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3rd prescription_과거의 상처 덕분에 아직도 인간관계가 어렵습니다

N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저는 말투가 차가운 편이고 여자치곤 지나치게 단호한 표현들을 많이 쓰죠. 남들은 제가 칼같은 성격이라고 금방 알아봐요.

어린 시절 전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 당했던 기억이, 저를 방어적으로 만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 요령이 생기긴 했는데, 또 따돌림을 당할까봐 친했던 친구를 외면하는 일도 있었고, 아주 사소한 일로 오해당하는 일도 있었고, 인간관계로 상처받는 일은 계속 생겼죠. 그러다보니, 이제 저는 힘든 일이 생겨도 혼자서 삭히고 말죠.

대학에 들어가서는 나름대로 좋은 풀을 찾아 재밌게 지냈는데, 좋아하는 선배가 저를 상처주는 말을 했어요. 이후로 누군가 저에게 호감을 가지면 저는 즉시 그 사람이 싫어졌어요. 내 자신이 싫어서 그런 걸까요. 저는 여태껏 연애 한번 못해보았죠.

저는 아직도 제 자신을 싫어하기도 하고, 타인에 관심도 안 생겨요.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 받기도 싫죠. 그런데 혼자 있는 것은 외롭고 힘듭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의 강약도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저도 인간관계를 잘 꾸려나가고,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요?










N님, 닥터엘입니다.

또래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기억은 아마도 누구에게나 있는 사건일 것입니다. 그것이 집단 폭력처럼 커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상처의 경중이 달라지겠죠. 온통 사랑만 받고 안전하게 자라는 아이들은 없어요. 어른들은 스스로를 지키기에도 바쁘죠. 아이들은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는 과정을 반복하며 생존을 배워요. 친구라는 말에 목숨을 걸었다가,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지기도 하죠. 어른들을 믿었다가 배신당하고 나면,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강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요.

벽을 쌓고 가면을 쓰고 마음을 숨기는 걸 연습하죠. 숨고 숨어도 어느새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상처입히는 지인들은 여전히 나타나고 사라질 거에요. 다른 사람들은 큰 문제 없어 보이는데, 혼자만이 외로운 섬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 거에요. 하지만, 인간들은 다들 비슷한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아요. 살아갈수록 인간이 어렵다는 것을 통감하며, 조금씩 강해지고 단련되어가는 거에요.

매번 피해자일 수만은 없다는 것도, 매번 가해자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죠. 용기내어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갔다가, 여러 번 도망쳐나오기도 할 거에요. 내내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을 찾아 헤매고, 연인에게 매달리고, 친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버림받기도 하죠. N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래요. 물론, 경험의 포트폴리오가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죠. 그러나, 인간이 모여서 산다는 것은, 그런 거에요.

사람은 언제라도 상처입고 상처받을 수 있죠. 나에게만 불행이 줄지어서 다가오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사건들을 거슬러 올라가며, 나의 현재를 설명하는 일은 조금씩 그만두도록 하세요. 왜냐하면, 과거의 상처를 반복할수록 마음이 지치니까요.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서로를 상처주기 위해서는 서로가 안전거리 안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진심을 털어놓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결심하는 쪽이 상처입을 가능성이 더 큰 것도 사실이죠. 상대가 본심을 숨기고 어떤 무기를 꺼낼 지도 모를 일입니다.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도 했지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도 했어요. 사람이 제일 무섭고 사람이 제일 나쁘고 사람 사이가 제일 어려운 거지요. 이것은 N님에게만 특수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살아가는 방식이 원래 그래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욕심이 많은 인간들은 그것을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죠. 그러나, 적자생존만 따른다면 종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신뢰와 예의, 상호 존중이라는 법칙을 만들어냈어요. 그래서 인간의 좋은 삶은, 존중과 신뢰와 예의로 이루어져요. 물론, 깨달음이 적은 대부분의 무리들은, 여전히 속고 속이고 죽고 죽이며 삶을 살아가죠. N님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신뢰하고 돕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인가요?

그렇다면, 존중과 신뢰와 예의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나에게 그렇게 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존귀함과 신뢰와 예의를 역설하세요. 들어주지 못한다면, 그들을 떠나요. 나를 상처주는 사람들과 억지로 인간관계를 이어갈 이유는 없어요. 어린 시절에는 또래 집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어른의 권위나 조력자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몰라 그저 상처를 당하기만 하죠. 그러나,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도 알게 되어요.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지 이해하게 되죠. 그리고, 내가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도 알게 되고, 되도록 타인을 덜 상처입히는 방법도 알게 되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배우기 전에는 계속해서 상처를 쌓아야만 해요. 어떻게 하겠나요? 어쩔 수가 없어요.

