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th prescription_어린 시절 연인이 죽은 기억 때문에, 인간관계가 힘들어졌습니다

V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힘든 어린 시절에서 유일한 안식처였던 제 첫사랑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죠. 너무나 힘들었지만, 하늘나라에서 그녀가 지켜봐 준 탓인지 저는 그녀를 잃은 상처를 극복하고 대학생이 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 이성과의 접점이 늘어나다보니 저에게 ‘여성공포증 gynephobia’와 가까운 증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사고 이후에 저는 가족 외에 다른 여성과 눈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던 저에게 한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고 제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행복한 연애를 했고 여느 연인들처럼 잘 헤어졌어요.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고 난 후, 저는 여전히 세상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벽을 느낍니다. 저는 자신감도 없고 겉돌고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저는 그녀의 죽음으로 마음의 빚을 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저를 그대로 안고 가려고 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인간관계도 넓히고 싶고, 그저 친구인 이성친구도 있었으면 해요.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말 모르겠습니다.









V님, 닥터엘입니다.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관계 스타일이나 생활의 반경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습니다. 불만족스러운 스스로의 과거와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며 이유를 찾는 것은, 깊이 성찰하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기 이전에 남탓이나 환경탓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만, V님은 내면을 탐구하며 시간을 보내다 ‘여성공포증’이라는 단어도 발견을 하셨지요. 자신을 진단하고 마음의 문제를 짚어내는 것은 훌륭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점이 꼭 과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현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과거의 시간이 모여서 지금의 V님을 만들기는 하지만, 과거의 사건이 V님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미래를 향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과거에 연연할 이유는 없답니다.

V님이 현재의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단지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어린 시절 힘들었던 개인사를 달래주고 의지가 되었던 여자친구의 존재는, 지친 삶을 달래줄 유일한 안식처였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가 하늘의 별이 되면서, 그녀는 V님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신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모든 좋은 기억은 그녀로 이상화되고, 나쁜 것은 자신에게 남았죠. 하지만, 한가지 가정을 해보면, 지금 V님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녀의 죽음이 사실은 어떠한 우연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만약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고, 그저 사귀다가 흐지부지 헤어지는 관계였다면 어땠을까요? V님은 그녀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생각할 이유도 없고, 현재의 불만족스러운 인간관계 양상을 그녀 탓으로 돌릴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녀의 죽음에 V님은 어떤 영향력도 끼칠 수 없는 위치였죠. 그저 이성친구였었으니까요. 정말로 죄책감을 가지고 힘들어해야 할 사람은, 사고의 당사자들이지 V님이 아닙니다. 그녀의 죽음과 자신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고이고 당연한 논리이지요.

물론, 마음의 의지가 되는 사람을 잃게 되면 누구라도 자신의 탓을 하게 됩니다. 제 지인 중에도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고 반년이 넘게 자책하고 방황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렸던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고통스러웠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연인을 따라가려고 하지 않을까 내내 조마조마했죠. 하지만, 그는 가족과 친구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천천히 연인의 죽음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일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며 가끔 눈물을 흘렸지만, 일상을 바쁘게 가꾸고 자신을 다잡으면서 다시 건강해질 수 있었죠. 우리는 때때로 먼저 떠난 그녀의 좋았던 이야기를 하며 미소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V님이 그녀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했으면 합니다.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은 세상을 빨리 떠나기도 한다고 하죠. V님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보겠다 다짐하면, 그녀는 더욱 편안해질 것입니다. 언젠가 만날 때까지 그녀의 몫만큼 더 열심히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V님이 해야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을 돌아봅시다. V님이 사람을 대하는 것이 생각만큼 되지 않는 것은 내성적인 성향 탓이고 인간관계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것이 현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지요. 과거의 불행으로부터 지금 자신의 모습이 연원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좁은 생활반경에서 쳇바퀴를 돌다가 대학생이 되어 새롭게 사람을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20대는 아주 많습니다. 그것이 선후배 관계일 수도 있고, 이성 관계일 수도 있지요. 지방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와서, 말투부터 낯설어 주눅이 드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인간관계가 폭넓고 유연한 사람들보다, 인간관계가 피곤하고 힘든 사람들이 사실은 더 많습니다. V님이 더 많은 인간관계를 원하고 감당하고자 하면, 필연적으로 더 많은 갈등과 문제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어떤 인간관계도 좋은 것만을 포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얼마만큼의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의 깊이로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이 추구하고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가 정답입니다. 만약, V님이 지금 소수의 사람들과 얉은 정도의 깊이로 인간관계를 꾸려가고 있다면, V님이 그것에서 어떤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부딪히는 스트레스와 상처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V님의 불만족스러운 현재는, V님의 또다른 선택이지 과거의 형별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하지만, 선택을 바꾸는 것은 자유죠. 만약, V님이 폭넓은 인간관계를 꾸리고 싶고, 이성친구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합니다. 아주 간단한 원리랍니다. 상대가 나를 달가워하지 않거나 싫어할 수도 있고, 상대가 내가 원하는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상대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고,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다정하고 적극적인 사람일 수도 있죠. 나의 인간관계 양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실패와 상처를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기대보다 더 쉽고 빠르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구축되고 즐거워질 수도 있죠. 어느 쪽의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면, 고치 속에 들어가 평생 혼자가 되겠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감수하겠다 각오를 하시면, 인간관계를 넓혀가는 도중에 어떤 일이 생겨도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저 작은 용기로부터 시작됩니다. 먼저 시선을 마주치고 미소를 보내고 인사를 하는 일이죠. 반복해서 인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고 상대에게 질문을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해준다면, 차 한잔 하자고 권할 수 있지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면, 평소 관심이 있었거나 도전해보고 싶었던 동아리나 동호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성친구와 편하게 지내고 싶다면, 이성을 나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어떤 인간관계도 시작은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예의를 갖추어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면, 서로 간에 신뢰가 싹트고 즐거운 일도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 모든 노력들은, V님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귐이 힘들 때는 언제라도 혼자로 돌아와서 쉬면 됩니다. 충분히 쉬고 나서 또 사람을 만나면 되는 일입니다.

사실은 저도 내성적인 성향을 갖고 있어, 인간관계를 폭넓게 갖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내성적인 사람들의 좁은 인간관계를 걱정하지만, 인간관계의 양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가 첫번째이고, 타인과의 관계는 그 다음입니다. 자신과의 관계를 잘 꾸려가고 있으면, 타인과의 관계를 얼마만큼 구축하고 꾸려나갈 것인가는 자신이 즐기고 누리는 만큼이지 외부에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V님. 매번 내 눈 앞에 있는 타인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리고, 상대가 다가와주었으면 하는 만큼 나를 먼저 보여주고,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어 소통하도록 하세요. 원하는 만큼 노력하고 쉬세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세요. 그러면 서서히 V님의 세상은 넓어지죠. 한가지 팁이 있다면,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거나 상대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신경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V님이 생각해야 할 것은 내가 상대를 선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하는 문제랍니다. 내가 관계의 주체가 되겠다고 생각하면,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담백하게 풀리게 됩니다. 작은 용기가 삶을 바꾼다는 사실,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덧글

  • 발라 2010/07/21 15:16 #

    일반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겪고도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을 보면 강하군요.
  • 2010/07/21 15:38 #

    생명은 소중한 거지요.
  • 2010/07/22 03: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7/22 12:33 #

    작은 도전이나 성공을 맞이하신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메일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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