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th prescription_한번 거절했었던 그가 좋아졌어요.

L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그가 먼저 저에게 호감을 표했지만, 저는 마음을 닫은 터라 거절했었죠. 그런데, 지내다보니 어느새 그가 좋아졌어요. 볼수록 사람이 참 괜찮더라고요. 그는 직접적인 프로포즈를 하지 않지만, 우리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는 놀려댔었죠. 그에게 제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그의 의사를 물었더니, 여러가지로 자신이 없다며 대답을 유보했습니다. 이후에는 연락이 뜸해졌죠. 그의 지인들도 그의 마음을 잘 모르겠대요.

어느날 우연히 만났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인사하고 안부도 물었습니다. 소문에 알아보니, 그에게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정확한 건 몰라요. 그가 왜 마음이 변했는지 궁금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저는 여우처럼 못해요. 하지만, 그에게 다가가보고 싶어요. 욕심이 나요.








L님, 닥터엘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마음에 들어도, 그가 나에게 반해있지 않다면 승률은 낮지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나 소문을 이용해서 짐작과 추리를 하는 일은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고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지요.

한가지 알아둘 일이 있죠. 감정은 언제나 변한답니다. 또한, 데이트해보고 싶다는 말이나 사귀자는 말이, 널 사랑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고요. 네가 좋은 사람 같다는 표현을 해준다 해서, 그 말이 너만 만나겠다는 말도 아니고요. 사랑의 수사학만 연마한 남자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금방 물러서죠. 단칼에 NO라고 대답도 안하고, 좀더 생각해보자 대답하는 것은 언제까지, 라는 단서조항이 없기 때문에 공수표가 될 확률이 높고요. 솔직히 상대가 나에게 마음이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요. 나에게 늘 친절하다고 해도, 나와의 약속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그는 나를 만나는 게 급한 것은 아닌 거에요. 당장의 급한 일만 끝나면 나에게 달려오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가 적극적이지 않아도 내가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면, 움직일 이유는 충분하죠. 한번 나를 완곡하게 거절하였더라도 내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패배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언제나 똑 같은 답을 드리지요. 밀땅이니 여우짓이니 다 쓸데 없지요. 가장 강한 것은 진심이고 스트레이트로 돌진하는 에너지니까요. 내가 지어내고 과장하고 작전을 쓰면, 상대도 나에게 똑같이 대할 뿐이랍니다. 어리숙한 어린아이들이라면 그런 전략이 통할 지는 몰라도. 그런 식으로 일단 한번 넘어간다고 해서, 이후에는 어떤 가면과 전략으로 그 관계를 지키겠나요. 여러모로 피곤한 일이죠. 저도 여우짓은 못해요. 어렸을 때는 쿨하게, 엣지있게, 인기쟁이다운 척 전략전술도 썼습니다만. 그래봤자, 사랑은 그런 것과 무관하더라고요. 여우 안되면, 고양이 되세요. 솔직하고 진지하고 당당하게 말입니다. 행복할 땐 고릉고릉, 인연이 아니면 도도하게 돌아서는 거에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와의 첫번째 데이트를 노리세요. 그와 문자로 연락하지 말고, 통화 한번 하세요. 만나서 차 마시자고 해요. 만약 그가 말을 빙빙 돌리며 좀처럼 틈을 주지 않는다면, 그에게 언제 여유가 생기냐고 물어요. 그가 영영 시간이 안 날 것 같다는 뉘앙스라면 빨리 포기하시는 게 좋아요. 만약 언제 언제 스케줄이 빈다고 알려준다면, 확실하게 약속을 못박아요. 그렇게 해서 만나서 그가 연애할 상황인지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본 답은 무엇인지 물어봐요. 꼭 당장 프로포즈할 이유는 없어요. 그의 대답을 들은 다음, 프로포즈를 해야겠다 말아야겠다 감이 올 거에요.

그리고, 만약 그가 바쁘다며 자신이 없다며 완곡한 거절을 한다 해도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주변의 평판과 인간성 좋아보이는 것과 실제의 연애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거든요. 나에게 진실하고 나에게 잘 하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고 진짜 인간성이 좋은 것이에요. 평판 좋고 대외적으로 유명하고 사적인 관계보다 공적인 관계가 우선인 사람들은 의외로 연애에 있어서는 허당이고 알고보니 나랑은 안맞네, 하는 결론이 나올 때도 많거든요. 좋아하는데 상황이 좋지않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좋긴 한데 귀찮다는 말이에요. 그가 거절한다고 해도, 내가 나빴다고 자책은 마세요. 모든 애정이 연애 상황을 감당할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냥 좋았다가 스르르 사라지는 감정이 훨씬 더 많고 그게 보통인 거에요.

L님이 자꾸만 미련이 남는 것은, 지금 연애 중이지 않아서 그런 거에요. 그리고, 과거에 거절한 것이 그의 진심을 상처 주었다고 죄책감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진짜 인연이라면 백번 밀어내도 다가와요. 단지 몇번 거절했다고 그것을 뒤늦게 수습하지 않아도 되어요.

지금은 청춘시대잖아요. 그 사람과의 감정을 잘 마무리짓고, 또다른 인연을 찾는 노력도 해보세요. 나이들수록 내 마음 속의 이상형은 점점 정교해지고 남자 만나는 게 까다로와지죠. 한살이라도 어릴 때 다양한 남자들과 다양한 데이트를 경험하는 것은, 여자에게는 소중한 재산이 되는 법이죠. 망설이지 말고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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