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nd prescription_어린 시절 한 남자와 관계를 맺은 일로 벌을 받았고, 지금은 섹스 중독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T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중학교 시절, 한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에게는 어떠한 처벌이 내려졌고, 저는 그 사실을 내색할 수 없었어요. 저는 많이 방황하고 잘못도 많이 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거란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자괴감은 저를 섹스 중독으로 몰아갑니다. 어떻게 길을 가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T님, 닥터 엘입니다.

성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고,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순결 위주 성교육과 성을 터부시하는 가치관을 주입받고 자랄 때 겪게 되는 성경험은 엄청난 자기모멸과 죄책감을 가져오게 합니다. 특히, 어떤 종교에서는 성과 관련된 행동 뿐 아니라 생각까지 지배하고자 하며, 인간이란 태어날때부터 죄를 짓고 태어난다고 가르치죠. 어른들의 기준과 규칙들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가지를 부러뜨려서까지 옴짝달싹 못하게 합니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무가 자랄 것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대부분 그러한 생각은 진정한 성장을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많죠.

T님은 오랜 시간동안 자기 안에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 죄책감을 안고 살아오셨습니다. 만약 T님이 어른이라면, 과거의 상처를 자신의 손으로 위로하고 그것을 스스로를 위한 성장의 자양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른이 되는 일이란, 보통 그런 일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상처 없는 인간은 누구도 없고,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를 상처주며 살아가거든요. 비밀 하나 쯤 갖지 않은 여자 또한 없죠. 지금 이 글을 쓰는 닥터 엘 역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고, 지금 이 처방전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러합니다. 그 비밀 안에는 범죄에 가까운 것도 분명히 있죠. 그러나, 다들 그렇게 하나씩 숨기면서 살아간답니다. 그게 사람이랍니다. T님에게는,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것이 그렇게도 불완전한 것이고, 아름답지 못한 것도 잔뜩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미니홈피에서 나 행복해요, 나 예뻐요, 라고 소리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들에게도 감추어둔 어둠이 있는 게 보통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너무나 바보 같고 어처구니없이 찌질하게 살아온 시간을 딛고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사람은 자신과 똑같은 바보 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바보들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스스로와 서로를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연애하고 또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도. T님에게는 아직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T님의 주변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지 않아보여요. T님의 여린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도 어쩌면 가까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죠. 여자아이에게 방어적인 성만을 교육하는 우리 사회의 성 이데올로기는, 성에 대한 기준이 없을 때 성을 경험하게 되는 모든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죄책감부터 부여합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나쁜 짓을 겪게 되는 자신이, 나쁜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은 '나쁘고 옳고'가 어떤 행위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사람은 잘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이라도 겪을 수 있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했고, 자신에게 어떤 것을 남겼는지 깨닫게 되기도 하죠. 사실 이렇게 전후가 뒤바뀐 사고를 하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대부분의 인간들은 어리석거든요. 그래서 더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T님에게 성은 어떤 의미였나요? 중학교 시절의 그 경험은 어떤 의미였나요? 저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는지 잘 몰라요. 하지만, 성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들에 대해서는 말해드릴 수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 성은 결혼의 경제적 교환가치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기도 하고, 나쁘게는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하며, 자학의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성은 생명의 또다른 이름이고, 몸을 즐겁게 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기도 하죠. 성은 건강의 상징이고, 욕망의 소구점이고, 자아정체성이 시작되는 가장 쉬운 포인트이죠. 또한, 성은 폭력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해요. 성은 인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하죠. 그 외에도 백가지 천가지의 의미가 있어요. 제가 말한 것이 자신에게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수 있죠.

