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th prescrtiption_제 주변 남자들을 보면, 연애하기가 두렵습니다

U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어디서나 막내 취급 받는 경우라, 또래 친구들이 훌쩍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섭섭하기도 하고 멀어진 것 같기도 해요. 남자들이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건가 싶기도 하죠. 여자들 앞에서는 잘 보이려고 하지만, 친구들끼리는 놀랍도록 노골적으로 여자들을 평가하기도 하고요. 여자들과 어떻게 하면 잘 수 있는지, 나이트나 클럽 같은 곳에서 어떻게 하면 여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기도 해요. 저는 친구들이 더 이상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남자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연애도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주위에 남자들 뿐이라 이런 말들을 안 들을 수가 없는데, 새로운 이성을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들어 연애를 경험하고 싶어도 두려움만 더 커집니다.









U님, 닥터엘입니다.

문화권마다 지역, 가정, 커뮤니티마다 젠더 이미지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교육받고 전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성은 크게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됩니다. (물론, 남성과 여성 외에도 소수의 다른 성도 있습니다만, 본 처방전에서는 논외로 합니다) 우리들은 신체적으로 주어진 성에 걸맞는 사고와 행동양식을 교육받으며 자라죠. 대부분의 인류는 자신이 갖고 있는 성적 고정관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오랜 세월 고착되었던 성역할에 대한 구분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도 되었습니다. 교육받은 소수들은 남자도 여자도 그저 인간이라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진리 앞에 눈을 뜰 수 있었죠. 그들은 연애를 할 때도 결혼을 할 때도, 상대 성을 오해하거나 의무를 지우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과정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이미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으며, 특히나 연애와 결혼, 섹스에 대한 교육은 방어적인 폭력 예방 교육이나 임신, 출산 등 재생산과 관련된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10대의 연애와 이성교제를 권장하지 않고 있고, 그와 관련된 교육도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갑작스럽게 이성교제의 자유를 맞닥뜨리게 되는 대학생들의 경우, 우리의 부모 세대들이 그래왔던 고전적인 방식으로 뒤에서 쉬쉬 하며 여성공략법을 논하고, 총각딱지를 떼는 방법을 연구하며 인권연애로의 기회를 영영 놓치고 말죠.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학습에 대한 기회를 갖지 못한 대학생들은 여전히 정복하는 성을 되풀이하기 십상입니다. 다행히 연애 기회를 통해 실제로 여성과 부딪히며 서로를 배워가는 과정을 맞이할 수 있다면, 이성에 대한 판타지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인간적인 이해에 이르는 축복도 누리겠습니다만. 이런 경우도 흔한 것은 아니지요. 또한,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방어적인 성 역할에 익숙해지거나 남성성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난하거나 이용하는 오류에 빠지기 일쑤이죠.

양성평등교육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랍니다. 그러나, 아직도 요원합니다. 또한 몸을 제대로 대접하고 제대로 된 성을 누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요원하죠.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인권연애로서의 인간교제, 양성이 대접받는 인권결혼도 개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요원하지요.

