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th prescription_뒤늦게 섹스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고 의미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F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이고 섹스도 하는 커플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성에 대한 가치관이 완벽하게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남친과 사랑을 나눌 때는 어딘가 모르게 죄책감도 생기고 마음이 불편해요. 스킨십은 좋지만, 그것이 섹스로 이어질 때는 항상 머뭇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기 때문에 섹스도 하는 것이라며, 저의 이러한 걱정을 오히려 섭섭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동안 자신과 나눈 사랑들은 다 무엇이었냐며 저를 원망하기도 했죠.
 
저는 종종 부부와 연인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멍해질 때도 있습니다. 남친은 사랑과 섹스가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인데, 저만 괜히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는 더이상 줄 수 있는 답이 없다며, 제가 모든 답을 다 찾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F님, 닥터 엘입니다. 

연애하며 자신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보수하고 공부하려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기준이 어디서 온 것인지 제대로 알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훌륭한 자세랍니다. 성의식, 성에 대한 가치관, 섹스관은 개인의 가치관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문화적인 문제, 가정환경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성의식은 혼자보다는 둘 이상의 인간관계에서 충돌을 일으키기 쉽고, 근본적으로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성행위와 죄의식을 연결시키는 종교적 세계관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재생산(부부 간의 섹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섹스는 그저 죄악이죠. 욕구, 상상도 죄악이고요. 섹스를 터부시하는 의식은, 사실 한국여자들에게는 보편적인 인식입니다. 혼전순결이 결혼의 주요한 교환가치 중 하나인 사실은, 아주 유래가 깊죠.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당연히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인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누군가가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사회마다 평균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도덕률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평균이 어디에 있는지는 누구도 정할 수 없는 일이죠. 인류 공통의 윤리인, 타인을 해하지 말라, 는 명제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어떤 범죄도 어떤 죄악감도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도 없을텐데, 성에 관해 사람들은 너무나 오해를 하고 있고 그래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연애하며 뒤늦게 연애과 스킨십, 연애과 섹스, 결혼과 섹스, 사랑과 섹스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되는 일도 사실은 허다합니다. 닥치고 급해봐야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구나 깨닫게 되기도 하죠. 내가 왜 뒤늦게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제대로 대처하려 하나, 자책마세요. 누구라도 자기기준이 갑자기 필요해지기도 하니까요. F님이 고민하는 이유는 아직 섹스관, 결혼관, 사랑관, 연애관에 대해서 자기기준을 정해놓지 않아서요. 이럴 때는 많은 자료를 찾아보는 동시에 상대와 질문하며 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결국 성을 나눈다면 지금 연애하는 그와 하게 될 테니까요. 당사자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겠죠. 

연인과의 스킨십은 항상 전진을 목표로 할 때가 많습니다. 단순한 뽀뽀가 에로틱한 키스가 되기도 하고, 허그가 에로틱한 손길로 변하기도 하고, 결국 섹스로 이어지기도 하죠. 남자친구가 스킨십을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면, 여자는 어느 시점에서 NO라고 해야할 지 기준이 없을 겁니다. 섹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서 결국 섹스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그럴 때는 행위에 집중할 수도 없고, 마음은 불편하고, 그래도 섹스를 거절하면 남친이 민망해하거나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고민할 거에요. 그러나, 저는 여자분들에게(혹은 남자분들도)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하다면, NO라고 말해도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럴 때는 NO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을 또한 기억해두셔야 할 거에요. 막연히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참으면, 나중에는 마음의 병이 된답니다. 왜 자신이 불편한지 잘 모르겠다면, 이 때야말로 서로 간에 부족했던 대화를 시작할 타이밍이지요. 자신의 기준을 잘 모른다면, 상대의 기준을 먼저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기준을 자세하게 모른다면, 언제까지나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종종 남친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자기야, 생각하지 말고 0.5초 만에 대답해야 해요. 자기에게 섹스는 무엇인가요? 두 단어로 대답하세요."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얼떨결에 속마음을 얘기한답니다. 이 질문은 몇번이라도 써먹으세요. 그러면 그의 가치관이 어떤 것에 기반하고 있는지 알 게 될 거에요. 물론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만, 상대의 속내를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랍니다. 제 남친은 행복과 신뢰, 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사랑과 책임, 혹은 행복과 충전이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다릅니다. 충전은 뭐냐고 발끈해서 물었더니 러브러브 파워 충전이라는 초딩스러운 답을 한 적도 있죠. 
 
F도 좀더 질문하고 답하세요. 그리고, 섹스라이프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상처받은 척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자란 많은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꼬추달린 (우월한) 존재 = 남자 = 싸나이 = 남성성 = 자기 자신'으로 아이덴티티를 형성합니다. 그래서 섹스를 거절당하면, 자기 자신을 거절당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여성을 배려해야 할 타이밍에, 스스로의 자존심을 달래느라 여념이 없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반응에 휘둘리지 말고, 계속 대화를 시도하며, 서로의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원래의 순서는, 서로 대화를 통해 섹스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교환한 뒤, 행위를 하는 절차를 밟는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연인과 부부들이 거꾸로 된 순서를 밟습니다. 10년 동안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서로간 가치관이 다른 것을 모르는 커플도 있다는 사실. 안타깝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랍니다. 

