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8th prescription_고 3의 연애, 비젼은?

D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어렸을 때 친했고 심술궂은 장난꾸러기인 그는 저를 괴롭혔죠. 그래서 저는 그가 너무 싫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성적인 호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그가 저에게 막말이나 욕도 하고 불친절해서 우리는 절교를 했죠.

이후 우리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가끔 인사도 하는 사이가 되었어요. 저는 예전에 좋아했었다는 말을 전했지만, 그는 제 마음을 거절했죠. 우리는 여전히 가끔 인사하고 친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그를 너무나 사랑해요.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그에게 가까이 갈 수 없어요. 고 3이니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 아이 생각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죠?












D님, 닥터엘입니다.

우선 D님의 감정을 검증해 봅시다.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환경을 바꿀 수 없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일 때, 현실의 탈출구로 흔히 '사랑', '연애'를 꿈꾸게 됩니다. 고 3은 제대가 한참 남은 상병과도 비슷하게 막막한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은 사랑으로 활짝 필 때인데, 현실은 꽉 차여진 의무감으로 숨쉴 수조차 없죠.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을 뛰어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감각으로 독특한 탈출구를 찾아내기도 합니다만. 누구나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누가 영웅을 자청하지 않겠습니까. 자신에게 어떤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지는 사실 타인의 평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데 스스로가 우주 최고로 훌륭해질 수 있음을 믿는 것도 참 힘든 일입니다. 때문에 D님도 그렇고 과거의 닥터엘도 그렇고, 고 3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는 인생을 구원할 연애야말로 나의 정답이라고 쉽게 상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랑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지금이어야 하고, 꼭 그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연애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자, 보세요. 그는 D님에게 미친 듯이 반해있지 않아요. 적극적이지도 않죠. 욕설과 거친 행동을 사용하였던 과거도 있고, 아직 인격이 성숙하지 않았죠. 어른스럽게 D님을 대하거나 배려하지도 않아요. 가끔 그가 어떤 의미있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D님이 애써서 짐작하고 추리한 결과죠. 그는 결코 직접적으로 자신의 호감을 전하거나 프로포즈를 한 적이 없죠.

결론적으로 D님과 그는 동창생이에요. 별로 친하지도 않죠. 연애란 호감이 있는 두 사람이 예의를 갖추어 서로를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고 삶을 성숙시키는 과정이에요. 만약 절실하게 연애가 필요하다면,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잘 돌보아야 하고 그러고도 남는 에너지로 상대를 안아줄 수 있어야 하죠. 내가 불안하고 내 삶의 지향을 모를 때 시작하는 연애는, 좋은 연애가 되기 힘들어요. 게다가 그의 감정조차 알 수 없고, D님은 고 3이라는 현실이 무겁기만 하죠. 지금 필요한 것은 연애가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셔야 해요. D님과 똑같이 불안하고 어리고 외로운 아이와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겠나요. 그는 데이트를 할 수 있을 만큼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요? 욕설과 거친 행동을 하던 어린 마음을 다 버리고 성숙하였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도움이 될 만큼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일까요? 고 3 시절을 할애해도 될만큼 그의 애정은 불타오르고 있을까요? 반대로 이 모든 질문들을 스스로에게도 대입해보세요. 답은 어떤가요?

고 3은 마지막으로 스퍼트를 올릴 수 있는 시기에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0대에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의 숫자가 달라지죠. 선택지의 숫자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것이 삶의 고민들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죠. 물론, 선택지가 몇개 안되더라도 나이가 들어 또다른 선택지들을 확보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20대에 하는 노력보다 10대에 하는 노력의 부담이 백배 적어요. 나중에 덜 힘들려면, 지금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는 일이죠.   

저는 10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것이 꼭 연애여야 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져야 하고 스킨십을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신이 스스로를 잘 알고, 현실을 잘 감당하고 있고, 삶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을 어느 정도 확보했을 때 그 때 연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20대라고 30대라고 해서 반드시 이런 자격을 갖추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상처만 받는 언니오빠들은 너무나 많아요. 연애는 그저 삶의 여러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아셔야 해요.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는 사람만이 좋은 연애를 해요. D님은 어른이 되는 일을 지금부터 준비하시기 바래요. 








덧글

  • 무한의주인 2010/04/23 16:53 #

    아주 옛날이긴한데 제가 고3때 짝사랑 했던 남자애가 생각나네요 ㅎ
    엘님이 처방해주신것처럼 저도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머 10대일때나 20대일때나 30대일때나..그때가 가장 힘든듯 느껴지지만 말이져 ㅎ
    문제는 그게 그때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ㅡㅡ 그래도 이렇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진짜 좋은거 같아요 ^^
  • 2010/04/23 17:01 #

    만약 둘다 호감이 있고, 둘다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췄고, 미래를 향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면 10대의 연애라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서로 존중하고 존경할 수 있는 토양이 안 갖춰졌는데, 굳이 소중한 시간 할애해서 또다른 문제거리를 만들 이유가 없지요. ^^
  • 팡야러브 2010/04/24 23:50 #

    1년만 참아보세요~ 그 후에는 D님이 생각하신대로 하셔도 무리가 없습니다 ^^
  • 2010/04/25 01:54 #

    일단 할일부터 해놓고 마음이 정말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그 때 시작하는 연애가 진짜겠지요. 지금은 모든 것이 불안하고 급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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