U님이 말씀하신 바대로, 친구들이 여성을 인간이 아니라 ‘여성성기를 가진 몸’으로 인식하고 성을 경험하고자 건강하지 못한 교제를 자랑하는 것은 결코 어른이 되어가는 일은 아니지요. 오히려 사회가 만들어놓은 고정관념 속으로 무비판적으로 사회화 되어가는 불행한 과정입니다. 상대 성과 진정으로 소통하려 하지 않고, 단지 성을 경험하기 위해서 좋은 남자인 척 연기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밤의 세계를 방황하는 무용담을 경쟁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인간이 덜 되어서랍니다. 모든 성장이 나이가 든다고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성을 돈으로 사는 것은 어른의 특권이고, 여성과의 섹스가 그저 스포츠나 배설일 수도 있고, 남자의 성적 경험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알고 그렇게 생활하는 남성들도 아직은 매우 많습니다. 여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남자는 한 여자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고, 여성의 순결은 여전히 결혼의 제 1 교환가치라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아직은 매우 많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은 뚜렷이 구분되고 그것이 절대적인 의무이자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죠. 가사와 육아 책임은 여성이, 경제 운영 책임은 남성이 하는 것이 어떻게 틀린 생각이냐고 묻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이 모두 자신과 상대 성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남성도 여성도 자신의 성역할과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나의 기준과 생각을 강요하면 안되지요. 연애할 때도, 가정에서도, 아이를 키울 때도 개인은 각자의 성 역할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 사회나 커뮤니티마다 통용되는 젠더 이미지가 서로에게 족쇄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물론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의 구분은 있을 것입니다. 나와 관계 맺는 이성이 나의 가치관과 상식, 사고방식과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두 사람의 정답입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젠더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그곳이 진정으로 인간과 인간이 만나 연애하는 인권연애의 세상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지금 U님의 고민과 전혀 다른 딴 얘기를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답니다. 앞서 기술했다시피, 인간에 대한 성찰을 경험하거나 결심하지 못한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서로의 성경험을 경쟁하기에 바빠요. 이런 아이들이 평범한 80%의 남자들이죠. 우리가 연애하면 피곤해지는 부류랍니다. 다행히 좋은 가정에서 양성평등을 배우고 자라거나, 여러가지 경험이나 이유로 여성을 대상으로 보지 않는 남자들도 일부 있답니다. 어차피 연애라는 사회활동은 나와 맞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지요. 어떤 종도 우수한 개체는 흔치 않아요. 인간도 마찬가지죠. 바람직한 연애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만나고 싶다면, ‘내가 싫어하는 남자들’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계속해서 찾아나서시면 되는 거에요. 왜냐하면, 좋은 남자인 척 연기하는 남자가 아니라 정말로 좋은 남자인 사람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러니까, 미리 남자 무리들이 보이는 생각의 폭력에 질겁하지 마시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U님이 지금 남자들이 대부분인 환경에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될 지는 몰라도, 그들도 나름대로는 남성성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귀중한 사회화를 겪고 있는 중이거든요. 운이 좋다면 그들도 ‘여성 성기를 가진 몸’에 대한 열망이 아니라 그저 나와 똑같은 ‘인간’을 만나기 위한 길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지요.

U님이 지금 하실 일은, 나를 실망시키는 남자들의 무리에서 벗어나와 나와 생각이 통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적극적인 생활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이에요. 소개팅과 미팅도 좋아요. 하지만, 한 다리 건너는 일은 참 쉽지 않죠. 새로운 동호회나 취미활동, 운동 등으로 이성과의 접점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여보세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며 한탄하면, 청춘만 흘러갈 뿐이랍니다.

인간들은 누구나 아는 만큼 살아가고 남들처럼 살고 싶어 불안하고 삶의 정답을 몰라 방황하게 되어 있답니다. 세상이 어렵고 남자들도 모르겠고 어른이 되는 일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삶의 일부분만 봤기 때문이에요. 분명히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랍니다.

U님이 부디 고민하고 성찰하는 어른이 되기를, 좋은 인연 만나시기를 빕니다.



















덧글

  • 객客 2010/07/04 00:31 #

    자긍심을 가지실 일이군요 이건. 주변 환경이 불순해 보이는 건 그만큼 보는 눈이 순수하다는 반증이니까요.

    '후후, 날 저런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 짐승들이랑 같이 취급하면 곤란하지. 난 사심없이 순수한 남자라고.'
  • 2010/07/04 00:43 #

    의뢰주신 분은 여자분이긴 하지만... ^ㅅ^ 남자도 여자도 순수한 사람이 좋아요!
  • 객客 2010/07/04 01:49 #

    음... 그렇담 '남자는 다 짐승이야!' '아냐! 일부만 짐승이야!'로 수정해야겠군요.
  • 2010/07/04 01:57 #

    필요할 때만 짐슴되면 좋음. -ㅁ-
  • 객客 2010/07/04 02:03 #

    필요할때에 몰아서 쓰기 위해선 평소엔 짐승 모드 게이지를 아껴야죠.
  • 2010/07/04 02:08 #

    몰아서 쓰기 보다는 평소에 일정한 레벨을 유지해주는 쪽이 더 좋은데... 라고 말했습니다. -ㅅ-
  • 객客 2010/07/04 02:20 #

    음음... 수위조절이라... 쉽지 않군요 그건.
  • 팡야러브 2010/07/04 17:36 #

    그런데 여자들도 남자 앞에서는 잘보이려고 하고 친구들끼리는 놀랍도록 노골적으로 남자를 평가하지 않나요??
  • 2010/07/05 23:04 #

    무리지어서 뒤에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인간 사회화의 기본 코스. 좋은 습관은 결코 아닌 것 같아요.

    여기에서 포인트는 성적 대상화와 인간 물화. 위에서 등장하는 남자들은 실제로 어떠한 '활동'을 하지요.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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