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91st prescription

M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헤어진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아직 그 아이를 잊지 못했는데, 그 아이에게 제 존재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잊혀질만큼 보잘 것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한순간에 무너졌어요. 그동안 운동도 하고 자신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무가치해진 것 같아 힘들어요.

우울해요. 이별 노래만 듣죠. 책을 읽어도 그 때 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깨끗이 잊고 다른 사람을 찾아볼 에너지가 생길까요?




M님, 닥터 엘입니다.

M님, 이걸 잠깐 망각하셨군요. 만약 두 분이 목숨걸고 사랑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거에요. 두 분은 헤어진 사이랍니다. 더 만나기 싫어서 말입니다. 물론, 사랑했을 거에요. 하지만, 더 만나는 것보다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과 합의 하에 헤어진 인연이에요. 두 사람이 만드는 행복보다 고통이 더 커져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었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이별 직후의 상실감에,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애정이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불타오릅니다. 지나간 시간 하나하나가 눈앞에 밟히고 헤어진 연인은 과거보다 이상화되죠.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고 꿈에서도 사랑은 계속돼요. 하지만, 그것은 이별이라는 거대한 상처가 불러오는 환영이랍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미 공식적으로 끝을 보았죠. 장난같은 이별이든, 울고불고 고통스러워하며 헤어진 이별이든, 이별은 이별인 것이죠. 두 사람은 남남입니다. 서로 맞지 않았던 거에요.

M님이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것은, 슬픔에 깊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보다 이별이 안겨준 고통을 곱씹는 것이 훨씬 달콤하기 때문이죠. 아직 이 이별을 놓기 싫기 때문이에요. 아직 지긋지긋하지 않은 것입니다. M님이 원한다면 이 이별은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수 있죠. 그 아이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꾸려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사랑을 탐구하는 사이에도, M님은 영원히 바래지 않는 모습의 옛 연인과 오래도록 혼자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엔 M님도, 혼자서 하는 이별의 연장전이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얼마나 자기소모적인지, 얼마나 의미없는지 깨닫게 될 거에요. 그러나, 절대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누구도 그 이별을 성큼성큼 걸어나올 수 없죠. 사랑할 때 다 주지 못했던 사랑만큼 이별은 그 그림자를 길게길게 늘이려고만 할 테니까요.

헤어진 연인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것에는, 오히려 박수를 쳐야할 일이에요. M님과의 연애가 그렇게 최악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정말로 M님이 그렇게 무가치한 사람이었고, 두 분의 연애가 엉망이었다면, 보통은 한동안은 연애고, 사랑이고,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떡 일어나 새 연인을 찾아나섰죠. 그것이 바로 M님이 옛 연인에게 선물할 수 있었던 삶과 사랑에 대한 에너지에요. M님은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훌륭했던 거죠. M님과의 연애가 그만큼 달콤했기 때문에, 또다시 그 달콤함을 찾아서 나설 수 있었던 거에요. 그런데, 왜 M님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나요!

우울한 건 이제 그만 두세요. 지난 사랑을 되짚는 것도 그만 두어요. 더 멋진 연인을 찾아 나서세요. 그 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을, 새로운 연인과 한번만 걸어보세요. 더 불타오르는 새로운 사랑을 하면, 지난 기억이 남겨준 추억도 어느새 가물가물 멀어진답니다. 연애란 그런 것이랍니다. 상처를 각오하고 도전할수록, 더 큰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게 되죠. M님은 하나의 사랑을 보내고, 더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어요. 이별의 속성을 모르고 그 이별에 지고 말면, 아무 것도 남지 않아요. 하지만, 이별의 절대시간을 자신을 채우고 차곡차곡 보내고, 비로소 허리펴고 일어서는 순간에는 M님은 전보다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있는 거에요. 그것이 바로 사랑을 하나 겪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선물이죠.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 기억 속의 그 아이는 여전히 내 사람이죠.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이제 더 이상 내 남자 아니고, 내 여자 아니에요. 내 손으로 그걸 놓아버렸죠. 혼자가 되기 싫다면, 한발짝을 떼야 해요. 심호흡을 하시기 바랍니다.











by | 2009/09/18 14:19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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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1st prescription1. 아무것도 아닌것은 없는건지..전 남자친구는 나한테 그런 걸 남겨준게 상해에서 연애다운 연애를 처음해보고..오빠를 만나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 more

Commented at 2009/09/18 17: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9/21 18:49
그럴 때는, 지금의 연애에 더 집중하는 수 밖에 없죠. 내 행복은 언제나 생각보다 가까이 있지요. 만약 지금의 연애에 부족한 게 있다면, 그게 뭔지 찾아내는일에 더 힘써보세요. 과거의 사랑은, 당시보다 훨씬 이상화되는 경향이 있지요. 만약 비공개님의 지난 사랑이 그렇게 좋았다면, 헤어질 이유가 없었을 거에요. 헤어지게 된 그 이유! 를 되새기면, 지금 연애도 감사하고 좋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요 ^^
Commented at 2009/09/18 17: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09/18 22: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9/21 18:53
남자가 지금은 아니다, 라고 하는 말은, 그 말을 믿으셔야 해요. 남자는 부담스러우면 연애 못해요. 김태희랑 싸인받고 악수는 해도, 이 여자가 내 여자다, 하고 나설려면 본인이 얼마나 잘나야겠어요. 부담스러운 데도 무리해서 연애하는 남자들은, 허둥대다가 결국 일을 그르치고 말죠. 스스로도 당당할 수 없는 연애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겠어요. 여자가 아무리 부족한 이 남자지만 내 남자에요, 하고 감싸안는다 해도, 남자라면 본인의 '남자유전자'가 그걸 용서 못할 걸요.

비공개님이 그 남자가 생각나는 건, 시작도 못해본 대하드라마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이고, 또... 지금 새로운 불타는 로맨스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Commented by 뽀삐 at 2009/09/20 23:53
이 상담을 좀 더 오래 전에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네요 ^^
Commented by at 2009/09/21 18:55
^ㅅ^ 미련이 생기는 건, 지금 내 연애가 행복하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새로운 사랑에 빠져 정신없으면, 지난 연인이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관대해질 걸요.
Commented at 2009/09/24 01: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9/24 14:39
시간이 많이 흘러도 비공개님 마음은 똑같은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을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다시 만나보세요. 그의 연애관, 사랑관을 질문하고, 연애 가능한 상황인지 확인하고... 그게 가능하다면, 가능성을 꿈꾸어도 되지요. 하지만, 아마도... 알던 사람, 이미 한번 포기한 연애를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거에요.

저 역시 저에게 호감만 잔뜩 표시하고 아쉽게 발걸음 돌린 남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기다린 적도 있는데. 보통은, 그런 남자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라면 금방 다른 여자 만나기도 해요.

뭐... 케이스바이케이스니까, 비공개님의 그 남자는 어떨지 모르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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