많은 남자들이 '연애 = 스킨십 = 사랑 = 섹스' 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콜 표시는 절대적인 것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연애한다고 반드시 사랑하나요? 아니죠. 사랑하면 반드시 스킨십하나요? 아니죠. 스킨십 하면 반드시 섹스하나요? 아니죠. 성관계까지 하면 반드시 결혼하나요? 결코 아니죠. F님의 가치관과 기준은 어떤가요? 위의 등식을 잘 살펴보고, 자기 기준이 무엇인가 정하세요. 만약 그가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F님의 고민과 방황을 이해하려 할 테고, 좀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할 것입니다. 부디 좋은 대화 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하여 아래의 이북을 참고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HOW2SEXPART1>

<HOW2SEXPART2>



* 성에 대한 가치관을 알기 위해 유용한 질문들의 리스트는, http://luvnluv.egloos.com/1920990 여기서 참조하시면 편리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섹스, 섹스관, 혼전순결, 혼결순결주의자 태그로 다른 처방전들도 살펴보시면 더 도움이 되실 겁니다. 

덧글

  • 푸른태초 2010/03/29 21:43 #

    보고있는데 하나 늘어나는거 보니 실시간업뎃이네요 ㅎ

    연애=스킨십=사랑=섹스는 당연히 틀린말이지요.
    사람마다 제각각의 기준이 있는거구요 남자들이 섹스를 거부당할 때 자존심이 상하는건 엘님의 말씀처럼 아닌 관습의 결과겠지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성적이기를 싫어하는 관습이 있는 것 같은데 저 혼자만의 착각인걸까요?
  • 2010/03/29 21:45 #

    여자는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라는 것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지요. 분명히 그런 경향은 있을 수 있으나, 제가 볼 때는 개인차라고 생각됩니다. 이성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이거나, 이런 경향은 개인마다 랜덤하게 나타난다고 봅니다.
  • 푸른태초 2010/03/29 21:49 #

    제가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 와서 그런거겠죠? ㅎ 잘 알겠습니다.
  • 류드 2010/03/30 20:27 #

    태초님, 저 요새 다시 군대 들어가고싶어요.. 흑흑 ㅜㅜ
  • 2010/03/30 20:30 #

    고양이들만 데려갈 수 있다면, 요즘은 저도 군대 가고 싶다능. -ㅅ-
  • 류드 2010/03/31 02:37 #

    ㅎㅎ 데려가셔도 돌보지 못하실 확률이 크기에 비추..
    사실 시간도 같이 되돌려 준다는 전제하에..
    갈수있다면 두번정도 고민할거같아요ㅋ
  • shoko 2010/03/30 13:05 #

    여자는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라는 것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라는 엘님의 적극동의 합니다. 남자보다 충분히 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여자도 많고요, 여자보다 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동화같은 생각하고 있는 남자들도 있다는요...^^
  • 2010/03/30 19:02 #

    성격적인 특징을 성별로 나눈다는 것은 솔직히 말이 안되고요.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 라는 생각의 폭력 속에 자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라다보면 정말로 고정관념 대로 인격이나 성격이 완성되기도 하고요. 양성에게 다 힘든 일이라능.
  • 2010/03/30 15:0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3/30 19:03 #

    남친님과 대화를 하시고 계신다니 정말로 다행입니다. ^ㅅ^ 표현하라! 고 강변하고는 있지만, 저도 표현하기 전에 수없이 자기검열을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기도 해요. 그래도 늦게라도 꼭 잊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연습하다보면 제때에 잘 말할 수 있게 됩니다. ^^
  • 위시 2010/03/30 20:47 #

    엘님 늘 강조하시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의 대화인 것 같네요. 가장 가까워서 다 안다고 생각해서 간과해버릴 수 있는 것들... 정말 표현의 자유일지도요.
  • 2010/03/31 14:20 #

    ^ㅅ^
  • setarcos 2010/03/31 06:32 #

    "우리나라에서 자란 많은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꼬추달린 (우월한) 존재 = 남자 = 싸나이 = 남성성 = 자기 자신'으로 아이덴티티를 형성합니다." 이건 고정관념 아닌가요?

    물론 저도 저런 남자들 많이 봐왔고 꽤 타당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로 살면서 경험적으로 많이 겪게 되는 남녀의 모습들이 있는데, 남자들의 문제점은 별 문제없이 전제로 깔면서 여자들의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에는 (감정적이고 비 논리적이라는 등의) 고정관념일 뿐이다 고 하는건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 2010/03/31 14:22 #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고 전제하면 큰일날 일이지요. 일부가 그런 경향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에게도(남자들에게도) 물론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경향성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여자들이(모든 남자들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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