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1st prescription_어머니가 반대하는 교제지만 계속하고 싶어요

H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

어머니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셨고 아버지 때문에 수십년을 고생하시다 병까지 얻으셨죠. 두 분은 서로를 없는 존재인 것처럼 대하며 사십니다. 어머니는 가난하고 경제 개념이 없는 아버지 때문에, 제가 만날 남자는 되도록 어렵지 않은 집안에 화목한 가정환경이기를 바라시죠.

저와 제 남친은 어리지만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왔지요. 그런데 어머니는 그가 그다지 유복하지않다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하세요. 저는 우리가 1년 이상 오랫동안 진지하게 관계를 이어나가면, 어머니에게 우리의 교제를 인정받고 싶어요. 어머니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H님, 닥터엘입니다.

H님은 어머니의 심정을 너무나 잘 헤아리는 어른스러운 딸이네요. 지금 H님은 어머니에게 인정받는 이성교제를 하고 싶은데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아, 마음이 무거우신 것 같습니다. 자신의 교제를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격려받고 싶은 마음은 어떤 자식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희망이나 욕구를 자녀 세대에게 바라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죠. 특히 당신들의 고통과 상처가 결혼 시스템으로 왔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녀의 이성교제와 결혼이 가장 중요한 문젯거리가 됩니다. 불행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력해지겠지요.

하지만, 행복과 불행은 타인이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서로 간의 대화와 이해일 거에요. 그러나, 평생 같이 살아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가족끼리 예의를 갖추고 이성에 바탕을 둔 대화가 잘 되는 건 참 어렵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삶이 자신의 책임이자 소유라고 생각하고, 자녀는 부모의 불행과 상처가 자신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닌가 죄책감 가지기 쉽지요. 이런 상황에서 H님이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더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의 일을 나중에 인정받겠다고 결심한 것도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생각이죠. 문제는 그 기간 동안 두 사람의 교제를 일일이 보고할 수 없다는 일일 텐데, 어머니의 의도와 반대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질 것인지 아닌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H님이 남친과의 관계가 지금보다 안정된 후에 어머니에게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은 아주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어차피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고, 동거할 것도 아니고, 교제만 하는 일이니,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불행한 결혼을 향해 달려가는 일은 아니니까요. 만의 하나 두 사람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책임질 수 없는 동거나 임신 같은 사건을 도모하여, 어른들의 뒷수습을 바라는 상황만 만들지 않는다면 교제 자체를 반대할 근거도 없지요. 그와의 교제로 인하여 어머니가 걱정하게 될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 다짐하신다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손으로 꾸려나가는 연습을 시작하신다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H님이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잘 꾸려나가고 있다면, 그와의 교제를 계속하되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공부에 집중하는 일과 더 폭넓은 인간관계를 확보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셨으면 합니다. 남자친구와의 연애 외에 다른 일상을 충실하게 꾸려나가고 있다면, H님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연애사를 일일이 보고하지 않고 있는 일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H님이 준비하셔야 하는 일은 연애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연애 외의 일상에서 찾아야 할 보람과 성취에 대한 책임이지요. 어떻습니까? H님은 남친과의 관계에 모든 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삶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고 있나요? 그렇다면, 잠시동안 어머니에게 두 사람의 교제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없겠죠?

한편, 저는 다른 것이 더 걱정되기도 합니다. H님과 어머니가 다른 모녀 간보다 유달리 유대가 깊은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혹시, 어머니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일일이 중계하며 H님에게 이해와 격려를 해달라 요청하는 상황은 아닌가요? H님의 행복에 당신의 행복이 걸려있다며, 자신을 알아달라 호소하지는 않나요? 어머니가 H님의 일상 하나하나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고, 그것을 모두 관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있다 생각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과도한 애착관계를 형성함으로 인해 자신의 고통과 불안을 보상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모녀는 같은 여자로서 그 유대가 더욱 끈끈하고 깊을 수 있지요. 이럴 때 부모님의 감정적 불안과 고통이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동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두 부부가 자신의 삶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지 못할 때, 자녀는 자신의 결혼이 실패한 것이 아닌데도 똑같은 고통에 시달리게 되지요.

그 어느 때보다 공부에 집중해야 할 소중한 시기에, 부모님의 사정을 고민하며 눈물짓는 H님의 처지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해집니다. 저 또한 H님의 나이에 똑같은 가족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H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부모님이 만약 이혼하지 않고 어떻게든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결혼에서 취하고 있는 어떤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그것이 단지 이혼할 여건이 못되어서 같이 살고 있는 것 뿐이라 해도 말이에요.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하거나, 서로를 유령처럼 없는 사람 취급한다고 해도, 아직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이 하고 있다면,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서로의 선택을 책임지려고 하고 있는 거랍니다. 어머니가 같은 여자로서 이해해달라며 울고불고 자신의 불행과 후회를 토로한다고 해도, 어머니는 그 결혼으로부터 이미 많은 것(H님을 비롯하여)을 얻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반복해서 기술하며 불행과 행복을 과장하거나 부풀리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필요한 일이랍니다. 입 밖으로 내어 말하거나 일기장에라도 써놓지 않으면, 삶은 그 무게 때문에 그대로 그 사람을 짓눌러 버리거든요. 어머니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H님은 어머니의 삶이 자신의 삶 위로 쏟아지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으셔야 합니다. 어차피, H님은 곧 자신의 행복을 선택해서 날아오르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H님. 어머니의 삶을 내가 바꾸어드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사람은 모두가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기에도 벅찬 거랍니다. 그렇다면, H님에게 남는 일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어머니가 조금도 걱정하시지 않도록, 자신의 행복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추구하도록 하세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자기 방식대로 자신의 선택에 따라 딱 자기 몫의 삶을 살고 계시는 겁니다. 두 분이 당신들의 결혼을 잘 정리하시도록 응원하시고, 두 부부가 부모로서의 위치를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하고 계시는 것에 감사하도록 하세요.

H님의 가족에 두루 평안이 찾아오기를 빌겠습니다.















덧글

  • 2010/07/11 18: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7/11 19:06 #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니, 생각하는 대로 노력하시면 분명히 결과가 있겠지요.
  • ranigud 2010/07/11 19:53 #

    저한테는 남 일이 아니네요...ㅇ<-<
  • 2010/07/11 20:35 #

    ㅠㅅㅠ 그래도 부모님이 반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모님께서 애착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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