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th prescription_미팅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어떻게 하면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P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미팅에서 우연히 괜찮은 여성을 만났죠. 애프터도 했고, 매일 전화통화도 하죠. 그런데, 그녀는 제가 어려운지 말이 너무 없고요, 한 화제에 집중을 못하고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과묵한데, 자꾸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 하니 어색해지죠.

그 분은 재밌는 남자를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저의 성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그녀는 아직 어린 편이라 인연에 별로 미련이 없는 듯 합니다.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P님, 닥터 엘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소개팅이나 미팅으로 만난 여성과 어떻게 데이트를 이어가야 할 지 막막해하실 다른 분들을 위해 답을 드리겠습니다.

많은 남성분들이 데이트할 때 상대를 재밌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답니다. 왜냐면, 당신은 광대도 코미디언도 아니니까요. 유머 감각은 물론 멋진 남자가 갖고 있는 미덕일 때가 많죠. 그러나, 유머 감각이 없다고 당신만의 매력이 몽땅 평가절하 당하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재미가 없는 남자라도, 인연이 되려면 내가 커피 스푼만 떨어뜨려도 상대는 재밌다며 깔깔 웃어댈 테니까요.

소개팅이든 미팅이든 어떤 인연으로 만났든, 데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평가받는 것이 결코 아니랍니다. 데이트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랍니다. 당신은 상대를 알기 위해서 무엇을 합니까? 관찰합니다. 눈을 맞춥니다. 질문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에서 중요한 정보를 기억합니다. 또 질문합니다. 사실 당신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이것 뿐입니다. 그 외에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신의 감정이나 기분, 생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아직 친하지 않은 이성을 만난다는 것은, 아무리 두 사람이 첫눈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해도, 둘 다에게 스트레스 상황이랍니다. 이럴 때는 평소답지 않은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상대에게 더 잘 보이려고 무리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렇게 허둥대다가는, 내가 아닌 내 모습을 보이게 되고, 상대는 나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라도 마음 속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판단내릴 권리는 있죠. 그러나, 당신이 당신이 아닌 모습으로 있는데, 그것으로 당신을 평가한다면 누구라도 억울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당신의 모습 그대로 있으면서, 상대에게 더욱 집중하는 일입니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변화하는 상대의 표정에서 짐작과 추리를 하지 마세요. 그저 질문하세요.

"괜찮으세요? 너무 덥지 않은가요? 자리가 편하세요? 배가 고프세요? 이 메뉴는 어떠세요? 좋아하는 게 있나요? 제가 주문하기 전에 당신의 취향에 대해서 참고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이 쪽에서 걷는 게 편하세요? 걷는 게 괜찮으세요? 차를 더 드시겠어요? 요리가 마음에 드세요? 집에는 몇시쯤 돌아가시면 될까요? 환절기에 감기에 잘 걸리는 편이세요? 어제 뉴스에서 이것을 보셨나요? 요즘 이런 음악을 듣는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그녀의 취향과 생각과 의견과 기분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요즘의 트렌드와 생활 정보와 직장인으로서의 일상과 주말 일정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좋아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옷과 좋아하는 영화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지금 데이트를 하고 있는 장소의 분위기와 날씨와 그녀가 입고 있는 옷과 그녀의 핸드폰 악세사리와 그녀의 귀걸이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자신에 대한 첫인상과 요즘의 관심사와 연애 스타일에 대해서 질문하세요. 질문은 수백수천가지가 될 거에요. 당신과 그녀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지겠지요.

그리고, 두 사람 다 말이 없어질 때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그녀를 응시하세요. 그리고 미소를 지으세요. 그녀가 왜 그렇게 빤히 바라보는지 묻겠죠. 그러면 당신은 이제는 그녀가 질문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공은 상대편으로 넘어간 거죠. 당신이 대답할 차례가 된다면, 그 때 당신의 이야기를 하세요. 그녀가 집중해서 듣고 또다른 질문을 한다면, 그녀는 당신에게도 관심이 점점 생기는 중이라는 증거겠지요.

질문하고 대답을 잘 듣고 기억하는 것. 그리고 또 새로운 질문을 하는 것은, 연애하면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룰 중 하나랍니다.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될까 고민해보시기 바래요.

만약, 그녀가 쌀쌀맞은 목소리라면, 이렇게 질문하면 되겠죠.

"왠지 목소리가 찬바람인 듯 느껴집니다. 혹시 제 목소리가 반갑지 않으신 건가 염려되는데요. 정말로 그런 건 아닌지 물어봐도 되나요? 사실 저는 당신과 통화하는 게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두근거리고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가요? 솔직하게 대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두 분, 좀더 솔직하게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라면 좋겠군요. 행운을 빕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0/03/16 04:02 #

    그렇다고 너무 솔직해지셔도 안되고, 너무 둘러가도 안되겠죠..
    연애의 시작하기 전엔 그 중간 찾는게 어려우실꺼에용 ...
    그러면서 감정을 오묘묘하게 확인하는게 연애전의 재미..(어쩌면 고문이겠지만)
    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
  • 2010/03/16 15:57 #

    ^ㅅ^ 그래도 연애의 시작은 두근두근이 최고지요 흐흐
  • 무한의주인 2010/03/16 11:58 #

    답글 읽고 있으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ㅎㅎ
    저렇게 시작 하면 되는거겠죠..서두르지도 늑적지근하게 하지도 않게 그렇게 하면 되는건데 ㅎㅎ
  • 2010/03/16 15:57 #

    용기가 필요한 때죠!
  • 2010/03/23 21: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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