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th prescription_친구가 저를 가벼운 여자로 보는 걸 알고 너무 놀랐습니다


L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남친과 알콩달콩 연애를 하다 시간이 흘렀고, 오랜 지기인 친구와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 기억나 오랜만에 연락했더니 그녀는 굉장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소개시켜주기로 한 남자와 오히려 연애를 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저는 깜짝 놀랐죠. 오래 전에 남친과 제가 그저 지인 사이일 때, 오랫동안 연애를 하지 않고 지내던 친구에게 “저 친구 괜찮은 거 같은데 내가 다리 놓아줄게.”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 그제서야 기억났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 대화하며 가까스로 오해와 감정을 풀었어요.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죠.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는 스킨십도 할 수 있고 같이 밤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연애관을 갖고 있죠. 그녀는 결혼할 사이가 아닌데 어떻게 같이 여행을 가냐며 저를 가벼운 여자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서로의 가치관이 한참이나 다른 셈이죠.

하지만, 좋아했던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제 자신이 창녀가 된 것 같았어요. 그녀와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것이 좋을까요?






L님, 닥터엘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코찔찔이에 흙파먹고 놀고 개미 주워먹고 다들 똑같지요.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직장을 다니며 경험을 공유하던 사이는, 비슷한 얼굴에 비슷한 가치관에 비슷한 옷차림으로 언제까지나 친구로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개인의 삶은 언제나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요. 키스조차도 죄악처럼 느껴지던 꼬꼬마 시절을 지나면, 아무도 없는 극장 안에서 연인과 패팅을 할 정도로 대담해지는 어른의 시절도 맞이할 수 있는 거죠. 첫사랑과 결혼하는 꿈에 설레는 십대 시절을 지나면, 두번째 결혼은 좀더 섹시한 남자와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십대도 다가오는 거에요.

하지만, 연애도 결혼도 언제까지나 낭만과 이상의 영역에 머물러있는 여자들도 아주 많아요. 비혼이어도 기혼이어도 여자의 삶은 이래야만 하지, 하면서 살아가는 여자들도 많죠. 순결과 순정과 순수가 여성의 모토이며, 쾌락과 욕망과 본능은 특수한 일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거라 믿고 살아가기도 하죠. 순결지향교육, 방어적인 성을 배우고 자란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성경험이 창녀나 걸레라는 지탄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요. 똑같은 몸에서 일어나는 똑같은 행위가 남성들에게는 정복이고 경험이고 성취인 것을 무시하고, 자신 뿐 아니라 같은 성을 가진 친구나 가족들까지 비난하고 판단하지 못해 안달이 나죠. 그렇게 배우고 자라면 너는 틀렸고 너는 잘못됐다고 당당하게 큰소리 치기도 하는 거에요. 자신이 아는 세상이 그게 전부니까요.

하지만, 누구라도 자신의 세상을 선택할 권리가 있죠. 이럴 때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많은 아량을 베풀어야 해요. K님은 친구분과 똑같은 순결지상주의를 거쳐왔기 때문에 자신이 창녀가 된 것은 아닌가 뒤늦게 기분이 상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K님의 삶은 성이 개인의 도덕성을 단죄내리는 곳에 있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그저 친구에게 말하세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몸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고요. 그것이 사람으로서 누릴 응당할 권리이고 연애하는 사람의 행복이라고 말이에요. 결혼을 하고 나서야 성을 논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너의 가치관을 존중하지만, 너의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거나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그녀가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하는지 한번 보세요.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만약 상대가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교류할 수 없다 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친구는 천년만년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느 인간관계처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고 변화하는 인간관계니까요. 우정이며 사랑이며 불변의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이상화되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변화하고 변질되기 쉽다는 특징을 반증하는 것이에요. 사랑은 물론이고 우정도 변하죠. 변하니까 사람이고 사람 사이랍니다. 그러니까, 소중한 우정이 깨어졌다는 감상에 젖으며 슬퍼하지 마시기 바래요. 이런 인연이 가면 저런 인연이 또 올 테니까요.

저도 오랜 지기와 오랜만에 연락했다가 그녀가 저에게 대해서 ‘맨날 남자 바뀌는 애’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을 알고는 경악한 적이 있죠. 어린 시절 정말로 좋아했던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듣는 기분은 정말로 참담했어요. 하지만, 저는 금방 이해했어요. 친구도 일상을 나누지 못하면, 이웃사촌보다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인간관계의 스펙트럼은 여러가지라, 몇 년 만에 연락이 와도 어제 헤어진 것처럼 살가울 수 있고, 몇 달 만에 연락을 해도 서먹서먹할 수 있는 거지요.

인연을 맞이하고 보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큰 사람 되시기를, 빌게요.







덧글

  • 일리아스 2010/07/12 23:42 #

    친구분이.. 저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사회가 보수적이다 보니^^;;
    엘님 말씀대로 서로의 가치관은 다를수있고 또 그걸 존중해줘야겠죠.
    두분 모두 상처입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되었으면 하네요. ㅎㅎ
  • 2010/07/13 00:09 #

    왜 너는 다르냐, 고 따지면 할 말이 없죠. 저는 남성성을 조롱하던 한 선배가 여성의 욕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것을 보고는 놀란 일도 있어요. 사람마다 가치관은 천차만별이죠.
  • 2010/07/13 12:0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밥햏 2010/07/14 09:18 #

    요새는 오히려 혼전순결을 지양(?)하는 분위기인데..... 시간이 지나면 사람마음도 바뀌잖아요? 저도 대학교1학년 때는 무슨 남자를 저렇게 바꿔가며 사귀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 싶고...

    그런데 오히려 여자들의 대화가 남자들보다 더 야하던데... 여대 다니는 친구들 대화보면 그렇더라구요. 남자들의 성적인 대화는 농담이나 자랑같은 것이 좀 더 강한 경향이고 여자들은 경험을 공유하는 느낌이랄까...
  • 2010/07/14 16:31 #

    또래집단마다 다 다른 듯. 성적인 이야기 자체를 전혀 안하는 여자 그룹도 많아요. 어머 여자는 성욕이 없잖아, 라든지. 아직도 그렇게 말하는 여자들도 많이 있더라고요. 편차가 심한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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