성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외부의 기준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명과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타인의 생명과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죠. 그 위에 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은 너무나 많은 포장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습니다. 문화와 사회와 권력이 그 포장을 만들죠. 사람들은 그것의 실체를 보지 못하도록 장치합니다. 성에 대한 포장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니까요. 모든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스스로 잘 알게 되기 전에, 다른 이들이 선언한 죄책감과 원죄의식과 두려움이라는 포장부터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성은, 그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 사건일 뿐입니다. 또한, 성은 자연이고 본능이죠.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타인의 의지대로, 혹은 나도 모르게 분위기에 따라, 어떠한 미지의 두려움 때문에 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그저 교통사고 같은 것일 뿐입니다. 그것으로 자신의 모든 것이 결정되고 더렵혀졌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생명이 있는 자는 누구라도 자신의 몸을 돌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됩니다. T님도 자신의 몸을 돌보기 시작하세요. 누구보다도 더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나쁜 일들을, 다친 곳을 치료하듯 하나하나 치료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것은 마음도 그렇게 하나하나 치료하면 되는 겁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성장하는 일이라는 것은, 꿰매고 고친 자국, 상처 위로 새 살이 돋아난 흉터가 겹겹이 쌓여가는 일이에요. 광고 속 이미지처럼 순결하고 순수한 눈의 결정 같은 아름다운 여자의 몸. 그런 것은 그저 이상이고 이미지일 뿐이에요. 그것은 실제가 아니랍니다.

저는 T님의 두려움과 상처를 돌보아줄 수 없었던 환경이 걱정이 되어요. 지금도 그 환경이 그다지 변화하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요.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는지, 꿈을 정해서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친구들은 있는지 염려됩니다. 가족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그것도 걱정이 되어요. 물론, 많은 외부의 것들이 정돈되어 있고 편안하고 잘 갖추어져있다면 제일 좋을 거에요. 주변에는 그런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또래들도 많아 보이겠죠. 하지만, 사실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광고 속의 화장품 모델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 지도 몰라요. 어딘가 비어있고, 모순되고, 거짓투성이에 불완전한 것이 실제의 우리들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이죠. 그게 진짜 가족이고, 친구고, 학교고 사회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연민이 느껴지고, 조금은 달라질 여지가 있고, 어설프게나마 미약한 신념이나 약속이 지켜지는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죠. 멋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용서할만한 가능성은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녀석의 실체죠. 그러니까,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은 것,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것,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지나버린 과거의 잘못들을 자꾸만 돌아보지 마세요. 그냥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스스로를 구원하는 일. 무엇부터 시작할까 생각을 하면 되는 거에요.

T님. T님에게 좋은 인연이 찾아올 수 있도록 더 넓은 곳, 더 밝은 곳을 향해서 고개를 높이 들어보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지인이 있나 스스로의 환경과 자원을 점검해보세요. 종교 기관의 상담소도 좋아요. 정신보건센터를 검색해보세요. 동마다 있는 무료 상담소도 좋아요. 학교마다 있는 상담소도 좋아요. 여성의 전화도 좋지요. 용기를 내세요. 스스로를 돕겠다 각오를 하세요.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있나 찾아보아요. 물론, T님이 최초로 찾아낸 사람이 T님을 잘 도와주지 못할 지도 몰라요. 그러면, 나와 좀더 잘 맞는 상담자를 찾으면 되는 거에요. 다시 방향을 조금 바꾸어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아요. 함께 고민하세요. 그리고, 매일매일 일기를 쓰세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막막한 마음의 좌표를 그려보세요. 여기일까, 저기일까 정답은 없죠. 그저 임의로 점을 하나 정한 뒤,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정한 뒤, 그 다음 길을 그려가면 되는 거에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금방 지치고 답없어 보일 때도 많을 거에요. 하지만, 저도 그런 걸요. 그저 하루하루를 매일 도전하고 매일 실패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에요. T님이 해야 할 일 10가지를 정하면, 아무리 못해도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이룰 수 있죠. 100가지를 정하면 5~6가지를 이룰 수 있어요. 마음의 힘을 기르세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섹스도 자살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세요. T님은 더 행복해지는 것을 원하죠. 섹스하지 않아도, T님이 잘 살아있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 우주만큼 커다란 꿈도 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죠. 당장 눈앞에 그것들이 펼쳐지지 않아도 꿈꾸지 않는 것보다는 백번 나아요. 미래는 계획하는 만큼, T님이 실패하는 만큼 달라질 거에요. 지금이라도 그것을 시험해보고 싶지 않나요?

T님. T님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한 일들에, 스스로가 먼저 면죄부를 내려주세요. 타인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세요. 만약 범법 행위였다면 그것을 상의할 상담자를 찾으세요. 그런 것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이라면, 그것을 넘어서는 더 강한 마음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세요.

