로 고뇌하고 있다면, 여성도 똑같은 거랍니다. 남자도 여자도 몸을 가지고 살아가니까요. 결혼이 섹스의 공식적인 라이센스를 발급하던 시절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렇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런 척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사회적으로 혜택을 보도록 되어있죠. I님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혜택과 행복을 선택하실 건가요?
고민하세요. 그리고, 대화하세요. 그리고, 선택하세요. 막연하게 휩쓸리지 말고, 스스로의 손으로 길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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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9/15 14:46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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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님! 앞으로도 더욱더욱 행복해지세요! 그리고, 가끔 와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덧글도 남겨주세요. 상처를 극복하고 쟁취한 행복의 진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멋진 로그를 남겨주실 수 있을 거에요.
결혼하시면, 청첩장이라도 꼬옥~ 보여주세요. ^ㅅ^ 마음으로나마 응원할 거에요. ^^
성인이라면 섹스에 대한 가치관을 스스로 정립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많은 어머니 세대 한국 여성들은 아직도 섹스를 오픈되거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는 못하실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제 섹스를 시작하셨고 연애를 시작하셨으니까 많이 공부하셔야 될거예요. 물론 남자친구와도 얘기 많이 하시구요.
사실 어머니도 자신의 가치관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아마 모르시리라 생각해요. 만약 딸의 말에 제대로 대답할 정도로 자기 기준이 서 있으시다면, 훨씬 좋은 대화가 되겠지요. 만약 딸의 말에 대답할 수 없고 난감해 한다면, 어머니도 그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시겠죠.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든, 어머니와의 대화는 필요한 것 같아요. 비록 잘 되지 않는다 해도요.
대화에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엄마는 거의 평생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경상도 출신 여성이지만
사랑이 전제되어 있다면 혼전섹스도 반대하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순진하고 낭만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연애결혼을 한 분들이 더 관대한 것 같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