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th prescription_좋아하는 그녀 앞에서 긴장하지 않고 잘 하고 싶어요

F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동창생과 띄엄띄엄 연락을 하고 있는데, 조만간 다시 만날 예정이에요. 그런데, 그녀의 앞에만 가면, 평소에는 대인 관계가 폭넓고 이성들과도 잘 놀고 대화하는 제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머리 속이 하얘진답니다. 저는 그녀를 정말로 좋아했지만, 막상 고등학교 때는 한마디도 못했었어요. 그녀도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죠.

이후, 대학생이 되어 그녀도 남친이 생겼고, 저 역시 여친이 생겼다가 헤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막상 혼자가 되고 나니, 다시 그녀가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녀와 처음으로 정식으로 대화도 하고 만났던 날에는 너무나 긴장해서 최악의 데이트가 되고 말았죠. 몇년이 지나 다시 그녀와 만났을 때 역시 그다지 다르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제 만나는 것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인데다, 둘 사이에 대화의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죠. 저는 지난 여친과의 연애에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 지금부터 시작하는 연애는 정말로 잘 하고 싶고,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어요. 하지만, 이상형에 가까운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다시는 실수하기 싫고,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그녀와 좋은 발전을 이루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F님, 엘입니다.

우선 이상형의 여자인 그녀에 대한 판타지를 후딱 착착 접어버리시기 바랍니다. 멀리 있는 이상형의 여자는 현실의 존재가 아닙니다. 나와 같이 밥을 먹고, 손을 잡고 걷고, 함께 웃고 우는 사람이라야 현실의 존재가 됩니다. 마음 속에 몇 년을 소중하게 품고 있어도, 그것은 사랑도 아니고, 연애도 아니고, 그저 짝사랑일 뿐입니다. 내 머리속에서 시작되고 끝나는 안전한 드라마죠. 도전도 없고, 상처도 없고, 이별도 없죠. 

F님이 그녀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오랜 지인인 남자아이에게서 제대 직전에 프로포즈 동영상 CD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와 저는 단둘이 만난 적도 몇 번 없고, 몇 년 간이나 일상을 모르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프로포즈를 하더군요. 

제한된 환경 안에서 싹트고 자라는 감정은, 환경이 바뀌었을 때 급격하게 제 자리를 찾아갈 감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F님의 그 오랜 짝사랑에 '몇 년'이라는 타이틀은 쏙 빼버리세요. 어차피 그 사이 다른 연애도 하고 이별도 하고 사랑이 선물하는 모든 희로애락을 다 겪으셨잖아요. 연애란 그래야 합니다. F님이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연애란 이미 겪은 진짜 연애 쪽이죠. 

만약 F님이 그녀와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면. 서로 잘 모르는 그 시점, 막연한 호감, 동창생이라는 가녀린 끈. 그것만이 F님이 인정해야 하는 가장 정직한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그렇게 호감을 표현하고, 일상을 질문하고, 가치관을 물어보세요. 취향을 묻고, 좋아하는 음식을 묻고, 연애관과 사랑관을 물어보세요. 눈을 오래 바라보고, 그녀의 지금 얼굴을 기억하세요. 미소를 보내고, 미래를 이야기하고, 서툰 표현으로 호감을 표현하세요.

그리고, 충분히 친밀해지고 서로를 알게 된 다음에, 다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고, 프로포즈를 하세요.

결혼을 하고 싶고, 진지하게 만나고 싶고, 실패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은 매우 훌륭하지요. 그 마음도 소중하게 간직하세요. 하지만, 연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F님은 아직 그녀가 어떤 연애관, 어떤 결혼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모든 감정이 연애로 이어지는 게 아니고, 모든 연애가 결혼으로 결론 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안 친한 사람과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백년 빠르죠. 

이상형의 그녀가 아닌,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동창생으로 그녀를 만나세요. 

너를 잘 모르지만, 너를 더 알고 싶다고 그저 정직하고 수줍게 말하세요.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세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하세요. 그리고,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을 당당하게 꺼내세요. 그리고, 프로포즈를 해요.

그렇게 해서 실제로 연애가 시작된다면 그 다음에는 그녀와 함께 고민하시면 됩니다. 

