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6일
415th prescription
K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그와 사귀며, 문제가 생겨 헤어지고 문제가 해결되어 다시 사겼죠. 그런데 요즘 계속 싸웁니다. 그는 감정 나오는 대로 다 쏟는 짜증이스트이고, 저도 그걸 관대하게 넘어가지는 못하죠. 우리는 롱디인데다, 한번 헤어진 적도 있어서, 저는 그와 부딪히면서 헤어질 정리를 하고 있었죠. 연락처도 다 끊고 요금제도 정리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냐고 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서 화해를 하고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가 그 날 어떤 전화를 제 앞을 피해서 받는데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였고, 제 몰래 문자도 주고 받더라구요. 저는 신경이 쓰였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고, 시간이 지나 물었더니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어요. 저는 직감적으로 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전에 연애하며 바람피는 실수를 용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의견대립이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는 몸이 가도 마음만 안가면 용서할 수 있다고 했죠. 그와 저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연애관이 다르죠. 저는 그와 다시 한번 대화해보고 싶어요. 그가 그의 가치관을 바꾸고 저에게 맞추어 달라고 말해도 될까요? 정말 고민입니다.
K님, 닥터 엘입니다.
저는 두 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대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연습해야 할 것이고, 아무리 친밀한 연인 관계라도 할 말과 못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K님도 상대가 감정적으로 폭발할 때는 일일이 응대하지 말고, 그 시간을 적절한 수준에서 넘어가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분은 아마도 굉장히 친밀하고, 때문에 말을 편하게 하고, 거리낌없이 감정을 토로하고 있었을 거에요. 그러나, 연인관계는 마구 공던져도 되는 아마추어 야구같은 것이 아니랍니다. 연애가 오래고 아름답게 꽃피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전하는 훌륭한 매너도 필요하답니다. 두 분은 본심이 아니면서도 후회할 말을 많이도 주고받으셨겠지요. 헤어지자는 말도 그런 말이에요. 그러나, 아무리 감정이 극한으로 치달아도, 헤어지자는 말은 금기어랍니다. 그 말이 한번 현실로 이루어지고 나면, 누구라도 그 일이 두번 안 일어날까 의심을 멈추지 못할 겁니다.
두 분은 [비폭력대화]를 공부하고, 서로에게 지켜야 하는 예의의 적정선이 어디에 있는지 점검해보세요. 결코 상대를 비난하지 마세요. 결코 상대의 말을 가로막지 마세요. 감정이 격하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먼저 상대를 이해하도록 해보세요.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도닦는 과정에 필적할만큼 복장 터질 거에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사람이라면, 노력하세요. 내가 뭐가 아쉬워서 굳이 그래야 하나, 싶으면 관두세요. 사랑이 없으면, 대화고 뭐고 애초에 아무 것도 안되는 게 연애거든요.
K님은 대화의 문제 뿐 아니라 신뢰와 가치관의 문제도 고민하고 있으시지요. 연애가 시작되는 지점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뢰입니다. 대부분의 연애관계는 일대 일의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지요. 그것이 무너질 수도 있고 변경될 수도 있다 생각하면, 누구라도 불안감에서 도망치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자신의 가치관이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지라도, 프로포즈할 때는 누구라도 '너만을' 이라는 단서를 달죠. 그것을 '너를 포함하여 또 다른 누군가도'로 바꾸고서도, 프로포즈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면 저에게 제보해주세요.
가치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K님의 남자친구가 바람피는 것도 한번은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한 맥락이 그의 진심인 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또한, 그의 부모님이나 주변 커플들의 사랑하는 모습은 어떤지 한번 보세요. 그의 주변에서 신뢰로 가득찬 커플들만 발견할 수 있다면, 그의 말은 아마도 감정에 격해서 막연한 반발심에서 튀어나온 실언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의 주변 역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커플들이 발견되고, 그 역시 그것이 대수롭지 않다 여긴다면, 그는 아직 자신만의 사랑관, 연애관에서 비젼을 갖지 못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과는 몇번을 얘기해도, 그의 신념이 무른 땅 위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랬다 저랬다, 오히려 울컥 짜증을 내기 십상이겠죠.
마지막으로 그와 대화를 해보세요. 그리고, 둘의 사랑을 더욱 소중하게 담기 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고 알리세요. 그가 순순하게 더욱 사랑하자, 라고 나온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K님의 말을 듣지 못하고, 눈물도 보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진짜 이별을 준비할 때라는 거겠죠.
또한, 남친의 사생활은 결코 그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다 물어보세요. 질투하고 걱정하고 그것을 감추지 마세요. 왜 쿨해야 합니까. 내 남자는, 내가 신경쓰고 지키는 만큼 관리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멀리 떨어져있을 때는 더욱 그래야 하죠. 물론, 남친 또한 여자친구가 혼자 끙끙대며 고민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자신의 사생활을 오픈하고 자주 브리핑하여 안심시킬 의무가 있죠.
K님의 불안한 마음, 그대로 다 전하세요. 그리고 그와 함께 그 불안을 어루만지고 다독이세요.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두 분은 다시 사랑하셔도 될 거에요. 그의 변명이 늘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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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10/16 15:14 | LOVE&MEMORY(401st~)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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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야기하여도 잘못된 것을 고치지 않음은 물론 고쳐야 할 필요성조차도 느끼지 못 하는 사람은 그냥 피하는 게 편합니다. 엘님의 말씀대로 마지막 대화를 하시고 결정하시길 권합니다. 그 결정이 헤어지는 경우면 오만 정 과감히 떼십시오.
'애초에 그럴 일이 발생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가 평소 골치아픈 일 대처에 대한 제 신조인데... 우홋, 그럼 저도 멋진 남자?[끌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