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th prescription_반복되는 싸움, 반복되는 연락두절 후 결국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N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우리는 작은 일로 자주 싸우고 삐지고 금방 풀리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다, 제가 화가 나서 며칠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결국에는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사랑한다고 그녀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만나서도 제가 아무리 매달려도 그녀는 전혀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제가 기다린다고 기회를 달라고 해도, 헤어지고 싶다고만 해요. 이별을 결정한 뒤로 우리는 울면서 몇번이나 마지막 연락, 마지막 통화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그녀가 다시 시작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렇지만, 그 후로도 그녀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언제나 바쁘기만 하고 연락도 쉽지 않아요.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막상 대화를 하려고 해도 항상 회피하죠. 늘 잘 모르겠다고만 합니다. 

결국 그녀에게 솔직하게 모두 물어보았습니다. 헤어지고 싶은 건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말만 계속하던 그녀가 마지막에는 헤어지자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자신은 더이상 저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잘지내라고만 하더라구요. 이대로 끝인 건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N님, 닥터 엘입니다.

이별은 어느 한쪽만 결심해도 찾아오게 됩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항상 둘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별은 한쪽이 동의하지 않아도 결국에는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간이 찾아오게 되죠. 연애하며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굳이 이별을 생각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쁘거나 누군가가 잘못하지 않아도, 이별은 찾아옵니다. 인연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랍니다. 어제까지 미칠듯이 사랑했다고 생각한 상대가, 오늘 일어나보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단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고, 문득 돌아서서 생각하면 서로의 갈 길이 너무나 다르단 사실을 잊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낼 수도 있지요. 지금까지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했었던 인고의 시간들이, 딱히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죠. 혹은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희로애락이 모두 있는 두 사람의 연애가 새로운 의미를 고민할만큼 에너지가 없다고 판단내릴 수도 있죠.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고 새롭고 좋게만 보이던 것들이, 익숙해질수록 마땅치 않고 실망스럽고 단점들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되면, 누구라도 기운이 빠지겠지요. 그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될텐데, 누구도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기준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상대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지치기 마련이죠. 상대가 내 마음만큼 움직이고 반응하기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요. 누구나 자신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에, 연애한다고 해서 연인이 바라는 세상으로 뛰어들기에는 용기가 모자라거나 방법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일 거에요. 

그래서, 연애하면서 해야할 일은 서로에 대해서 공부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모든 변화와 노력들이 내 방식이 아닌데도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 연애가 바로 마땅히 해야할 연애겠지요. 서로를 공부하는 것이 지치고, 소통이 버겁고,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두렵기 시작한다면, 내 것을 더 많이 주장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면, 그 연애는 마땅히 그만두어야 할 연애가 될 것입니다. 두 분의 연애가 행복하고 즐거웠던 분량과 힘들고 지쳤던 분량을 돌아보세요. N님과 그녀에게는 어느 쪽의 분량이 더 크게 느껴졌을까요? 

원인이나 방식을 따지는 것은 이별 후 나중에 곱씹어도 될 일입니다. 그녀가 고맙게도 이별을 선언해주었으니, 이제는 N님이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지요. 서로의 스타일은 명백히 틀렸고, 소통은 힘들기만 했죠. 서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기회들은 많았겠지만, 그래도 혼자가 되는 것보다는 여전히 둘이 더 의미있었기 때문에 두 분은 연애를 계속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두 분은 이별을 선언했지요. 어떤 연인도, 어떤 인간관계도, 이제는 끝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한 쪽이 진심으로 끝을 원한다면, 다른 한 쪽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생각과 결정을 존중해주는 일 밖에 없지요. 그 연애가 두 분에게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기억으로, 의미심장한 추억으로 남겨지기 위해서는 이별 그 후를 꿋꿋하고 의연하게 걸어가는 일 밖에 없답니다. 그래야만, 그 연애가 두 사람에게 삶의 지혜와 에너지와 성장을 주었다고 선언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야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았을 때 그 연애는 그렇게 끝났고 그 후로 나는 이렇게 변화했다고 회고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를 원망하지도 말고, 해석하려하지도 말고, 그냥 혼자가 되는 시간을 받아들여보세요. 

처음에는 혼자가 된다는 감각이 익숙하지 않아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에는 처음에 N님이 혼자였던 그 나날들로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되는 것을 알게 될 거에요. 그리고, 상처에 새살이 차오르면, N님은 다시 새로운 사랑을 꿈꾸게 되겠죠. 그 때쯤이면, 그녀가 남겨준 많은 유산들을 해석해도 될 때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여성을 선택해야 하나, 앞으로는 어떤 데이트를 해야하고, 어떤 소통을 준비해야 하나. 자기 안에 새로운 기준과 가치관들이 자라나겠지요. 하나의 이별을 잘 넘어간 N님은 더 멋진 남자가 되겠지요. 

사실 저는 그녀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방적으로 소통을 닫는 것은, 자신의 연애에서 책임져야 할 몫을 회피하는 일이죠. 아무리 상대에게 실망하고 지쳤더라도,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 최대한의 상황 설명, 자신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최선을 다해 전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녀 나름대로 끝맺고 싶은 방식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이별의 이유를 남아서 추측해야 하는 쪽은 오랫동안 교통정리가 힘들 테니까요. 

그러나, 참으로 다행인 것은. 두 분이 최종적으로는 이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것입니다. 그저 도망가는 방식이 아니고, 그저 느슨해졌다가 스르르 멀어지는 방식이 아니고, 제대로 두 분의 손으로 이별을 맞이했다는 사실은 정말로 위안이 되는 일이지요. 거짓된 희망도 가짜 위로도 없을 테니, 이제 두 분은 두 분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저의 이러한 해석이 지금 당장의 N님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지라도 말입니다. 

울 수 있는 만큼만 우시고. 기운내서 다시 사랑을 꿈꾸는 남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행운을 빕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덧글

  • 류드 2010/03/15 07:15 #

    일반적인 상담내용과는 조금 다른 경우군요.
    그렇다고 흔치 않은 경우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이 이별을 결정해도 끝나고.
    역시 일방적인 의사소통 차단은.. 책임을 요한다는데 공감합니다.
  • 2010/03/15 22:07 #

    자신의 연애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도망가고 싶어하거나 상대가 해결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 류드 2010/03/15 07:16 #

    늘 글만 읽다가 슬쩍 댓글을 달아봅니다.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 2010/03/15 22:07 #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도 기운이 납니다. ^^
  • 독고마녀 2010/03/16 15:52 #

    안녕하세..N 입니다..이별후 2주 정도 되었군요..
    계속 피하기만 하던 그녀 야속하기도 하고 또한 원망스럽더군요..그렇게 내가 쉬운 존재였나..사랑은 했었나..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젤 궁금한게..상처주기 싫어서 떠난 그녀..그럼 다른 남자에게는 잘 할수 있다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좋은 추억도 많았습니다..기다려지기도 하고 말이죠..다시 돌아온다면..다시시작도 하고 싶습니다..하지만..가슴속 원망이 너무 크네요..^^
  • 2010/03/16 15:56 #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한결같이 사랑할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어떤 연인도 똑같은 수준으로 균일하게 사랑하지는 않는답니다.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모든 인간관계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지요. 사랑 안에도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랑도 있고, 동지애도 있고, 우정도 있고, 의리도 있고, 정도 있고, 인간애, 모성애도 있답니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서 감당할만하다면 계속 가는 것이고, 아니라면 미약한 연애감정만 가지고는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지요.

    그녀를 원망하지 마시고,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가꾸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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