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th prescription_두번이나 중절수술을 했고, 저는 자살 충동을 느낍니다

U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몇 번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도 있고, 가족들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혀야 하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연애에 많은 것을 기대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보다 어른인 남자가 말하는 사랑을 믿고 섹스를 경험했습니다. 피임에 대해서 잘 몰랐던 저는 임신을 했고 중절수술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두번째로 임신을 했을 때 우리는 다시 수술을 선택했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이후 스스로의 몸을 두 번이나 다치게 했다는 생각에 남자가 너무나 미웠고 자신이 여자인 것도 싫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나 심해서 몸에도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고는 했습니다. 결국 저는 자살을 결심했죠. 새로 사귄 남자친구도 만나자마자 저의 몸을 만졌습니다. 저는 그의 손을 거절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고 또 탓했습니다. 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인지 저도 모르겠지만, 성격이 너무나 수동적인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남자와 연애에 대해서 너무도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자학이 심하고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저를 도와주세요.









U님, 닥터엘입니다.

유년 시절에 성추행, 성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은 아주 많답니다. 저 또한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고 커서도 이런저런 언어적, 물리적 성폭력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가족에게 제가 성추행을 당한 것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서 받은 순결 위주의 성교육은 그러한 경험 자체가 스스로를 망치는 것이고 나에게 불행을 자초한 어떠한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했거든요. 내가 나쁜 아이라서 그런 나쁜 일을 당한 것이라 생각했었죠. 부모님에게 야단맞는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서 비밀을 지키는 것이 덜 다치는 길이라 판단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고 나서야 어린 시절의 상처를 스스로 돌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좋아졌지요.

U님, 그런 일을 당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다른 가족들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아픔을 감내하신 일은 정말로 누구도 할 수 없는 훌륭한 일이에요.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U님이 첫연애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상대가 보여주는 섹스관이 사랑을 담고 있으리라 생각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지도 몰라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반경 바깥에 좋은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품게 되는 희망입니다. 어린 여자아이라면 당연히 연애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가져올 거라 생각하죠. 그러나, 첫연애가 상처가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은 지나가고 나서야 깨닫게 되기 십상이랍니다.

U님은 나이가 많은 남자친구가 사랑과 섹스에 대해 정답을 갖고 있을 거라 기대했죠. 그러나, 나이는 아무 것도 반영하지 않죠. 나이가 많을수록 정복으로서의 성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저도 한참 연상의 남자와 사귀었다가, 그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라면 아무 말이나 지어낸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고 경악한 일이 있죠. 아주 많은 남자들이 그래요. 여자 = 섹스 = 정복 = 게임이죠. 그들에게 섹스는 의미없는 일이에요. 80%의 남자가 연애부적격 레벨이고, 나머지 20%가 그나마 연애를 해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보통 수준이지요. 내가 정말로 연애하며 사랑해도 될 남자는 그 중에서도 아주 일부일 뿐이에요.

반복해서 임신을 하는 경우는, 피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많은 남자들이 콘돔을 끼지 않는 편이 성감이 좋기 때문에, 콘돔을 착용하지 않으려 하죠. 여자들은 사정할 때 질 내에서 성기를 빼면, 피임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남자들이 콘돔없이 삽입하는 것을 방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번 임신이 될 때까지 피임의 원리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죠. 무엇보다 콘돔은 피임은 물론 성병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것을 알겠습니까. 모를 때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는 자책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중절수술을 했다고 해도, 자궁은 수술 후 후처치를 잘 받고 회복기를 잘 보낸 다음 정기검진을 다니고 있다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성 경험이 있든 없든, 여자는 일년에 한번은 자궁 점기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의 여성 기관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치과 검진처럼 아주 당연한 일이랍니다. 친절한 산부인과 골라서 잘 다니시고, 몸을 돌보세요. 중요한 것은, 내 몸은 이미 버렸다,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일입니다. 실수로 임신하고 중절하는 여성들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지킬 것인가 하는 일이죠.

그 남자와 헤어진 상태라면, 그런 나쁜 인연과 헤어진 것을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하세요. 마음의 상처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또다른 연애보다 내 삶을 보듬고 보살피면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보셔야 해요. 제 블로그가 도움이 된다면 제 블로그의 다른 글들도 많이 보시고,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도 많이 살펴보세요. 자신의 경험과 고통을 일기장에 써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에게 메일로 보내시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누군가 들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정리하여 말하는 것도 스스로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문제점을 찾고,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소중한 일입니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주 용기있는 행동이지요.

혼자만 고민하지 마시고, 상담소를 찾으시거나 집단상담 모임을 검색하셔서 가입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혼자서 충분히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것도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남자들의 무례한 스킨십 시도에 거절하지 못하는 것 또한 많은 여성들의 문제랍니다. 여자들은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교육받고 자랍니다. 얌전하고, 조신하고, 수용하고, 순응하고, 수동적인 것이 여성스럽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죠. 저 역시 그러한 성격 때문에 성희롱의 경험이 있을 때에 반항조차 못한 일도 많았어요. 오히려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 자리에서 어쩔 줄을 모르거나 아무 말도 못하거나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저 당할 때가 많았죠. 적극적으로 반항하거나 거절 표시를 하는 일은, 평소에 머리 속으로 백 번 시뮬레이션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더 용감하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 마세요. 어떻게 거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매뉴얼이 없으면, 매뉴얼이 있어도 연습해보지 못하면, 누구라도 쉽게 NO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저도 과거에 만났던 쓰레기 같은 남자들과의 만남을 후회해요. 그런데 제 주변의 언니들도 비슷한 불행을 겪었죠. 세상에는 왜 이렇게 연애부적격자들이 연애하려고 할까요? 문명화가 덜 된 탓, 교육 못 받은 탓 아닐까요? 우리가 인권후진국에 살고 있고, 성적으로 보수적인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여성성이 폭력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큰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나와 같은 동생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말하고 또 말하고 기록하고 또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U님과 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들은 아주 많습니다. (제가 처리하는 대부분의 비공개 메일이 이런 문제들입니다.) 또한 제가 어린 시절에 (커서도) 겪은 일도 비슷한 일이죠. 저와 같은 동생들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닥터엘 연애상담소를 열었고, 꾸려가고 있는 거랍니다. U님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를 돕게 되는 거랍니다.