T님. 누구라도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요.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할 때도 있죠. 그 잘못을 즐거워서 행복해서 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T님이 어떤 잘못을 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T님이 살기 위해서 한 일일 거에요. 지금 그것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T님이 제 몫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또다른 힘이 되는 거에요. 분명.  

삶이 버겁고 힘들 때는 누구라도 어떤 것에 중독되어서 자신을 버리고자 해요. 섹스 중독도, 자살 충동도, T님이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하면 좋아질 거에요. 중독에 관한 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매일 아침 새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어제와 조금만 더 달라지겠다 각오해보세요. 실패하면 또 내일 한번 더 하면 되어요. 기록하고 기억하고 연습하세요. 그것이 T님의 새로운 삶이 될 거에요.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LUV: 연애부적합유형_남자편>

<HOW2SEXPART1>

<HOW2SEXPART2>



덧글

  • MrCrazyani 2010/03/20 21:21 #

    소크라테스도 스스로의 혼을 돌보라고 말했지요(…) 자기 자신은 항상 '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_+
  • 2010/03/20 21:30 #

    ^ㅅ^ 늘 좋은 덧글 감사합니다! 믿는 만큼 되는 것이겠지요!
  • 객客 2010/03/22 18:48 #

    혹 '당신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시지 못하는 만큼 제가 더 소중하게 해 드릴게요'(으아앜 손발이 오그리토그리 맛도 영양도 오그리토그리)쯤 될 법한 좋은 연인을 만난다 해도 본인이 스스로에 대한 존중심을 일으켜세울 의지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용서 못 받을 사람일 리가 없잖아?'에서 '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거야? 왜 그렇게 스스로를 용서하질 못하는거야?'로 악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옆에 좋은 사람이 딱 붙어 있을때가 훨씬 효율이 좋아지겠지만,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의사결정권 및 지휘권은 늘 그렇듯 본인에게 있는 거죠. 모쪼록 좋은 인연을 만나 소중한 자기 자신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 2010/03/22 19:32 #

    이 분은 종교적인 이유로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으신데, 종교가 사람을 살리는 이유로 존재해야지, 징벌하기 위해 존재하면 안될 것 같아요.
  • 객客 2010/03/22 19:39 #

    무종교인 눈으로 보기엔 한국에 들어온 종교들이 좀 태도가 교조적인(쉽게 말해서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만 들고 권위주의를 앞세우는)경향이 심하긴 해요.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교인이 죄로 인해 괴로워하는 바가 있으면 마땅히 감싸안아주어야 할 것이며, 부처님도 지옥의 아귀라 해도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말이죠... 쩝.
  • 2010/03/22 20:29 #

    오늘 제가 선물받은 책 중에 지옥은 실제로 있다는 것을 말하는 책이 있었는데. 교회를 성실히 다녀도 거짓 믿음이라면 지옥 간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온갖 지옥가는 이유들이 있었는데, 뭘 해도 딱 맞게 믿지 않으면 지옥 가니, 차라리 교회를 안다니는 게 나을 듯.
  • 객客 2010/03/22 20:46 #

    네놈들의 죄는 내가 심판한다! 이몸은 지옥에서 온 사자! -크라우져 2세

    지옥의 왕인 네 놈에게도 지옥이 있다면, 생과 사가 교차하는 바로 이 곳이 네 놈의 지옥이다! -키 드레이번

    학생 자꾸 그러면 벌받아서 지옥 가! 어떡하려고 그래? -어느 교회 목사
    내가 바로 지옥에서 왔다! -어느 과감한 청년

    위의 두 대사는 각각 만화랑 소설에서 인용, 맨 아래는 누군가가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도 하는 거짓말같은 에피소드입니다[퍽]

    종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불가에선 현세를 지옥으로 간주하기도 한다는군요. 끝없는 윤회도 사실은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자꾸 태어나 살아가야 하는 일종의 형벌인데, 중국인들은 현실적이어서 그 윤회를 축복으로 간주해서 오히려 불교가 중국에서 잘 퍼져나갈 수 있었다네요[...]
  • 2010/03/23 17:45 #

    문화권마다 같은 종교라도 전혀 다른 설득의 방법을 찾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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