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431st prescription

A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제가 본 중에서도 손에 꼽는 다정한 커플이 있어요. 그 둘은 오래 사겼는데, 최근 롱디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둘은 너무나 사랑했는데, 남자 쪽이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전화를 안받기도 한대요. 그러다가 급기야는 아예 연락이 끊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제 친구가 그 남자아이 때문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지켜보고 있죠. 실제로 그녀는 소개팅도 합니다. 그녀가 그냥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하는 게 불안해보여요. 그녀는 남친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죠. 

그녀와 남친은 서로 대화를 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한대요. 남자는 자신이 너무나 잘 났다고 생각하고, 연인의 사랑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래요. 여친이 섭섭하다는 얘길 꺼내면, 넌 맨날 섭섭하다는 얘기만 하냐고 타박이래요. 제가 볼 때 그 남자는 아직 어리고 믿음직스럽지 못해요. 

제가 그녀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A님, 닥터 엘입니다.

십년을 사귀어도 사랑이 식는 것은 순식간이랍니다. 하물며 청춘만발한 시기에 연인이 불타오르고 식는 과정은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지요. 열정에 빠질 때는 어떤 연인들이라도 목숨이라도 걸 듯 사랑합니다. 주변에서 그들을 보고 부러워하고 경탄을 금치 못하기도 하죠.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그 이후가 중요하지요. 낯설고 두근대고 뜨겁기만 한 연애의 초기를 넘어서야, 그 사랑은 진짜 속살을 꺼냅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사랑입니다. 그러나, 껍질을 한꺼풀 벗겨내면 다 다릅니다. 며칠 만에 홀랑 밑천을 드러내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일년, 이년이 지나서야 밑바닥을 보이는 사랑도 있지요.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가짜 사랑일까요?

사랑이 늘 한결같다면 좋겠지만, 사랑은 변합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대사를 아프게 내뱉던 영화 속 주인공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습니다. "변하니까 사랑이지."  사랑은 깊어지고 얉아지고 방향을 바꾸고 다른 색과 섞입니다. 인간애와 모성애를 껴안기도 하고, 우정과 애증을 포함하기도 하죠. 파트너쉽과 연대의식이기도 하고, 의리이고 정입니다. 연인은 친구, 가족, 파트너, 라이벌, 멘토이자 조력자가 되지요. 구원자가 되기도 하고, 나를 해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해요. 상처와 위로를 동시에 주고받지요. 나를 살리고 죽이고, 또한 함께 성장하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소울메이트이면서 전혀 낯선 타인이기도 하죠. 그러나 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은 있습니다.

인연은 소중해야 하고, 감사해야 하는 삶의 선물입니다. 연인은 서로 존중해야 하고 존경해야 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사랑은 이해와 노력입니다. 연애는 서로를 사랑하고자 하는 시스템이고, 함께 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영혼의 집입니다. 나만 잘 났고, 네 사랑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어찌 삶을 함께 나누겠습니까. 연인의 고통을 보지 않으려는 남자가 어찌 좋은 남편이 되고 좋은 아버지가 되겠습니까. 아니, 그 전에 좋은 친구라도 되겠습니까. 사랑은 변하고 변하기 때문에 사랑입니다. 그러나, 연인은 반드시 서로를 존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거 사랑 아니에요. 관두셔도 무방하다고, 그녀에게 전해주세요.

대부분의 연애가 꽃피우는 최초의 열정은 빠르게 사라집니다. 온 세상을 다 줄 듯, 목숨이라도 바칠 듯, 영원을 맹세한다 해도,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 친구가 그것을 납득할 수 있도록 도닥여주세요. 단순히 사랑하고 사랑받는 즐거움에 빠져있으면, 상대의 깊이와 진심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졌을 때도 변함없는 것이 진짜 사랑의 힘이고 에너지이지요. 인간이기 때문에 흔들리고 약하고 변심하기도 하지만, 어떤 인간관계라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는 법이지요. 연락마저 끊어지는 것은, 그 사람의 깊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어쩌겠나요. 사랑도 연애도 그렇게 쓸쓸한 종말을 맞이하기도 하는 법이지요.

저는 A님의 친구가 연애의 속성을 좀더 깊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기꺼이 찾아나섰으면 합니다. 소개팅을 하고 인연을 지어나가면서, 정말로 자신과 잘 맞고 인간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불타는 사랑에 쉽게 마음 쏟지 말고, 깊고 은은하고 진중한 인연을 골라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 어리고 여린 나이잖아요. 너무 매달릴 필요 없고, 쉽게 좌절할 이유도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반드시 더 좋은 인연이 다가올 것입니다. 웅크리지 않고, 외로움을 타개하려 씩씩하게 걸어가는 태도는 정말로 훌륭합니다. 그녀가 눈물을 보일 때, 좋은 차 한잔 대접하세요. 그리고 격려하고 응원해주세요. 그 분, A님처럼 좋은 언니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두 분의 우정만큼은 사랑보다 더 길게 더 진실하게 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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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 2009/11/07 19:25 | LOVE&MEMORY(401st~)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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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1/07 20:3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11/08 22:58
비공개님. 그 친구는 진짜 사랑할려면 백년은 멀었어요. 진짜 사랑에는 전략도 밀당도 없어야 해요. 가감없이 진심을 전하고자 끝까지 노력했던 비공개님은 정말로 옳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쉽게 변심하고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고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과는 어차피 오래 못 만나지요. 차라리 헤어지신 게 다행이에요.

모든 서툰 사랑도 사랑은 사랑이지요. 그 사람도 최초에는 그런 소중한 감정을 담았을 거에요. 그러나, 금방 놓아버리고 포기해버리는 건, 역시 딱 그만큼의 사랑이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나와 맞고 나와 통하고, 함께 사랑을 연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사랑을 믿고 기다리고 찾아나서시기 바랍니다. ^ㅅ^
Commented at 2009/11/08 02:0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09/11/08 22:58
좋은 대화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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