U님. 연애는 인생을 구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세요. 새로운 연인이 생겨도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시간을 두어 기다리세요. 사귀면 꼭 섹스해야 하고, 애정표현은 꼭 스킨십으로만 알 수 있고, 데이트하면 술도 마셔야 하고, 연애하면 꼭 사랑하는 거고, 연인이라는 말 한마디로 키스도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정말로 신뢰할 수 있고 나의 일상과 상대의 일상을 다 알 수 있고, 서로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겠다 생각하는 사람과만 스킨십하세요. 상대를 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스킨십 하지 마세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사랑하고 섹스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려면, 얼마나 깊은 대화와 시간과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겠습니까? 외롭고 상처받고 헛헛하다고,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마시고, 남자를 조심하세요. 그리고, 금방 스킨십하는 남자는 연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해도 조심하는 게 맞습니다.

연애가 뭔지 섹스가 뭔지 모를 때는 그저 수동적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연애도 인간관계의 일종이에요. 예의 갖추고 서로를 알려고 노력하는 시간이에요. 내가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연애에요. 그리고 타인을 만나면서,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연애의 특징이죠. 여자인 것이 싫어도, 언젠가는 내가 나 자신이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날도 와요.

자신의 제 1 지지자는 언제라도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죠. 엄마도 가족도 애인도 아니에요. 자기 자신이어야 해요. 나를 지키겠다고 결심하면, 분명히 내 삶은 조금씩 더 좋아져요!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얼른 버리세요. 왜 죽나요? 한껏 행복해보고 죽더라도 죽어야죠. 누구 좋으라고 죽나요? 자살한다고 좋은 일은 하나도 없어요. 연애한다고, 사랑한다고, 내 인생이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나를 구원하는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어야 해요. 삶의 문제는 무엇인가요? 단지 연애하며, 낙태하며, 성폭력을 경험하며... 그런 문제? 과거의 문제는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하죠. 그러나 언제까지나 과거의 상처에 현재가 잠식당할 수는 없어요.

오늘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 죽겠다는 말 대신, 살겠다는 말을 떠올리세요. 더 행복하게 살자 결심하세요. 자살이 자꾸만 생각나면, 가까운 정신보건센터를 찾아보세요. 무료 상담이고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보다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수도 있어요. 상담이라는 것은 나에게 맞는 상담자를 찾는 것이 제일 일이에요. 나에게 도움되는 상담자, 나를 오히려 복장 터지게 하는 상담자... 여러가지죠. 하지만,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내 삶을 여러가지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서, 결국에는 도움이 되는 일이랍니다.

지금도 충분히 용기내고 있으시지만! 지금과 같은 삶의 에너지를 갖고 계신다면! 분명히 좋아져요.

남자 때문에 힘들었지만, 남자 때문에 "아 여자로 태어나기 잘했어!"라고 생각하는 날도 와요. 물론 내가 좋은 남자를 선택했을 때만이죠! 저 역시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생각한 것은 지금의 남친을 만나고 난 뒤였어요. 그것이 서른두살 때였죠.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앞으로의 삶도 아주 길고 기니까요.











덧글

  • MrCrazyani 2010/07/20 22:47 #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깊이 있게 해서 나 자신을 스스로가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좋은 남자를 고르는 안목도 생기는 거겠죠!

    그리고 엘님의 남친님은 초 훈남이시죠 넵 -_-)b
  • 2010/07/21 11:40 #

    B군에게 전해줄게요. ^ㅅ^ 고맙습니다.
  • 맑음뒤흐림 2010/07/21 11:35 #

    힘내시길.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 꼭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답니다!
  • 2010/07/21 11:40 #

    ^ㅅ^
  • 헤세 2010/07/22 01:04 #

    동의합니다/ㅁ /
  • Raymundo 2010/07/21 21:44 #

    아니 답변글에 슬쩍 염장이!

    U님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운내세요~
  • 2010/07/21 23:10 #

    스스로를 믿으면 모든 것이 조금씩 좋아지지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도 어쩌면 매일매일 스스로를 믿는 도전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 니케 2010/07/22 00:58 #

    저는 반드시 이 여성분께 전문의와의 심리상담을 권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반드시요. 꼭 도움이 될 겁니다.
  • 2010/07/22 12:27 #

    전문의 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문상담사와 지속적인 상담을 하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지요. ^^
  • 2010/07/22 01: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7/22 12:30 #

    비공개님. 자신의 문제를 신뢰할 수 있는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용기를 내는 것은 훌륭한 일이랍니다. 성추행은 내가 이상해서 당하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가 문제가 있는 것이고 생각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죠. 중절수술을 했다고 해도 관리를 잘 하면, 자궁은 다시 회복이 됩니다. 자궁이라는 기관 자체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관이에요. 수술 한번으로 기관이 망가지려면, 돌팔이 의사가 대실패하는 수술을 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병원에도 정기검진 꼭 가보시고요. 몸이 아프고 피곤해진다면,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요. 차근차근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찾아보시면 더 좋겠지요!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찾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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