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94th prescription

P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항상 여친이 있는 남자와 가벼운 관계로 만나는 걸 즐겨왔는데, 최근 진지하게 마음으로 사겨보라며 충고한 사람이 생겼어요. 그는 항상 여친이 있었고 가벼운 남자로 평가받는 사람인데다, 지금은 연애 자체에 회의적이라고 해요. 여자가 구속하는 게 싫다네요. 그런데, 저는 마치 첫사랑처럼 그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어요. 사랑에 빠진 거죠. 저는 지금의 제 자신에게 놀라고 있죠. 정말로 주체가 안될 정도에요.

그와 잘 될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고백은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가 일정이 너무 바빠 제가 마음을 전할 시간이 안될 지도 몰라요. 전한다 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적죠. 지금의 관계가 깨져버릴 수도 있구요. 그는 매력적인 남자아이이고, 제 마음을 눈치채고 있어요. 그래서, 그의 바쁜 일정을 쪼개서 고백하는 타이밍을 만들어보려는 것도 힘들어요. 그와 만날 시간을 맞춰보려는데, 그의 일정에는 도저히 끼어들어갈 틈이 없어요. 처음에는 고백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고백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P님, 닥터 엘입니다.

만약 그가 가벼운 연애에 익숙한 남자아이고, 고백 이후에 그가 마음을 받아들인다 해도 맺어질 가능성이 적다면, 오히려 고백해서 손해볼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P님과 그는 일상이 얽혀 있는 사이도 아니고, 앞으로도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지속할 지도 분명치 않지요. P님은 지금 마음에 가득가득 감정이 고여있지요. 흘려보내지 않으면, 심장이 터져서 죽을 지도 몰라요. 그러나, 앞뒤 재지 않고 뻥 터트린다면, 고백한 다음 순간을 감당할 수 없겠지요.

지금 마음이 불편하고 조급하다면, 성급하게 그의 반응 하나하나에 가슴 졸이며 고백할 타이밍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P님의 지금 마음이 진짜라면, 그 마음을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면, 조금 기다리면 어떨까 해요. 굳이 없는 시간 쪼개서 급하게 서두르며 말을 꺼내다 실수하는 것보다는, 마음을 다잡고 차근차근 그에게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풀어놓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 방법은 아마도 메일이나 편지가 된다면 더 정돈된 형태로 전달될 수 있겠지요. 게다가 P님이 그의 대답을 꼭 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 말입니다.

보통 같은 팀이 되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사이에서는, 우정과 함께 동지의식이 싹트고, 그 안에서 호감이 발전하기도 하지요. 그런 베이스 위에 타인에게 차마 들을 수 없는 속내를 쿡 찌르는 한마디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이라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에, 그동안 가둬놓았던 감정이 후루룩 다 쏟아져버릴 수도 있어요. P님의 냉정한 현실감각은, 그와 P님의 접점이 견고하지 않고 느슨한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연인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도 이미 다 파악해 놓았지요. 그렇다면, P님에게 남은 것은, P님이 처음에 각오하셨던 것 그대로, 그저 마음을 전하는 것 뿐이지요. 저 역시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게 마음을 전하세요. 직접 전할 수 없다면, 편지나 이메일을 이용해보세요. 그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마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답을 전해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정의 메세지이겠지요. 그렇다면, P님과 그는 여전히 좋은 지인으로 기억될 수 있을 거에요. 여친의 구속마저 부담스러운 남자라면, 분명히 책임질 수 없는 감정에 허둥대며 화답하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 너무 기대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아마도 P님의 마음을 전하는 말에는, 사랑이 있다는 걸, 내가 사랑하고 싶다는 걸, 내가 또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아봐주어서, 알려주어서 고맙다는 내용이 들어갈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P님, 그 아이의 말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도 지금 P님의 감정은 매우 소중하지요. 감정을 온전히 대접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에요. 허둥대지 말고, 조금은 차분하게 생각해보세요. 어쩌면, 지금부터 P님의 화양연화가 시작될 지도 모르잖아요.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더 많은 가능성을 함께 꿈꾸어나가는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연애. 그 상대가 누구이든, 온전히 크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자라날 수 있기를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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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09/23 00:49 | LOVE&MEMORY(301st~)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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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9/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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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9/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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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9/09/24 15:00
음... 그 아이의 대처방법은 적어도 자신의 기준에서는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ㅅ^ 생각이 정리되신다면, 좀더 하고 싶은 말, 하지 않아야 할 말, 가려낼 수 있을 거에요.
Commented at 2009/09/23 10: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9/24 14:59
^ㅅ^ 이 분은 애인이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라도 깊이 가지는 않으시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했지요.

비공개님은 뭔가 뜨끔! 한 게 있었나요? 흐흐. 저도 지레짐작.
Commented at 2009/09/25 2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09/25 21:18
그냥 그렇게 된 건가요? ^ㅅ^ 비공개님 마음도 정리된 거구요? ^^ 어쩌면 시한부라는 점이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을 지도 몰라요... ^^
Commented at 2009/09/2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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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9/09/26 00:26
어랏. 뭔가 장기전이 된 듯한? 상대의 말과 행동을 너무 추리하거나 짐작하려 말고, 늘 잘 질문하고, 대답하는 투명한 관계로 건강하게 친밀해지셨으면 합니다. ^^
Commented at 2009/09/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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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9/09/28 18:30
꺅! ^ㅅ^ 저는 피부가 좀 맑고 투명해졌으면. 흐흐.
Commented at 2009/10/1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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