연애도 마찬가지에요. 연애하며 상처입고, 남자가 징글징글해지고, 인간 자체가 혐오스러워지고, 그렇게 상처만 받는 내가 바보 같고 싫어지죠. 그런데, 참으로 다행인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거에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상처를 피하고, 상처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리 없어요. 조금씩 나아져요. 포기하지 않으면 조금씩 달라져요. 때로는 큰 변화도 맞이할 수 있어요. 좌절과 실패는 당연해요. 그러나, 그럴 때에도 희망을 선택할 수도 있죠. 천천히 하세요. 조금씩 도전하세요. 그러면 반드시 좋아져요.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은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외향적으로 태어나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는 것에 적극적이에요. 어떤 사람은 내성적으로 태어나서 자신과 타인과 삶에 대해서 심사숙고 하느라 움츠러들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편하고 좋은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자신을 아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성격이 좋고 나쁘고는 없어요. 성격마다 성향마다 장단점은 있죠. 내 성격의 나쁜 점만 보면 한없이 답답하고 괴로울 수 있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신중하고 이해심이 깊고 정직하려 노력하는 장점도 있죠. 내면의 성향은 잘 바뀌지 않아도,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을 유연하게 바꾸는 방법도 있어요. 그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좀더 편한 쪽으로 이끄는 아주 작은 스킬이죠. 그러니까, N님은 현재를 좀더 돌아보세요.

원하는 환경을 선택하고,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세요. 인간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세요. 그들이 나를 상처입히려 하는 최초의 순간을 피하지 마세요. 타인은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죽자고 나를 괴롭히려 의도하지도 않고, 나와의 관계만 고민하는 것도 아니에요. N님이 타인에게 갖고 있는 생각의 가벼움과도 같죠. 사람들이 나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때는 생각해보세요. 그들의 어리석음을 이해하고 관대하게 넘어갈 것인가, 나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면 나의 상처를 설명하고 사과나 행동, 태도의 교정을 부탁할 것인가.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는 연습을 해볼 것인가.

지인들에게 사랑 받거나 귀여움을 받고 싶다면, 방실 웃는 얼굴과 친절한 말투를 연습해야 할 때도 있죠. 먼저 애정표현을 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배려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나다운 것이 가장 좋지만, 조금 보편적인 모습으로 변신해야 할 때도 있죠. 거울을 보는 것을 연습하고, 미소를 연습해야 하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하는 것을 연습해야 하죠. 타인의 사소한 특징을 기억하고 안부를 묻는 것을 연습해야 해요. 별다른 목적이 없는 무의미한 만남이나 약속도 몇번은 참여해 보아야 할 때도 있죠.

사람마다 감당하고 만족하는 인간관계의 크기와 질은 달라요. 내가 몇 명 정도의 지인들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나 알아야 하죠. 내가 어느 정도의 깊이로 그들과 사귀었을 때 스스로 만족하는지 알아야 해요. 사람 사이에 트러블이 생겼을 때, 내가 그것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해요. 내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도 알아야 하죠.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이 어떤 매너와 예의와 상식을 가진 사람인지도 알아야 해요.

이성관계도 마찬가지에요.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완벽하기만을 바랄 순 없죠. 연애도 마찬가지에요. 실수도 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도 하고 단점과 결점도 있죠. 그것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 내가 다른 부분에서 행복을 얻는다면 그 연애는 좋은 연애죠. 내 영혼을 잠식하는 연애라면, 그저 벗어나야 하죠. 모든 인간관계가 실패할 수 있는 것처럼, 연애도 그래요. 만약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이성이 나에게 어처구니 없는 말실수를 했다면, 다른 남자들도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만나보지 못한 그 남자가 나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도 있죠. 결론은, 만나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거에요.

인간에 대한 경멸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는, 누구라도 갖고 있는 심리기제에요. 하지만, 이러한 생각과 감정이 나를 늘 지배하고 있다면, 이러한 생각을 멈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죠. 왜냐하면, 인간의 일면만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니까요.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버린다는 것은 아깝잖아요. 그리고, N님도 사랑하고 인정해줄수록 더욱 꽃필텐데, 그걸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잖아요.

N님. 자기애는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아요. 타인의 평가는 사실 의미없어요. N님만이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어요. 부모도 연인도 친구도, N님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그 말을 믿지 마세요. N님이 더 귀하고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멋지고 더 훌륭하다고 그저 멋대로 선언하는 거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거에요. 자기애도 자존감도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는 권리인 걸요. 세상 누구라도 이 우주에서 제일 귀한 존재가 자기 자신이 되라고, 신이 정해주신 것이지요. 어떤 누구도 N님을 N님보다 더 잘 알지는 못해요. N님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N님이 정할 바에요. 내 고통과 상처의 일부를 남 탓, 환경 탓 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내 그것을 붙잡는 것은 시간낭비랍니다. 내 탓도 관두세요. 과거의 N님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죠. 그러나, 적어도 현재나 미래의 N님은 과거의 N님보다는 더 좋은 선택을 할 기회가 있어요. 그 기회를 버리지 마세요.

천천히 하세요. 누구라도 변화를 원하는 그 마음부터 시작하니까요. 분명히 좋아질 거에요.











덧글

  • aatheung 2010/08/02 10:58 #

    좋은 말씀입니다.
  • 2010/08/02 22:44 #

    덧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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