그녀에게 선택당하기 위해 어떤 것을 꾸며낼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만 고민하시면 됩니다. 전략도 전술도 필요 없습니다. 계획은 더더욱 필요하지 않죠. 그녀가 보고 싶었다고 궁금했다고 말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어색하면 어쩌나 고민도 했다고 하세요. 

저에게 보낸 긴 메일에서처럼, 아직 다 전하지 못한 진심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조금씩 풀어놓으세요. 얼마나 할 말이 많겠습니까. 그리고,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 나에 대한 진심과 감정도 확인을 해야겠지요. 그것이 우정이든 이성으로서의 호감이든 아직은 알 수 없지요. 두 분의 미래 또한, 그저 지인으로 느슨해질 지, 연인으로 단단해질 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모든 소중한 인연을 대하듯, 그렇게 그녀에게 다가가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공통점이 없어도, 사랑을 원하는 청춘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으니,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시면 되겠죠. 행운을 빕니다.





덧글

  • 푸른태초 2009/10/13 21:28 #

    좋은 지적이네요. 막연한 호감과 가느다란끈은 정말 큰 판타지를 주는 것 같아요..

    그런의미에서 저도 연애좀 해보고싶은데 ㅠㅠ;;;
  • 2009/10/13 21:47 #

    그렇다면 정보를 더 모으고, 용기를 모아서, 으랏차차차!!!!
  • leiru 2009/10/14 00:37 #

    질문.
    다른 분들의 경우엔 시작되지도 않은 사랑으로 생긴 애뜻함을 어떻게 없애시나요.

    저도 그런 게 있는데
    그 때에 전 살아 남는 다는 것에 몰두해 있어서 그 분을 연애상대로 볼 수 없었고 그 분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그 분 역시 절 연애상대로 보지 않았을거라 생각해요. 전 다른 사람을 택해서 그 사람 옆에 있는 길을 택했고 그 결과 연락이 끊겼죠. 인연이란 게 그래서 대단한 거지만 서로 접점이 아무것도 없기에 남은 인생에서 서로 다시 볼 일도 없을 것이고 연락할 일도 없을테죠.

    하지만 무언가 정의하기도 힘든 감정만이 남아서 괴로운 밤이 온다면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 유키노 2009/10/14 00:51 #

    흠.. 짝사랑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구.. 아마 정의하기 힘든 감정만이 남아 있다면..
    현재에는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생활이 즐겁다면..
    시간이 지나면 '아 그랬었지'정도로 남는거 같아요 :)
  • 2009/10/14 15:18 #

    제 생각도 유키노님과 비슷해요. 과거의 인물에게 남는 애틋함은, 현재 내가 온통 사랑할 대상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Dummy 2009/10/14 09:30 #

    언제나 명쾌한 답변!! ㅎㅎ

    비슷한예로 출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매일 보는 이상형의 그녀얘기도 있죠.
    볼때마다 가슴 두근거리고 몇달을 짝사랑하고 고민하다 대쉬해보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는..ㅎㅎ
  • 2009/10/14 15:19 #

    몇달은 너무 긴 것 같아요. 첫눈에 두근거릴 정도면, 다른 남자들이 봐도 평균 이상의 외모라는 뜻이니. 발빠른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데이트 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 팡야러브 2009/10/14 13:47 #

    네 유키노님 정답 ~_~ 저도 지금 그런 상태에 있는데 얼른 연애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ㅋㅋ
  • 2009/10/14 15:19 #

    꼬옥!
  • 2009/10/15 22:0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09/10/16 00:16 #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ㅁ^

    보고 싶다면 연락하세요. 그냥 뜬금없이 연락하세요. 다만 새벽이나 술 드시고 연락하지 말고, 예의를 갖추어서 적당한 시간에 전화를 하세요. 괜찮은 날에 밥 먹자, 얼굴 한번 보자, 이렇게 정직하게 말하세요. 뭐, 별다른 게 있겠습니까? 보기 싫음 꼭 얼굴 봐야해? 하고 안 나올테고, 얼굴 보고 싶다면 나오겠지요. ^^

    그리고, 그 친구가 제대 직전에 고백했을 때는, 흥미로웠습니다. 순수하게 인류학적으로 흥미로웠다고나 할까요. 또, 기억 속의 나를 이렇게 이뿌게 봐주니 고맙기도 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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