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9th prescription_저는 여성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T님 :

(아래는 요약내용입니다.)

스무살인데 아직도 짝사랑 경험조차 없어요. 저를 제외한 친구들은 연애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이성에 관심이 없는 줄 압니다.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저의 여성성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저를 위축되게 만듭니다. 남들은 다들 평범하게 입시에 성공하고 연애도 하는데, 저만 낙오된 듯한 느낌이죠.

저는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겉으로는 외모에 관심없는 척 해도 사실은 집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성 친구들 앞에서는 자신감이 없어지고 스스로가 싫어집니다.

스스로를 싫어할 근거는 많이 있습니다. 저는 성적도 별로이고 외모도 별로이고 자신감도 없고 자기애도 없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당당한 척 지어내고 꿈도 비젼도 없는 사람이죠. 아무리 멋진 이성 친구에게 고백을 받아도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니 실망이야’ 라고 생각해요.

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부모님 사랑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럴까요?









T님, 닥터엘입니다.

한가지 알려드릴 일이 있습니다. 연애는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먼저 구축해야 할 인간관계가 있죠.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연애는 사실 인생의 옵션일 뿐입니다. 스무살이 되면 누구나 연애한다는 생각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입니다. 누구나 결혼한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못된 생각이죠. 연애인들 주위에서는 연애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될 거에요.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연애는 일부만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연애보다 더 많은 것이 유사연애이고, 연애놀이이고, 짝사랑입니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어요.

연애가 여성성을 증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여자다워서 그것을 인정받아 연애인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애가 충만해야 연애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연애는 T님의 말씀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연히, 때로는 내 의지로, 때로는 그저 빗방울에 젖듯이 시작되죠. 내가 어떠해야만 연애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그것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T님, 스스로를 다그치는 생각의 연쇄를 멈추시기 바래요. 목표에 매진해야 하는 일상에서 버텨야 할 때는,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을 구원해 줄 것이 연애고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연애는 그저 인간관계의 일종일 뿐입니다. 어떤 인간관계도 완벽할 수 없고, 연애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능성을 품은 삶의 일부일 뿐이에요. 연애한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연애가 나를 살리는 것도 아니에요. 물론, 좋은 연애를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고,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만, 연애만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스무살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존재의 고민이 가득한 것은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적당히 남들 흉내를 내며 분위기에 휩쓸려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도 좋지만, 관찰자가 되어 자기 철학을 먼저 구축하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죠. 스스로를 좋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자기애는 자신의 본질 밑바닥에 있는 연약하고 치졸한 본성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T님이 지금 하셔야 할 일은, 현실을 꾸려나갈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고민의 갈래를 나누고 생각할 일정을 조정하는 일이죠. 마음의 폭주를 막고, 근거없는 자기 학대를 줄이고, 우울이 깊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기분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도 연습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푸는 몇가지 방법 정도는 갖추어 놓아야,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거에요.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어떤 여자가 될 지 잘 알 수 없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여성스러운’ 특징을 개발하고 연습할 때 그것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여성성을 억지로 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 맞고 편하고 내가 만족하는 여성성을 찾아내세요. 그리고 그것을 연습하고 시도해보면 됩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연예인 누군가에게 맞추지 마세요. 타인의 기준에 맞추다보면, 현실과의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자꾸만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노력과 소비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다이어트나 외모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마다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외모의 기준은 다릅니다. 얼핏 예뻐보이는 아이도, 속으로는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아이도, 속으로는 자기가 반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닙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거울을 자주 보고 미소를 연습하는 일 밖에 없죠.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꾸는 거죠. 세수를 잘 하고, 좋은 표정을 짓고, 식습관을 점검하고, 바른 자세를 하고,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는 거죠. 그리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나가는 거에요.

여자아이들이 외모를 변화시키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죠. 그것을 다 따라하려다간 너무나 귀찮아서 시작도 전에 의욕이 꺾여버리고 말 거에요. 남들 기준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따라서, 작은 시도부터 해보세요. 초콜릿을 끊겠다, 물을 많이 마시겠다,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하겠다… 라는 생활수칙이 좀더 안심할 수 있는 곳까지 Q님을 데려가줄 거에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언제라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덜 불안하기도 하고요.

Q님은 자신의 자학이 비합리적이라는 것까지 다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하나씩 고쳐나가면 되어요.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세요. 성적이 좋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장에라도 스터디 스케줄을 다시 잡아요. 그리고 노력해요.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연구해요. 외모에 만족하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거울을 꺼내요. 스스로를 더 좋아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될까, 고민해보세요.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요 앞 편의점에 가서 500원어치만 사오세요. 자기애도 아마 금방 구할 수 있을 거에요. “나는 잘 할 수 있어!” “나는 나를 사랑해!” 라고 선언만 하면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요. 왜냐하면, 자신감도 자기애도 어떤 능력이나 자격이 필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그저 선언만 하면 자동실행되는 심리기제거든요. 그냥 믿는 거에요. 할 수 있는 한 스스로를 믿고 격려하는 거죠. 당당한 척 지어내는 거요? 그렇게 겉을 만들 수 있다면, 속도 만들 수 있는 거에요. 당당한 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Q님은 이미 할 수 있기 때문에 잘 모르죠. 하지만, 정말로 나약한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힘들어서 몇 달을 속을 끓여요. Q님은 의외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지도 몰라요!

꿈과 비젼이 처음부터 있는 청춘은 없어요. 지금부터라도 고민하고 선택하고 정보를 모으세요. 벌써부터 좌절하는 것은 백년은 빨라요. 삶은 작은 성공과 실패와 좌절과 극복과 회복으로 이루어져 있죠. 계속해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것이 삶이에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다고 울지 마세요. 어쩌면 그 불완전한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하는 것이, 인생의 관건이니까요.

자신의 자원을 확인하고, 변화의 지점을 선택하고, 움직이세요. 분명히 모든 것이 좋아질 거에요.















덧글

  • 발라 2010/08/05 16:46 #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저보다도 남성다운 아낙네가 있는데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 2010/08/05 16:54 #

    그쵸. 저도 그런 예를 많이 알고 있어요.
  • 쫑아 2010/08/05 19:33 #

    30 넘게 연애 못하는 사람도 있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도 이성을 잘 만나기도 하고...
    ^^
  • 2010/08/06 12:16 #

    남자답게, 여성스럽게... 라는 기준에 맞추려 고민하는 사람과 나답게... 를 기준으로 자신만만하게 사는 사람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 객客 2010/08/06 13:40 #

    이성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용도의 '여성스러움'이라면 그건 그 이성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 됩니다. 이를테면, 지나가는 남성 백만명을 붙들고 레깅스가 예쁘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백만명이 다 예뻐보인다고 할 수 있어도, 그러고 나서 그 다음 백만 한 명째에서 '레깅스는 사도다!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구태여 페티시즘의 경지까지 가지 않아도 말이죠[...]

    주변의 여성들이 여자는 이래야 매력이지 내지 넌 여자애가 어째 그러냐 해도 보는 남성들의 관점에선 전혀 다르게 비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직접 붙들고 물어보잖고서야 모를 일이죠. 주변에서 논하는 매력적인 여성상은 어디까지나 참고사항 중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 2010/08/06 13:43 #

    옳으신 말씀. ^^
  • 2010/08/17 19: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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