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9월 18일
391st prescription
M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헤어진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아직 그 아이를 잊지 못했는데, 그 아이에게 제 존재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잊혀질만큼 보잘 것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한순간에 무너졌어요. 그동안 운동도 하고 자신을 채우기 위해 열심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무가치해진 것 같아 힘들어요.
우울해요. 이별 노래만 듣죠. 책을 읽어도 그 때 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깨끗이 잊고 다른 사람을 찾아볼 에너지가 생길까요?
M님, 닥터 엘입니다.
M님, 이걸 잠깐 망각하셨군요. 만약 두 분이 목숨걸고 사랑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거에요. 두 분은 헤어진 사이랍니다. 더 만나기 싫어서 말입니다. 물론, 사랑했을 거에요. 하지만, 더 만나는 것보다 만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과 합의 하에 헤어진 인연이에요. 두 사람이 만드는 행복보다 고통이 더 커져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었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이별 직후의 상실감에, 헤어진 연인에 대한 애정이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불타오릅니다. 지나간 시간 하나하나가 눈앞에 밟히고 헤어진 연인은 과거보다 이상화되죠.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고 꿈에서도 사랑은 계속돼요. 하지만, 그것은 이별이라는 거대한 상처가 불러오는 환영이랍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미 공식적으로 끝을 보았죠. 장난같은 이별이든, 울고불고 고통스러워하며 헤어진 이별이든, 이별은 이별인 것이죠. 두 사람은 남남입니다. 서로 맞지 않았던 거에요.
M님이 그 아이를 잊지 못하는 것은, 슬픔에 깊게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죠. 새로운 연인을 만나기보다 이별이 안겨준 고통을 곱씹는 것이 훨씬 달콤하기 때문이죠. 아직 이 이별을 놓기 싫기 때문이에요. 아직 지긋지긋하지 않은 것입니다. M님이 원한다면 이 이별은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수 있죠. 그 아이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게 꾸려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사랑을 탐구하는 사이에도, M님은 영원히 바래지 않는 모습의 옛 연인과 오래도록 혼자 사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엔 M님도, 혼자서 하는 이별의 연장전이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얼마나 자기소모적인지, 얼마나 의미없는지 깨닫게 될 거에요. 그러나, 절대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누구도 그 이별을 성큼성큼 걸어나올 수 없죠. 사랑할 때 다 주지 못했던 사랑만큼 이별은 그 그림자를 길게길게 늘이려고만 할 테니까요.
헤어진 연인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것에는, 오히려 박수를 쳐야할 일이에요. M님과의 연애가 그렇게 최악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정말로 M님이 그렇게 무가치한 사람이었고, 두 분의 연애가 엉망이었다면, 보통은 한동안은 연애고, 사랑이고,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떡 일어나 새 연인을 찾아나섰죠. 그것이 바로 M님이 옛 연인에게 선물할 수 있었던 삶과 사랑에 대한 에너지에요. M님은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훌륭했던 거죠. M님과의 연애가 그만큼 달콤했기 때문에, 또다시 그 달콤함을 찾아서 나설 수 있었던 거에요. 그런데, 왜 M님은 자존감에 상처를 입나요!
우울한 건 이제 그만 두세요. 지난 사랑을 되짚는 것도 그만 두어요. 더 멋진 연인을 찾아 나서세요. 그 아이와 함께 걸었던 길을, 새로운 연인과 한번만 걸어보세요. 더 불타오르는 새로운 사랑을 하면, 지난 기억이 남겨준 추억도 어느새 가물가물 멀어진답니다. 연애란 그런 것이랍니다. 상처를 각오하고 도전할수록, 더 큰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게 되죠. M님은 하나의 사랑을 보내고, 더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어요. 이별의 속성을 모르고 그 이별에 지고 말면, 아무 것도 남지 않아요. 하지만, 이별의 절대시간을 자신을 채우고 차곡차곡 보내고, 비로소 허리펴고 일어서는 순간에는 M님은 전보다 더 근사한 사람이 되어있는 거에요. 그것이 바로 사랑을 하나 겪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인생의 선물이죠.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는 이상, 기억 속의 그 아이는 여전히 내 사람이죠.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이제 더 이상 내 남자 아니고, 내 여자 아니에요. 내 손으로 그걸 놓아버렸죠. 혼자가 되기 싫다면, 한발짝을 떼야 해요. 심호흡을 하시기 바랍니다.
# by | 2009/09/18 14:19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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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님이 그 남자가 생각나는 건, 시작도 못해본 대하드라마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이고, 또... 지금 새로운 불타는 로맨스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저 역시 저에게 호감만 잔뜩 표시하고 아쉽게 발걸음 돌린 남자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기다린 적도 있는데. 보통은, 그런 남자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여자라면 금방 다른 여자 만나기도 해요.
뭐... 케이스바이케이스니까, 비공개님의 그 남자는 어떨지 모르지만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